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빠른 그린스피드 골프 망친다
지나치게 빠른 그린스피드 골프 망친다
  • 이계윤
  • 승인 2015.06.2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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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US오픈 우승 제프 오길비
“빠른그린 능사 아니다” 문제 제기
R&A “느린 스피드의 매력” 동조

비현실적 스피드는 실력보다 요행이 승부 좌우
가중되는 잔디 스트레스 코스관리 악순환 초래
'단단하고 적당하게 느린 그린' 골프재미 더해
스포츠 정신·환경보호 차원에서 생각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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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과 코스관리자들에게도 그린스피드의 향상은 커다란 과제로 다가왔다. 선수나 아마추어 골퍼 할 것 없이 `그린스피드=코스관리 수준'으로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US오픈 우승자인 제프 오길비는 무조건 빠른 그린스피드를 신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며 R&A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투어대회를 위한 코스세팅 시 가장 민감한 부분은 그린스피드일 것이다. 언제부턴가 대회코스 그린은 빠른 그린스피드가 필수가 됐고,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에 따라 그린스피드가 빠른 코스를 선호하고 있다.

골프장과 코스관리자들에게도 그린스피드의 향상은 커다란 과제로 다가왔다. 선수나 아마추어 골퍼 할 것 없이 `그린스피드=코스관리 수준'으로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빠른 그린스피드를 신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주목된다.

주인공은 바로 이름 모를 골퍼가 아니라 2006년 US오픈 우승자인 제프 오길비다.
더구나 R&A는 `느린 그린스피드의 매력'이란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오길비의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제프 오길비는 호주의 골프잡지에 칼럼을 게재해 `단단하고 느린 그린'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그는 느린 그린이 빠른 그린만을 선호하고 있는 최근 흐름에서 간과하고 있는 장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자신이 말하는 그린이 지나치게 느린 그린을 뜻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길비는 단단하고 느린 그린이 갖는 중요한 장점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홀 위치를 더욱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어 더 재미있어 진다. 그린이 너무 빠르면 경사면과 같은 곳은 홀로 설정할 수 없어 홀 위치가 줄어들고 이는 그린 위에서 다양한 공략과 변수를 감소시킨다.

■속도에 구애돼 고정돼 버렸던 홀 위치의 다양성을 회복해 코스디자이너가 원래 의도한 전략적 다양성도 회복하게 된다.

■어떤 날씨조건에도 골퍼에게 좀 더 일관된 플레이를 제공할 수 있다.

■예지작업 빈도를 줄여 잔디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불어 그린키퍼도 그린스피드 향상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관리가 가능해진다.

R&A는 오래전부터 단단한 그린을 지지해왔으며, 코스설계시에도 일정 등급의 단단한 그린을 만들 수 있는 곳에 그린 위치를 잡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스포츠잔디연구소(STRI) 역시 링크스나 평지 지형 코스 모두 이와 같은 내용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STRI는 클레그 임팩트 해머 테스트(Clegg Impact Hammer test, 토양의 단단한 정도를 측정하는 테스트) 기준으로 링크스는 100∼150G(Gravities), 평지지형은 85∼110G가 나오는 곳에 그린을 만들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같은 레벨의 단단한 그린이면 골퍼는 적절한 샷을 날렸을 때 그린에 볼이 멈추게 된다.

지나치게 빠른 그린은 보통 평상시 수준의 퍼트 갯수로 끝날 홀을 오버 퍼트하게 해 결과적으로 경기를 느리게 한다.

때문에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골퍼 실력대로의 경기가 아니라 운이나 요행에 따라 경기를 결정지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느린 경기속도와 긴 라운드 시간이 골프를 지루하게 하고 골프인구 유입을 방해한다는 주장에 따라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린스피드를 느리게 하는 것이 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골퍼 역시 요행보다 실력에 따른 경기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면 골프에 더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고 더 자주 라운드하려 할 것이다.

그린스피드 높이기 경쟁이 유행이 된 사이 코스설계가들은 빠른 그린을 만들 수 있게 평평한 표면을 창출해 내야 했고, 홀 위치의 다양성을 위해 평평한 땅은 더 커지게 됐다.

단단하고 느린 그린 지향은 코스설계가에도 매리트를 주게 돼, 그린 경사나 윤곽 설계에도 큰 자유를 부여해 줄 수 있다.

또 골퍼는 요행을 바라기보다 퍼트 라인이나 속도를 읽는 등의 스킬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고 이는 골프의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이러한 그린은 설계가, 골퍼뿐만 아니라 그린키퍼와 골프장에도 큰 혜택을 준다. 특히 가장 까다롭고 예민한 그린 관리 부담을 덜어주고 이로 인해 관리비용 절감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단단하고 느린 그린의 또 다른 잠재적 영향은 스팀프미터 개념 복원이다.
스팀프미터는 원래 그린키퍼들이 일관되게 그린이 관리됐는지 알아보는데 초점을 맞춰 퍼팅 표면의 빠르기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 스팀프미터는 이러한 원래 목적을 잃고 그린스피드가 얼마나 빠른지를 알기 위해 쓰이는 도구가 돼 버렸다. 속도 경쟁이 아니라 일관된 관리를 위한 측정방법으로 스팀프미터를 되돌려야 할 때다.

그린스피드 경쟁의 희생자는 예술성을 포기해야 하는 코스설계가뿐만 아니라 과도한 그린스피드로 인해 평소 실력이면 실패하지 않을 1미터 퍼트를 어이없이 놓쳐버린 골퍼도 있다.

그린키퍼 역시 일년 내내 비현실적인 그린스피드를 유지해 달라는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으며 고통 받고 있다.

빠른 그린을 위해 매우 짧게 깎는데만 초점이 맞춰진 무자비한 작업이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잔디는 큰 스트레스와 피해를 입는다.

단단하고 느린 그린은 의심할여지 없이 그린키퍼와 잔디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 좋은 품종으로 가꿔진 건강한 잔디는 아주 약간의 그린스피드 향상을 위해 너무 자주 희생되곤 했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코스관리도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 급한 불부터 끄고 보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잔디품종은 극한의 스트레스에도 죽지 않는 품질을 선호하게 되고 시비 및 관수량도 많아졌다. 아프지 않은 잔디가 아니라 아픔을 견디게 하는 방향으로 잔디를 관리하게 된 셈이다.

또 이 같은 잔디관리의 결과로 발생하는 대취층 제어를 위해 더 공격적으로 통기나 버티컬 작업, 탑드레싱을 하게 됐다.

가혹한 관리작업은 고스란히 잔디에게 스트레스로 돌아가고, 이 스트레스로 인한 병 발생을 막기 위해 살균제가 지속적으로 살포된다.

이러한 관리의 악순환은 골프라는 스포츠의 명성, 환경보호, 정부정책, 골퍼 어느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전 세계적으로 농약 관련 법규가 강화되고 있고 향후 10년 내에는 유럽 일부국가에서 골프장 농약 사용을 금지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는 가운데 그린스피드 경쟁과 이로 인한 코스관리법은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물론 건강한 잔디와 느린 그린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빠른 그린스피드에만 흥미를 갖고 있는 골퍼를 설득하고, 그린키퍼들에게는 건강한 잔디와 균형 잡힌 그린을 만들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오길비는 “내가 보기에 최근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그린스피드는 너무 높다. 그것은 대다수의 골퍼들이 즐기면서 골프를 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버렸다”고 말했다.

<골프산업신문 이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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