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정 칼럼(22)]​ 팔순의 그린키퍼가 말했던 것처럼…
[최영정 칼럼(22)]​ 팔순의 그린키퍼가 말했던 것처럼…
  • 민경준
  • 승인 2014.08.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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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주년을 맞은 골프산업신문의 독자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스코틀랜드의 명문코스 로열트룬(Royal Troon)에서 평생을 그린키퍼로 일해 온 팔순의 에드먼드 혼타크옹을 '골프발상지'에 자리잡은 굴지의 명문학교인 세인트앤드루즈 대학이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
이것은 매우 희귀하고 파격적인 일이었다. 명문대학의 지성들이 골프장의 한낱 늙은 그린키퍼를 불러내어 무엇을 듣자는 것이고 또한 연로한 그린키퍼는 무슨 말을 들려줄 것인가.
혼타크옹은 1000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두시간 동안 코스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지만 정작 맨 마지막에 가장 강조한 내용은 '골프에서는 매너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었다.
“골프의 목적이 스코어에만 있다면 너무도 슬픈일이 되고 만다. 위대한 자연의 품에 안겨 산책을 즐기고 정다운 벗들과 담소하는 가운데 게임에 열중하되 성공했을 때나 실패했을 때를 가리지 않고 항상 즐겁게 웃을 일이다”
순간 조용했던 강당 안은 함성과 박수소리로 떠나갈 듯 요동쳤다.
영국이 낳은 명골퍼 에이브 미첼의 명언에 “골프는 매너가 첫째이고 스코어는 둘째이다. 그리고 이것은 골프의 헌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가슴 깊이 음미해 볼 뜻깊은 명언이다.
골프에서는 왜 그토록 매너며 에티켓을 따지려 드는 것일까.
무매너의 행동은 남에게 지장과 피해를 주고 불쾌하게 하기 때문이다. 무매너이면 골프장은 손괴되고 혼란이 겹치게 된다. 필경 코스는 황폐해지고 여러 사람의 플레이는 질서를 잃고 만다. 그 불편과 피해는 필경 각자에게 되돌아 올 뿐만 아니라 살상의 위해 사태까지도 생겨 모두가 전전긍긍하기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규칙도 매너도 모르거나 알고도 안지키며 '놀이'로만 골프를 하는 사람, 에티켓은 전혀없고 스코어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골퍼, 비거리에만 눈빛을 번득이는 수준의 사람들로 골프장이 가득하다면 골프가 너무도 가엽고 딱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매너는 골프에서 불가결의 첫째 요소이다.
영국형 계급사회는 매너라는 예의 범절을 지켜옴으로써 유지된다. 사람들이 매너를 잃으면 흉포해지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비민주적이기 보다는 예의를 잃었을 때가 더 무섭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예의 범절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예의범절은 사회적 풍요를 낳는데 공산사회에는 그런 풍요가 없었다”라는 일본의 가세 히데아끼 교수의 말에 그대로 긍정이 간다.
매너란 예의 범절은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 전해지는 가풍같은 것임에 반해 에티켓이란 규칙은 상층계급의 사교상의 룰로써 다분히 배타적인 점에서 구별되고 다르다고 한다.
영국 중류 이상의 가정에서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매너를 익힌다. 너무 말을 많이 하지 않도록 주의 받으며 표정을 요란히 짓지 않으며 침착한 태도를 지키도록 교육된다. 그 밖에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쾌락을 추구하지 말고, 피스(Ps)와 큐스(Qs), 즉 '플리즈'와 '생큐'를 항상 빠트리지 않고 말하도록 습관화 한다는 것이다.
“골프 매너? 나하고는 관계없어”라고 말하지 말자.
좋은 매너의 플레이어는 인격이 한 단계 높아 보이지만 무매너의 플레이어에게는 인간 실격의 낙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찍혀 진다는 것을 알 일이다.
매너쯤 안지켜도 동료끼리의 골프인데 괜찮겠지 하는 등의 응석도 부리지 말아야 한다. 그의 가정, 품성, 인격 등이 새삼 따져진다는 골프, 이 얼마나 무서운 스포츠 인가. 따라서 '매너' 또 '매너'를 내세워 스스로 부단히 경각심과 자제력을 환기시켜 자제·자중토록 해야 한다.
나는 지금 그 옛날 로열트룬에서 평생을 일했던 팔순의 그린키퍼가 그랬던 것처럼 '골프에서 매너'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창간 1주년을 맞은 골프산업신문 독자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골프는 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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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기자 최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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