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심판이 따로 없고 골퍼 스스로 심판이 된다. 속이는 사람이 없다는 전제 아래 플레이하는 신사의 게임이다. 하지만 골프만큼 속이기 쉬운 스포츠도 없다. 남이 보지 않으면 볼을 슬쩍 샷하기 좋은 곳으로 옮기고 싶은 유혹이 늘 따르게 마련이다.
인생에서 ‘치터’(cheater·속이는 자)로 낙인찍히는 것 만큼 불명예스러운 일도 없다. 최근 LPGA투어 수잔 페테르센은 그의 오랜 골프 지기이이기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그는 너무 속인다(He cheats like hell)”고 언론에 폭로한 바 있다.
미국 골프 격언에 ‘골프에서 속임수를 쓰면 비즈니스에서도 속인다(They say that if you cheat at golf, you cheat at business)’는 말이 있어 비즈니스맨이나 정치가는 라운드를 할 때 더욱 조심하는 편이다.
서양인들은 자녀에게 ‘골프를 할 때 속이지 말라. 골프 신들이 보고 있다(Don’t cheat. Golf Gods are watching)’고 가르친다.
우리나라에선 지위가 높을수록 은근슬쩍 속이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주위에서 부추긴다고 하지만 확고한 주관과 자존감이 있으면 그런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골프 속이기는 대략 53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 중 골퍼가 가장 많이 하는 5가지 행위를 살펴보자.
첫째는 라이 개선. 볼이 나무 밑 또는 숲 속으로 떨어지면 그대로 치거나 언플레이드 볼을 선언해야 하는데 샷 하기가 좋은 곳으로 옮겨놓고 치는 경우다.
두번째는 그린에서 퍼팅 거리를 단축하는 자벌레(inchworm) 골퍼가 많다. 볼을 마크한 자리에 다시 놓지 않고 벌레가 기어가듯 매번 1인치 가량 앞에 두는 것이다.
세번째는 소위 알까기다. 로스트 볼이나 OB가 난 볼을 ‘부활’시키는 기술이다. 호주머니에 구멍을 뚫고 볼을 바짓가랑이 사이로 굴려서 알을 까는 암탉 골퍼를 자주 본다.
네번째는 스코어 속이기다. 분명 스코어가 트리플인데 1타 줄여 더블보기로 적는 경우다.
다섯번째는 볼 바꿔 치기다. 티샷한 볼이 해저드에 들어가면 얼른 다른 볼을 내놓고 태연히 샷을 한다.
영어 속담에 ‘한 번 속이면 늘 속인다(Once a cheater, always a cheater)’는 말이 있다. 동반자는 못본척 하지만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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