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정 칼럼(3)] 러프 없는 코스는 명문자격도 없다
[최영정 칼럼(3)] 러프 없는 코스는 명문자격도 없다
  • 민경준
  • 승인 2013.11.11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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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타입의 골프코스는 잔디평원에 불과
거칠고 억센 러프는 코스의 중요한 요소

대한민국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볼 때마다 '돈과 정성을 들여 정원처럼 곱고 깔끔하게 가꾼 꿈의 잔디동산'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한폭의 그림처럼 곱고 아름답게 꾸며져 선경을 연상케 하며 뽐내고 있지만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 이유중 한가지는 러프다운 러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넓은 잔디 평원(?)이 존재할 뿐이다.

거칠고 억세고 난폭한 러프는 코스구성의 중요한 요건인데 그것이 빠졌으니 그야말로 넌센스다.

이는 골프장의 주인이 러프의 가치를 몰라서이고, 일본을 거쳐 들어온 골프문화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러프(Rough)는 코스안의 거친 잡초지대로 여러가지 초종의 풀이 무성하게 길러져 플레이를 어렵게하는 트러블 구역이다.

헤저드·벙커·언듀레이션과 함께 코스의 대표적인 시련 요건임에도 우리 골프장은러프를 극력 기피해 예쁘게 깎아내고 곱고 쉽게 세팅한다.

흔히 “헤저드가 없는 골프는 생명도 혼도 없는 지루한 스포츠 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러프없는 코스도 마찬가지다.

이는 다시 관리 인력·장비·비용·시간등의 낭비이자 코스이념의 포기이기도 하다.

외국의 명코스에서 페어웨이는 천국이고 러프는 지옥이다. 이 말대로라면 우리 골프장에는 천국만 있고 지옥은 없는 꼴이다.

러프없는 코스에서 왠만한 미스샷은 페어웨이 아니면 준페어웨이에 안착되게 마련이다.

페어웨이 양편은 세미러프와 헤비러프로 짜여 있어야 제대로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세미러프에 들어가면 1타를, 헤비러프에 들어가면 2타를 각각 손해보게 된다는 정설이 우리의 코스에서는 허설이 되고 만다.

또한 이같은 러프없는 코스들이 높이 평가되어 골프잡지등에 '한국의 베스트코스'로 선정되는 해괴한 넌센스가 벌어지기도 한다.

“좋은 코스에는 좋은 러프가 있어야 한다”는 원리를 신봉하는 골프장의 오너나 CEO도 더러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영리주의와 플레이어의 불만 섞인 항의에 이를 관철시키지 못한다.

18홀에 하루 300∼400여명을 순환시키려면 깊은 러프를 용납할 수 없다.

결국 한국의 코스에서러프는 수익감소·진행지체·플레이어의 스트레스 고조, 그리고 코스에 대한 평가절하등을 몰고 오는 부정적이고 유해한 존재로 격하되고 만다.

미국 애리조나의 한 유명코스에 다녀온적이 있다.

동양인 우리 일행이 승용카트를 몰아 부드러운 잡초의 러프속을 이리저리 헤매며 볼을 찾고 있는 장면을 보고서 마샬이 달려와 주의를 주었다.

“골프카를 타고 페어웨이를 자유롭게 다니는 것은 좋으나 러프 진입은 불가하다”

이는 코스에서 러프는 페어웨이의 잔디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코스의 일부분이라는 의미다.

풀 한포기도 귀한 사막지대 코스에서 러프는 정성들여 가꾸고 양생해야 하는 '보호구역'임을 몰랐던 것이다.

우리는 러프 양생이 쉬운 혜택받은 자연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코스의 요건에서 러프를 배제하며 코스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깊고 질긴러프에 볼이 빠져 있을 때 우리는 스윙의 크기와 레이업, 그리고 톱핑등 여러가지 미스샷의 가능성을 생각 하게된다.

그래서 “골프코스는 거친 바다이고 골퍼는 항해하는 용감한 뱃사공”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는 골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잘 다듬어진 정원 타입의 코스, 러프없는 코스에서 좋은 스코어는 무의미하여 그래서 결코 명문이 될 수 없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골프장들중 스카이72GC·동촌CC·남춘천CC·오렌지듄스 등은 `러프'를 코스구성의 한 요소로 이해하고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골프클럽의 자존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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