펄스프리미엄, 물이 거의 필요 없는 잔디…관련업계 주목
펄스프리미엄, 물이 거의 필요 없는 잔디…관련업계 주목
  • 이주현
  • 승인 2015.10.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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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주기를 싫어했던 미국의 한 시민 과학자
5년간 잔디혼합 파종 7000회 실험 끝 성공

뿌리 30cm 이상 자라 수분·영양 흡수 강점
답압에 취약…골프장엔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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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코스에서 가장 이상적인 잔디는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골퍼의 입장에선 샷감이 좋고 균일한 퍼팅을 제공하는 잔디가 최고겠지만 골프장이나 코스관리자의 입장에서는 관리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관리가 어려운 잔디는 그만큼 힘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기후환경이 변화무쌍하고 물 또한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잔디 관리환경이 매우 까다로워지는 가운데 물을 비롯해 농약과 비료를 획기적으로 최소화 할 수 잔디가 있다면 관리적 측면에선 이상적인 잔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작은 출발점이 될지도 모르는 잔디가 미국에서 탄생해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그 잔디의 이름은 펄스 프리미엄(Pearl’s Premium)이다.


펄스 프리미엄은 매사추세츠주의 시민과학자 잭슨 매드닉이 독립적으로 잔디 종자를 연구해 개발했다.

그는 정원과 그가 매우 좋아하는 작은 연못이 딸린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연못의 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찾아낸 결과 정원 잔디와 그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매드닉은 연못을 지키면서 잔디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미국인들은 대부분 저마다 집에 잔디를 가꾸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골프장도 갖고 있지만, 어쩌면 높은 잔디관리 비용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매드닉은 수천종의 잔디를 혼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실질적으로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면서 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잔디를 찾는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개발된 펄스 프리미엄은 일단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면 전혀 관수가 필요 없으며, 매우 느리게 자라고 화학비료 없이도 생육에 지장이 없다는 게 개발자의 설명이다.

그 비결은 뿌리가 매우 깊게 자라기 때문에 자연 발생된 토양 속의 수분과 영양을 충분히 활용한다는 원리다.

펄스 프리미엄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물·비료·예지횟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관리비용 대폭 감소.
■가뭄에 내성을 지닌 잔디종자로 한번 자리 잡으면 관수가 거의 또는 전혀 필요 없다.
■매우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정도 예지하면 된다(정원잔디 기준).
■화학비료나 농약 없이도 잘 생육한다.
■무성하고 아름다운 친환경 잔디밭이 조성된다.

이렇게 획기적인 잔디가 간단하게 탄생했을리 없다. 더군다나 매드닉은 잔디전문가도 아닌 멀티미디어쇼 디자이너였다.

세계 각지에서 수천 개의 종자를 수집해 집 테라스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물만 아주 조금 주고 농약과 비료는 일절 금했다. 결과는 초라했다. 1년도 안돼 잔디가 모두 말라 죽었던 것이다.

막무가내식의 실험에 한계를 느낀 매드닉은 잔디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미국에선 이미 수많은 연구자 및 업체들에 의해 잔디종자 혼합실험이 이뤄지고 있었고, 매드닉도 이들과 같이 수많은 종자들을 혼합하기 시작했다.

5년 6개월 동안 7000번이 넘는 혼합실험 끝에 작은 결실이 있었다. 한 잔디 다발이 아주 서서히 자라면서 에메랄드 녹색 잎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펄스 프리미엄은 모두 7가지 종자가 혼합돼 있다. 미국에서 가장 흔한 켄터키블루그래스를 비롯해 다년생 호밀, 톨페스큐, 츄잉페스큐, 쉽페스큐, 다른 2종의 파인 페스큐로 구성돼 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종자들이 서로 공생관계(자연교배)를 형성해 아주 서서히 자랄 수 있게 된 것으로 매드닉은 분석하고 있다.

앞서 언급됐듯이 이 잔디의 힘은 매우 깊게 자라는 뿌리에 있다. 일반적으로 잔디 뿌리는 5∼8cm정도 자라며, 품종이 좋고 관리가 잘된 잔디라면 10cm 이상 자라기도 한다.

그런데 펄스 프리미엄은 30∼36cm까지 뿌리를 내린다. 뿌리를 깊게 내려 지하 깊숙한 곳의 수분까지 빨아들이는 사막식물이 연상될 정도로 경악스러운 길이다.

이 깊은 뿌리를 기반으로 토양 속 수분과 영양을 최대한 활용해 사람이 물이나 비료를 주지 않아도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이 뿌리 길이의 절대적인 조건은 정확한 혼합비율이다. 조금만 달라도 뿌리가 다시 짧아진다.

이후 매드닉은 2개의 혼합품종을 개발했다. 빛이 잘 드는 환경에서 곧게 자라는 써니믹스(Sunny mix)와 그늘에서도 생육하는 세디믹스(Shady mix)가 그것이다.

아직은 활용 범위가 정원잔디 정도지만 실제 펄스 프리미엄을 사용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 놀랍다. 강우량이 극히 적은 유타주 사막의 고지대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 일주일에 2회 정도의 물을 주면서 최근 3년 동안 가장 푸른 잔디밭을 보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의 한 정원사는 자기 집을 포함 약 100개의 잔디밭에 펄스 프리미엄을 뿌렸는데, 기존 잔디는 일주일에 4번씩 물을 줘야 했던 반면 펄스 프리미엄은 4개월 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생생했다.

펄스 프리미엄은 지난 2009년 1차 생산분이 판매되기 시작해 2010년 창업경진대회인 매스챌린지 혁신상을 수상하고, 2013년 보스턴 과학박물관에서 표창을 받았다. 현재 미국 30만여 호의 잔디밭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 및 중동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매드닉은 지금도 새로운 잔디 개발을 위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새로운 목표는 잔디 내성의 한계다. 얼마나 적은 물과 얼마나 많은 염분을 견딜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극한의 환경에서 수명을 유지하는지 확인중이다.

이 부분은 골프장들도 주목해야 한다. 펄스 프리미엄은 운동화에 밟히면 쉽게 망가질 정도로 연약해 스포츠용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스포츠잔디 분야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펄스 프리미엄의 극대화된 관리 비용 및 시간 절감 효율을 감안했을 때 지금도 깊은 러프나 비플레이지역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골프가 가능한 정도까지 내성과 품질이 개량돼 티잉그라운드, 페어웨이, 러프까지 적용이 가능해지면 코스관리와 골프장 운영 효율에 획기적인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물과 관리자원이 덜 들어가는 잔디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으며 펄스 프리미엄과 같이 그 결과물도 등장하고 있다. 골프장도 지금의 잔디와 관리비용이 적절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과 잔디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골프산업신문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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