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5] 잔디병원성 곰팡이
[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5] 잔디병원성 곰팡이
  • 민경준
  • 승인 2015.12.3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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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균의 완전한 박멸이 좋기만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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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잎마름병 증상. 가운데 부분은 가장자리에 비해 병원균에게 식량이 부족하다.


잔디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도 겨울을 준비한다. 많은 곰팡이들이 겨울이 오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거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 좀 더 따뜻한 곳을 찾는다.

곰팡이중에는 여름을 좋아하는 종과 싫어하는 종이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반대로 말하면 그들은 겨울을 싫어하거나 좋아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여름과 겨울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두 유형의 곰팡이가 공존한다. 예를 들어 골프장에서 문제되는 갈색잎마름병 병원균은 여름을, 설부병 병원균은 겨울 활동이 제격이다. 마치 우리가 여름이면 어패류의 비브리오균을 조심하고, 겨울에는 감기 바이러스를 주의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잔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골프장이 사계절 병원균들과 모두 싸워야 하는 전쟁터나 다름이 없다.

사실 곰팡이의 계절 호불호(好不好)는 오랜 세월에 걸쳐 그 환경에 적응해온 탓이 크다. 그들의 생존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러면 곰팡이는 언제 생존에 위협을 느낄까?

흥미롭게도 우리 인간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들은 식량이 떨어지거나 혹은 너무 춥거나 더울 때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 그들의 식량은 기주(寄主) 식물이다.

따라서 골프장에서 그들의 식량은 잔디다. 즉, 잔디가 죽거나 휴면에 들어가면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생존에 위협을 감지하면 변하게 된다.

그들이 생존의 위협에 대비할 때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능동적으로 혹독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곰팡이들은 인간처럼 원한다고 해서 좋은 환경으로 이동할 수 없고 계절에 맞는 옷을 언제든지 꺼내 입을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은 보통 주어진 자리에서 극한의 환경을 맞이하게 된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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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에서 자라는 병원균. 갈색균사는 병원균이 이미 부족한 식량에 대비하고 있는 신호다.


그들은 보통 모양이 바뀌게 된다. 잔디에 병이 발생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잔디 잎에 곰팡이 포자가 날아와 붙었다고 가정한다면, 포자는 운 좋게 발아해 균사 상태로 잔디 잎에 병을 일으키게 된다.

균은 자체로 양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식물 세포를 차례로 파괴하면서 여러 가지 양분을 취하게 된다. 파괴된 세포가 많아지면 우리 눈에는 병반으로 보이게 된다. 작은 병반은 점차 크게 확대된다. 우리는 그 증상을 병(病)이라 부른다.

그러면 병반이 커지면서 초기에 파괴된 세포는 어떻게 될까? 이미 그곳은 병원균이 먹을 만한 양분이 없는 황무지가 된다.

그야말로 균에게는 시련의 땅이다. 비상상황에 처한 그곳 곰팡이들은 이 혹독한 상황에 대비하게 된다. 황무지에 남아 있던 균사는 비상체제로 최소한의 수분만을 가지고 버티거나 뭉쳐서 작고 단단한 알갱이 모양의 균핵(菌核)을 만든다.

또는 종(種)에 따라 전파에 유리하거나 수분 손실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포자를 형성하게 된다. 균핵은 종류에 따라 먹이 없이 수년을 견딜 수 있다. 수분 손실과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긴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 다시 그들의 계절이 온다. 먹이가 되는 기주와 다시 만나게 된다. 새 삶을 얻게 되는 시간이다.

인간과 식물병원균의 사활을 건 싸움은 오랜 세월동안 지속되어 왔다. 인간은 농약 살포, 저항성 품종 식재 등을 통해 그들에게 시련을 안겨 왔지만, 그들은 겨울을 이기고 봄을 맞이하듯 차례로 극복해 왔다. 아마도 그 싸움은 지나온 시간보다 더 긴 세월동안 지속될 것이다.

최근 많은 식물병리학자들은 병원균의 완전 박멸이 실용적이지 않다는데 동의한다. 인간은 그들을 이기기 위해 새로운 카드를 계속 사용해야 하고, 병원균은 그 카드를 극복하기 위해 적응하고 진화한다. 이런 소모적인 전쟁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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