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3] 동전마름병(달라스팟)
[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3] 동전마름병(달라스팟)
  • 민경준
  • 승인 2015.10.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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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 저항성 뛰어나 완전제거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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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배지에서 잎의 병반으로부터 자란 동전마름병 곰팡이 균사.



지병(持病)이란 말은 사전적 의미로 “오래도록 낫지 않아 고치기 힘든 병”을 뜻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신문지상등 언론에서 누군가가 지병으로 별세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병으로 별세했다는 뜻은 그 누군가가 당뇨병과 같이 고치기 쉽지 않은 병을 오래도록 앓으며 고생하다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다.

골프장 그린(Green)에서도 인간의 당뇨병과 같은 존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동전마름병이다.

골프장에서 동전마름병처럼 세계 코스관리자들에게 골칫덩어리가 또 있을까? 잡으면 어느 사이에 나타나고 이제는 됐겠지 싶으면 또 다시 문제를 일으킨다.

동전마름병은 잔디를 뿌리까지 죽이며 큰 피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잔디의 외관을 볼품없게 만들고 코스 품질을 떨어뜨린다.

골프장 그린에서 동전마름병 증상은 잔디의 종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보통 볏짚 색상의 반점(patch)이 원형으로 나타난다.

작게는 몇 개의 잎에서 나타나지만, 크면 병든 잎이 모여 미국 1달러 동전 크기(지름 6.0 ㎝ 내외)의 반점 모양으로 발달한다. 그래서 동전마름병은 영명(英名)으로 `달라스팟(dollar spot)'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주요 잔디에 모두 병을 일으키니 그들의 기주 적응력도 놀랍다.

많은 균류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자(胞子)를 형성한다. 보통 수 ㎛ 크기의 포자는 가볍고 독립적이어서 작은 바람에도 멀리 이동하기 쉽다. 하지만 동전마름병 병원균은 야외에서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

그 대신 병원균은 실처럼 생긴 균사(菌絲)라는 구조를 만든다. 그들은 식물체 속이나 잔디밭 대취(thatch) 층에 있다가 주로 사람의 발이나 장비에 묻어 주변으로 전파된다.
그런 점에서 동전마름병 곰팡이는 다른 균류보다 전파 속도가 더딘 편에 속한다. 그런데 그들의 방제는 왜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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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그린 위 동전마름병의 살균제 처리구와 무처리구.


동전마름병 방제는 살균제를 살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음을 주목해 보자. 2008년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의 Jung 교수 그룹은 동전마름병 병원균이 살균제 종류에 따라서 저항성을 획득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곰팡이는 심할 경우에 특정 살균제에 1회만 노출돼도 완전한 약제 저항성을 갖기도 한다. 그것은 동전마름병 병반에 특정 살균제를 두 번 연속 처리하면 두 번째부터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에는 작용 기작이 다른 살균제를 살포해야 한다. 사실 포자가 없어 다른 병원균에 비해 전파력이 더딘 동전마름병 병원균이 약제 저항성을 빠르게 갖는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그들은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관리자가 농약을 뿌린다면 온전히 맞을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상상을 하자면, 그들은 생존을 위해 전파력이 뒤처지는 단점을 극복하려고 살균제 저항성 획득 능력이 발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동전마름병을 대하는 코스관리자는 농약 살포 프로그램을 만들 때부터 매우 신중해야 한다.

동전마름병을 골프장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많은 비용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더더군다나 병원균이 다양한 살균제에 저항성을 갖게 된다면? 그래서 지혜로운 코스관리자들은 이 쉽지 않는 잔디의 지병을 심각하지 않은 선까지 용인하면서 안고 가는 것에 공감한다.

환경과 비용을 고려한 상생의 방법이다. 어찌 보면 인간이 그들에게 한 발 양보한 셈이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이 개발한 많은 농약과 싸워왔고, 자신들의 전투력을 인간이 존중한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참으로 자연은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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