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녹색·촌티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라
국내 골프장 상당수 구색맞추기 수준…대외적 상징적 이미지 중요
골퍼가 골프장에 대해 어떤 인상이나 기억, 이미지를 갖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며, 그 중에서도 코스디자인·클럽하우스·서비스 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골프장도 하나의 기업이고 이미지가 중요한 곳임을 생각한다면, 의외로 소홀히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골프장 로고(Logo)다.
모든 기업들은 저마다 자사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로고를 갖고 있으며, 대외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곳 일수록 로고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다.
코카콜라, 벤츠, 나이키,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을 떠올리면 그들의 제품과 함께 제품에 새겨져 있는 로고가 선명하게 기억날 것이다.
골프장도 스포츠, 레저, 서비스 중심의 기업으로 대외적인 이미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로고의 중요성도 적지 않은데 국내 다수의 골프장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로고에 대한 최신 정보와 사례들을 살펴보고, 내 골프장을 상징하는 로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 보자.
로고·CI·BI의 정의와 구분
우리는 흔히 기업이나 브랜드를 상징하는 글자, 이미지 등을 지칭할 때 로고, CI, BI 등의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들을 명확히 구분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로고는 `회사나 제품의 이름이 독특하게 드러나도록 만들어 상표처럼 사용되는 글자체'로 로고타이프(Logotype)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설명과 같이 원래는 디자인된 글자만 지칭하지만, 최근에는 기업을 대표하는 이미지인 심볼마크와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글자와 이미지를 함께 의미하는 단어로 많이 쓰이고 있다.
CI(Corporate Identity)는 기업의 이미지를 통합하는 작업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외부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시각적 표현으로 로고가 사용된다.
BI(Brand Identity)는 브랜드 이미지 통합 작업으로 기업이 소유한 특정 브랜드에 대한 매력을 부여하고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CI나 BI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 로고라 할 수 있으며, 기업의 로고가 CI라면 기업에서 만든 브랜드나 제품의 로고가 BI에 해당한다.
골프장 로고는 골프장 운영사가 골프장과 동일한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면 CI로 볼 수 있고, 운영사나 모회사의 CI가 있고 골프장 로고를 별도로 사용한다면 BI로 볼 수 있다.
그저 '골프' 뿐인 골프장 로고들
국내 골프장 로고는 그동안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다 최근 마케팅 경쟁과 골프장 브랜드화가 진행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다수의 골프장들이 정체성과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은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지나치게 `골프 스러운' 모습만 담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 로고 중 상당수가 코스형상이나 그린, 핀깃대, 골프볼, 스윙모션 등 골프에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형상만 활용하고 있다.
물론 누가 봐도 골프장임을 알 수 있게 한다는 장점도 있으나, 이러한 형식의 로고가 많아지면서 차별성 없는 그냥 `골프장 로고'만 남게 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골프라는 소재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골프장 고유의 소재를 발굴할 필요가 있으며, 골프장의 정체성과 개성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골프장 로고가 획일화되는 문제는 로고 색상에서도 나타난다. 골프장과 잔디, 자연의 깊은 연관성 때문에 녹색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는 것이다.
로고 이미지가 골프 형상이면 필수적으로 녹색이 들어가고, 글자에도 녹색을 사용하면서 모든 로고가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된다.
로고에 너무 많은 색이 들어가는 것도 좋지 않지만, 골프장 로고의 녹색 집착은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
CI든 BI든 기업의 로고는 자사가 추구하는 가치나 정체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골프장 로고도 마찬가진데 지금까진 골프, 자연, 고급스러움 등 일반적인 가치만 싣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골프장을 브랜드화하기 위해서도 로고에 우리 골프장만의 것을 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좋은 로고의 필수 조건
사람들의 머릿속에 뚜렷하게 각인되고 쉽게 떠오르는 좋은 로고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첫 번째, 단순해야(simple) 한다.
나이키의 스우시 마크는 `승리의 여신' 날개를 형상화한 것으로 창업자도 처음엔 너무 단순한 로고에 실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이 마크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 로고로 우뚝 서 있다.
두번째,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야(memorable) 한다.
애플의 로고는 매우 평범한 사과 모양을 한입 베어 문 형태로 만들어 특이하면서 인상적이다. 이 로고는 애플의 상징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다.
세번째, 적절해야(appropriate) 한다.
기업의 정체성이나 브랜드의 특성, 소비 타겟의 니즈를 담은 로고는 고객을 움직일 수 있다.
네번째,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versatile) 한다.
제품부터 매체 광고까지 어디에나 어울리는 로고는 이미지 통합과 비용 효율에 큰 도움이 된다.
다섯번째, 시간이 지나도 영원해야(timeless) 한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 있는 로고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 코카콜라의 로고는 1887년 제작됐으나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디자인을 조금씩만 변경하면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최신 로고 디자인 트렌드
로고 디자인의 트렌드는 패션처럼 매년 변화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주요 로고 디자인 트렌드를 알아두면 우리 골프장 로고 제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플랫(flat):플랫디자인은 심플하고 가독성이 좋다.
-핸드메이드(handmade):손으로 쓰거나 그린 듯한 느낌으로 진정성과 정직함을 전달할 수 있다.
-키네틱(kinetic):일상 변화나 고객 니즈에 따라 로고가 변형돼 고객과 소통하기에 적절하다.
-네거티브 스페이스(negative space):글씨나 이미지에 둘러싸인 빈공간을 활용하는 것으로 로고에 깊은 또는 이중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레터스태킹(letterstacking):문장이나 글자가 많은 로고에 적합한 방식으로 단어를 재배열해 창의적이고 인상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모노라인(monoline):심플한 가는 선으로 로고를 표현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로고가 지닌 복잡한 의미를 간단명료하게 풀어내 준다.
해외 유명 골프장 로고 인상성과 정체성 뛰어나
■휘슬링스트레이츠GC
미국 위스콘신주 호숫가에 위치한 이 골프장의 로고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이미지가 매우 인상적이며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도 도움을 준다.
위아래의 글자는 가늘게 처리해 가운데 이미지와 강약이 조화되고,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로 심플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하와이 마우이섬의 카팔루아GC 로고는 자유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나비가 사용됐다. 이것만으로는 평범할 수 있지만 나비의 가운데에 하와이의 상징인 파인애플이 들어가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탤릭체 글자는 역동적인 느낌으로 스포츠 시설에 어울리며, 리조트도 있는 이 골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기 적절한 로고라 할 수 있다.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이 로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골프 애호가라면 그 의미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매리언GC 이스턴코스의 핀은 깃발 대신 바구니를 얹은 폴대를 사용한다. 이 골프장만의 개성을 로고에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 지역 토착 야생식물과 개장연도를 더해 전통과 환경친화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매우 전통적인 디자인 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매력적인 로고다.
굵은 대문자 TPC와 필기체의 소우그래스는 멋진 균형을 만들어낸다.
소우그래스의 S는 웨이브를 줘 스포츠의 역동성을 표현했으며, 평범하지만 스윙하는 이미지와 어울리며 골프의 핵심가치를 의미하고 있다.
<골프산업신문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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