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정 칼럼(23)] 골프와 캐디 모두에게 미안하다
[최영정 칼럼(23)] 골프와 캐디 모두에게 미안하다
  • 민경준
  • 승인 2014.09.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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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경기도 용인시 88컨트리클럽.
캐디들이 농성 파업 후 골프장과 체결한 단체협약 중에서 “성희롱을 예방해 줄 것. 가해자(손님 포함)는 조사 후 조치해 줄 것”등의 캐디측 요구사항이 주목됐다. 성희롱도 파업요건이 된 것이다. 골프장이 성희롱 해방구로 버틸 것인가.
그들이 내세운 꼴불견 남성골퍼 상을 보자.
1.캐디피를 천원짜리로 주는 '사람’ 2.볼이 잘 안 맞으면 캐디 탓으로 투덜대는 '인간’ 3.캐디를 하녀로 아는 '사내’ 4.반말로 시종하는 '녀석’ 5.연락처를 주며 작업을 거는 '자식’ 6.심한스킨십과 노골 이상의 음담패설을 하는 '놈’
같은 해 충남 금산군 대둔산CC(현 에든버러CC) 캐디들이 57일간의 격렬하고 지루한 농성 파업을 끝내고 클럽 당국과 노사협약을 체결했는데 역시 성희롱 건이 들어 있다.
이 협약으로 캐디의 정년이 58세로 인정되어 전국 골프장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협약 중 가장 주목된 조항은 제64조 '직장 내 성희롱과 폭행 금지’이다. 내용을 보면
1.회사는 직장에서 언어, 육체, 시각 등 여러 성희롱을 금지한다. 성희롱이나 폭행을 가한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2.회사는 내장자의 가종 성희롱 및 인격모독 방지에 최선을 다한다.
3.캐디 및 여직원에게 성희롱, 인격모독을 한 골퍼에는 1회 경고, 재발 시 2개월 출장금지 조치한다.
이상에서 캐디들의 불만 중 남성골퍼에 의한 성희롱과 폭언 등 비인격적 처우가 큰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성희롱을 없애 달라는 캐디들의 절규의 예를 들어보자. 모 신문에 게재된 '캐디가 본 세계’라는 기사에는 “치근대는 남성골퍼가 많은가?”란 질문에 캐디들은 “많아요.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고 손으로 은근슬쩍 가슴을 건드리거나 엉덩이와 귀를 더듬기도 해요”라고 답했다.
또 “60대 이상의 돈 많다고 자랑하는 노년이 '만나자. 호강시켜 주겠어’하며 보채요. 아내가 미국 갔으니 그동안 데이트 하자는 제의도 있었어요. 손님이니까 거의 문제 안 삼고 넘어가죠”라고 덧붙였다.
위와 같은 캐디 성희롱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이미 14년 전에 캐디 성희롱 예방과 조치에 대한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운드 중 캐디 성희롱 사건은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렸고, 이번엔 그 '최신판’으로 전 국회의장까지 등장했다.
지난 9월11일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라운드 중 캐디의 신체를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골프장 측은 “라운드 도중 캐디로부터 ‘박 전 의장의 신체 접촉이 심하다’는 내용의 무전 연락을 받았다”며 “9홀을 마친 뒤 스스로 교체를 요청해 다른 캐디로 바꿨다”고 전했다.
성추행 당한 캐디의 동료는 “몇년 전에 내가 모시고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행위가 과히 좋지 않았다. 캐디 동료들 사이에서 기피 고객으로 소문이 났다”고 말해 박 전 의장이 행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이에 박 전 의장은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다.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안하는 것만도 못한 해명이라는 것이다.
박 전 의장께 한 번 묻고 싶다. 당신의 20살 넘은 손녀가 당신 나이대의 남자에게 똑같은 일을 당하고 “손녀 같아서 그랬다”고 해명하면 이해하고 넘어가 줄 수 있느냐고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일은 계속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손님’이라는 이유로 캐디도 골프장도 공개하거나 확대시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걸 이용해 상습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골프는 매너와 에티켓을 중시하는 스포츠인데, 이런 미개하기 짝이 없는 일이 발생하면 늘 저지른 ‘놈’과 골프가 함께 욕을 먹는다. 당연히 골프는 죄가 없다. 그걸 하는 사람이 못난 탓이다.
또 한 번 골프에게 미안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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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기자 최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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