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 다이, 맨 처음 여성위한 '포워드 티' 제안
주니어 골퍼·설계 유연성·경기시간 단축 등 도움
도널드로스상(Donald Ross Award)은 ASGCA가 골프 및 코스설계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것으로, 코스설계가로서는 가장 큰 영예라 할 수 있다.
이 상의 올해 수상자는 `코스설계의 살아있는 전설' 피트 다이의 부인 엘리스 다이(Alice Dye)다. 이같은 사실은 그녀도 위대한 코스설계가였음을 또 한 번 증명해주는 일이다.
엘리스 다이의 커리어 중 그가 설계한 수십 개의 훌륭한 골프코스도 있지만, 그가 `여성을 위한 두 개의 티 시스템(Two Tee System for Women)'을 제안했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오늘 날 코스에서 티샷 지점은 몇 가지로 나눠져 있고, 우리가 흔히 `레드티 또는 레이디티'라고 부르는 포워드 티(forward tee)를 처음 고안한 사람이 엘리스 다이다.
엘리스 다이는 두 개의 티 시스템이 설명된 다이어그램을 1970년대 초에 발표했다. 당시 골프단체와 관계자들은 경악했다.
그가 고안한 티 시스템에 따른 코스 전장은 5200야드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완전한 골프코스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엘리스 다이는 “나는 논쟁하지 않았다. 그저 코스로 가서 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요즘 포워드 티가 없는 코스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결과적으로 그의 생각이 옳았다고 판단된다.
그가 새 티 시스템을 제안했을 당시 티 위치는 레귤러 및 챔피언 티 정도로 나눠져 있었다. 즉 남성을 기준으로 실력에 따라 티샷 지점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
미국의 여성골퍼 수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엘리스 다이는 이 같은 상황을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당시 미국 골프코스의 평균 전장은 5800야드 정도였으며, 엘리스 다이는 이를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여성골퍼는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4800∼5200야드 정도의 전장이 여성골퍼가 플레이하기에 적절하다고 봤다. 따라서 이 길이에 맞춰 각 홀에 포워드 티를 만들 것을 제안한 것이다.
그가 제안한 티 위치 기준을 살펴보면 먼저 파4홀은 당시 USGA 기준 211∼400야드였고 엘리스 다이는 여성용 백티를 300∼380야드, 포워드티를 240∼340야드로 설정했다.
또 파3홀은 USGA 기준 210야드, 여성용 백티 120∼200야드, 포워드티 60∼150야드로, 파5홀은 USGA 기준 401∼575야드, 여성용 백티 420∼540야드, 포워드티 401∼420야드로 하고 있다.
새 티 시스템으로 여성골퍼들은 코스에 대한 도전과 골프의 즐거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엘리스 다이는 단순히 여성을 배려하기 위해 포워드 티를 고안한 것이 아니라 더 즐거운 골프경험을 위해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포워드 티는 여성뿐만 아니라 주니어 골퍼에게도 유용하다. 엘리스 다이 역시 신체적 성장이 덜돼 비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는 주니어 골퍼들에게도 거리에 대한 집착보다 정확한 기술을 익히고 골프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코스설계에도 혜택을 줬다. 폰드나 워터해저드를 끼고 있는 페어웨이의 경우 티샷 위치 조정에 따라 디자인의 유연성이 생겼으며, 페어웨이 크기를 줄일 수 있어 관리자원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또 골퍼들이 가진 능력에 따라 전장을 설정할 수 있어 경기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물론 당시와는 달리 요즘 여성골퍼들의 비거리와 기술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현재 엘리스 다이의 기준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여성을 위해 설정한 거리가 아니라 누구나 즐겁게 골프의 매력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코스설계가로서의 마인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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