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6] 잔디병과 가족력(家族歷)
[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6] 잔디병과 가족력(家族歷)
  • 민경준
  • 승인 2016.01.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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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가족력 없는 잔디 구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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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기관에서 한국잔디 위주로 육종한 품종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에 육종 품종의 가족력 여부가 평가돼야 한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의 NTEP와 같은 잔디 평가 프로그램의 설치가 필요하다.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으레 `가족력(家族歷)'을 묻는다. 당뇨병이나 암과 같은 병을 예단하기 위해서는 가족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잔디의 병원균에서 보여지는 가족력도 매우 흥미롭다. 필자가 본지에 이미 기고한 글에서 밝혔지만 우리나라 골프장 잔디는 수십여종의 병원균과 사계절에 걸쳐 생존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그 중 탄저병·도열병·녹병 등은 잔디 종과 품종의 가족력에 따라 감염 여부가 결정되는 유형이다. 골프장이나 운동장에 식재된 잔디 품종이 교배에 의해 육성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그 품종의 부모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따라 앞서 설명한 병원균에 대한 반응이 달라진다.

많은 식물에서 이들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 여부는 소수 유전자에 의해 조절된다. 그 식물들이 그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감염 여부가 좌우된다. 교배를 통해 하나의 품종이 육성되었을 때 부모중 한 쪽에서 자식에게 저항성 유전자가 전해졌다면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병원균에 감염된다. 일단 병에 걸리면 병원균에 유리한 환경에서 급격히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잔디가 그 유전자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아야 한다. 부모가 될 자원은 그래서 중요하다. 유전자(원) 전쟁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갈색잎마름병·황색마름병·동전마름병· 설부병 등을 일으키는 병원균에 대한 잔디의 반응은 앞서 설명한 병원균들과는 크게 다르다. 인간의 병에 비유한다면 독감이나 감기와 비슷하다.

동네 병원을 방문해 보라. 의사 선생님은 가족력보다 주거 환경이나 생활 습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할 것이다. 이는 병 감염이 유전자보다 환경에 의해 더욱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기주인 잔디 입장에서 후자의 병은 전자보다 훨씬 많은 유전자가 관여한다. 기주가 그 많은 유전자를 모두 갖고 있어야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육종에 필요한 시간이 너무 길게 소요되니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가족력인 유전자보다는 배수 관리 등 환경 개선을 통해 식물의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잔디에서 가족력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잔디는 작물과 달리 일년생 식물이 아니다. 한 번 심으면 수십년을 그대로 두기도 한다. 따라서 잔디 식재 지역에서는 처음부터 주요 병에 대해 되도록 가족력이 없는 잔디를 구입해 사용하면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가족력을 바꾸기보다 환경관리에 중점을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돌연변이 등으로 병원균이 분화되면 병원성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럴 경우 기주가 병 저항성에서 감수성으로 바뀔 수 있으므로 어느 병을 막론하고 피해가 클 수 있다.

최근 다양한 기관에서 한국잔디 위주로 육종한 품종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에 육종 품종의 가족력 여부가 평가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잔디병 평가는 아직 육종기관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주된 이유중 하나는 예산 부족이다.

미국에서는 NTEP(National Turfgrass Evaluation Program)을 운영해 기존 품종과 새로 육성된 품종을 전국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은 국가, 관련 산업체, 각 대학에서 출연한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하고 있는 잔디 품종에 대한 정보도 NTEP에 의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입한 품종이 미국에서 특정 병에 저항성이었다고 우리나라에서도 저항성이란 보장은 없다. 병원균의 특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전국적인 잔디 평가 프로그램(예를 들면 KTEP, Korean Turfgrass Evaluation Program)의 설치가 필요하다. 각 지역의 골프장과 운동경기장에서 그 결과를 활용하면 된다.

한국골프대학 골프코스매니지먼트과 교수 changsw8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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