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12] 페어리링병(fairy ring)
[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12] 페어리링병(fairy ring)
  • 민경준
  • 승인 2016.07.27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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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 요정들이 춤추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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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링병은 병원균이 만든 버섯이 동그란 형태로 줄지어 춤을 추는 요정의 모습과 유사해 요정의 고리(fairy ring)라고 불리게 됐다.


잔디 병명(病名) 중에서 페어리링병처럼 아름다운 이름이 있을까?

한글 이름이 없이 영어 발음 그대로 사용하는 페어리링병은 잔디 재배지에 생긴 진한 녹색 고리 모양이나 버섯이 원형으로 줄지어 나타나는 병이다.

병원균이 만든 버섯이 동그란 형태로 줄지어 춤을 추는 요정들의 모습과 유사해 요정의 고리(fairy ring)라고 불리게 됐다. 마녀의 고리(witches ring)라는 다른 이름도 있다.

페어리링 병원균은 잔디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병을 일으킨다. 병원균 종류(species)가 60종을 넘는다. 병원균에 따라 잔디, 나무 등을 기주(寄主)로 하기도 한다.

그래서 페어리링병은 골프장은 물론 잔디 운동경기장, 공원, 정원 등에서 잔디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러분이 주변 잔디밭에서 버섯이 동그랗게 줄지어있는 것을 본다면 페어리링병이라 해도 십중팔구는 맞을 것이다.

잔디가 페어리링 병원균에 감염되었을 때 원형으로 버섯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Shantz와 Piemeisel은 페어리링병의 발생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제 1형은 페어리링 병균이 원형의 버섯 링을 형성하고 잔디를 죽이며, 제 2형은 병원균이 잔디의 생육을 촉진해 진녹색의 링과 버섯(자실체)을 형성한다. 제 3형은 병원균에 감염된 잔디가 죽지 않지만, 버섯만 원형으로 존재한다. 보통 병원균의 종류에 따라 그 유형이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면 잔디가 페어리링 병원균에 감염되었을 때 왜 원형으로 죽거나 진한 녹색이 나타날까?

그 이유를 알려면 병원균이 사는 대취(thatch)를 이해해야 한다. 대취는 지표면 바로 아래 있는 죽거나 살아있는 잔디 잎, 줄기, 뿌리 층을 말한다.

병에 걸린 대취층은 병원균 균사로 꽉 차게 된다. 대취층과 균사는 물을 흡수하지 않는 소수성(疏水性)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잔디에 물을 주어도 뿌리까지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

잔디 뿌리의 대부분이 대취층 바로 밑에 있기 때문이다. 뿌리가 물을 흡수하지 못하면 지상부 식물체는 말라죽게 된다. 원형으로 잔디가 죽는 바로 그 이유다.

잔디가 병원균에 감염되었을 때 진한 녹색의 원형 고리가 보이는 것은 다른 원인에서다. 원래 대취는 시간이 흐르면서 분해되어 부식토의 일부가 된다. 그 부식토양은 유기물이 섞여있기 때문에 페어리링 병원균에게 좋은 영양원으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복잡한 유기물로부터 질소가 분리된다.

분리된 질소는 잔디의 양분이 된다. 마치 잔디관리자가 그 부분만 질소비료를 살포하는 격이다. 따라서 질소를 흡수한 잔디는 진한 녹색을 띠게 된다.

그러면 페어리링병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페어리링병은 병원균이 대취에 균사 형태로 살고 있기 때문에 잎이나 줄기에 발생하는 병들과는 방제 목표 지점이 다르다.

깊게는 땅속 50cm 아래에서 살기도 한다. 따라서 살균제를 뿌렸다고 안심할 수 없다. 농약이 그 지점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농약이 물을 좋아하지 않는 소수성 대취층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래서 살균제 처리 전에 대취층을 뚫어주는 통기 및 배토작업은 방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페어리링 병원균이 만드는 버섯 중 일부가 식용가능하다는 것은 다소 역설적이다. 평소 즐겨먹는 표고버섯을 생각해 보라!

표고는 주로 인공 재배로 생산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표고버섯균은 자연 상태에서 나무를 기주로 하는 균류 소속 미생물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페어리링 병원균은 잔디에 병을 일으키는 골칫덩어리지만, 다른 유익한 면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올 여름, 잔디밭에서 춤추는 요정들을 주목해 보자.

한국골프대학 골프코스매니지먼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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