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정 칼럼(5)] 골프에 부적합한 사람
[최영정 칼럼(5)] 골프에 부적합한 사람
  • 민경준
  • 승인 2013.11.21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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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스코틀랜드의 중부 노스버위커GC가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한 거물급 멤버의 자격문제가 상정되어 갑론을박이 오갔다. 그가 플레이중 남을 불쾌하게 만드는 언동을 일삼고 태도도 거만할 뿐만 아니라 골프를 모독하는 말을 자주 쓴다는 이유에서다.

'남을 불쾌하게 만드는 언동'으로는 남이 샷할 때 떠들고 움직이는 일, 스윙폼까지 참견하며 되지도 않는 레슨을 하는 일, 그리고 남의 퍼트가 짧기라도 하면 우리식으로 '공무원 퍼트' 운운하며 놀리는 일 등이다.

이사회는 남의 미스샷에 대해 이런저런 뒷말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매너라며 '입이 썩어도 해서는 안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거만한 태도로는 자기 샷을 뽐내고 남의 미스샷에 기뻐하거나 비웃는 일, 게임에서 이기기라도 하면 교만하게 굴어 남을 내리깔기 일쑤고 지게되면 핑계대고 변명하는 일 등도 지적되었다.

또 플레이중 판정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자네 볼은 OB야” “틀림없이 벙커에 빠졌을 걸” 이라며 단정하는 등 신사답지 않은 경박성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경솔한 판정은 상대에게 상처를 더해주고 경솔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심하게 할 뿐이다. 골프를 모독하는 말도 문제가 되었다. “덥다 춥다” “왜 비가 오는 거야” “바람이 너무 분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그의 불평 불만은 자연에 대한 악담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골퍼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계율을 어긴 것으로 자연조건이 싫으면 실내스포츠를 택했어야 옳다는 이론이다.
그들은 코스의 상태를 두고도 “러프가 너무 길다” “벙커모래가 무겁다” “그린이 너무 빠르다 느리다” 등의 비난도 골프와 코스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했다.

이같은 철딱서니 없는 골퍼는 골프가 자연을 상대로 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오직 스코어만을 추구하는 '꼴퍼'로서 골프를 할 자격이 없다.

자연과 코스,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3자 싸움인 골프게임에서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지 않으려는 인물은 골퍼로서나 클럽멤버로서난 부적합 하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골프를 잘치는 사람'과 '골프를 잘하는 사람'은 그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골프를 잘하는 사람은 우선 말이 적다. 옆사람이 흥에 겨워 떠들어대도 그는 어쩌다 한두마 디를 거들 뿐이다. 말하는 시기도 잘 고른다. 조크도 분위기를 보아가며 가볍게 던지고 캐디를 부르는 일도 좀체 없다.

볼도 예비로 1∼2개 더 갖고 다니며 다음 샷을 위해 클럽도 2∼3개 미리 뽑아 든다. 이런 사람들은 미스샷을 해도 볼에서 눈을 떼지 않고 볼의 방향을 끝까지 뒤쫓아 볼을 쉽게 찾아낸다.

멋있는 골퍼는 오너일 때도 다음티로 서들러 가서 곧바로 티샷을 하며 오너의 임무를 신속히 끝낸다. 반면 골프가 서툰 사람은 오너를 하더라도 동반자들을 기다리게 하고, 혹여 롱퍼트라도 들어가면 그린위에서 껑충껑충 뛰며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골퍼가 늘어나고 대중화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요즘 우리 주위에는 `골프에 부적합한 사람'이 골프를 망치고 있는 예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골프는 그 사람의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기다. 그러므로 늘 자기 반성이 뒤따라야 하고 남들로 부터 기피를 당하는 불행한 골퍼가 되지 않도록 매너와 에티켓에서 부터 플레이의 적정 속도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골프만큼 한 인간의 사람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게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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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기자 최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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