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토양·클라이언트, 이중 둘만 좋아도 설계가에겐 ‘땡큐’
부지·토양·클라이언트, 이중 둘만 좋아도 설계가에겐 ‘땡큐’
  • 이주현
  • 승인 2018.05.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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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 코스설계를 위한 조건들

골프코스 설계가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인생작’을 만들기 위해 이상적 프로젝트를 만나기를 바랄 것이다. 설계가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멋진 땅과 돈 많고 간섭 않는 클라이언트가 필수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모든 것이 갖춰진 프로젝트는 꿈에서나 나올 법하고, 바라는 것 중 한두 가지라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면 다행이다. GCA는 최근호를 통해 코스설계가가 원하는 프로젝트의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정리하고, 이에 두 가지 정도만 충족해도 멋진 코스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코스설계가가 원하는 이상적 프로젝트를 이루는 핵심 요소를 나열해 보자.

먼저 ‘부지’는 가장 분명하다. 설계가는 지형 변화가 적당하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형세의 땅에 흥미를 보일 것이다. 다만 너무 거대하거나 가파르지 않아야 한다.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골프의 영혼이 대부분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작은 높낮이 변화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지 형태뿐만 아니라 표면 아래에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모래’는 코스설계가의 가장 친한 친구다. 모래질 토양은 기본적으로 완벽한 투수성을 보장하므로 배수설비에 막대한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또 성토·절토는 물론 모양을 내기 쉽기 때문에 설계가가 원하는 새로운 모양으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아울러 골프를 위해 가장 좋고 지속가능한 코스 표면을 제공하는 세잎 잔디종이 자라기 위한 완벽한 매개체다.

세번째 핵심 요소는 ‘클라이언트’다. 코스설계가에게 완벽한 클라이언트는 억만장자이면서 세계 최고 코스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코스 설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설계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사람이다.

 

완벽한 지형과 토질은 꿈같은 일

그러나 완벽은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억만장자들은 어떤 일에 관여하고, 의사결정을 잘하고,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좀 더 현실적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주 좋은 클라이언트는 일을 하기에 적절한 예산을 제공할 수 있고, 설계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부지·토양·클라이언트를 갖고 있다. 다른 많은 요인이 있으나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세 요소 중 자신이 선호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설계가는 제대로 일하기가 힘겨울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러한 상황에서 성공한 설계가들은 아마도 프로젝트를 거절할 것이다.

스웨덴 코스설계가 크리스티앙 룬딘은 중부 스웨덴에 위치한 셰브데CC 리뉴얼에 대해 3요소 중 두 가지가 맘에 든다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셰브데는 인구 7만명 소도시로, 거대한 볼보 공장이 있는 대도시 예테보리에서 150km 떨어져 있다.

골프장은 1934년 개장해 1980년대 후반 재건설됐으며, 스웨덴 설계가 피터 노르드발이 새 코스를 만들었다.

노르드발은 대담한 설계가로 파3 블라인드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또 전형적으로 매우 큰 그린을 선호하는 확고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그러나 새 코스가 만들어진 후 30년 이 지난 현재 코스에 문제가 있어 골프장측은 룬딘에게 모든 수준 골퍼에게 더 나은 경기성을 제공하고 관리도 쉬운 코스로 리뉴얼해 줄 것을 요청했다.

셰브데 부지는 코스설계가가 꿈꾸는 윤곽의 유형으로 잔잔하게 아름답고 부드럽게 흐르는 언덕이다.

골프장의 호응도 좋아 리뉴얼을 위해 코스가 휴장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클럽하우스에는 점심을 먹는 회원 및 고객들도 가득 찰 정도다.

또 홈페이지는 새 코스에 대해 매우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총지배인인 클라스 크리스텐슨도 룬딘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

이로 미뤄볼 때 3요소 중 두 가지는 코스설계가의 맘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아쉽게도 트리플크라운은 어렵다. 토양이 무거운 점토질이기 때문이다.

룬딘은 “토양은 끔찍하지만 배경과 함께 부지 자체가 최고다. 캔버스는 완벽한 셈”이라며 “부지가 너무 좋아 디자인은 걱정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 핵심은 타이트한 예산으로 잘 일할 수 있는 시공사와 좋은 사람들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많고 간섭하지 않는 사람 있을까

룬딘이 선택한 시공사는 스코틀랜드 소재 회사인 넬슨&베키오였다. 설계가와 시공사는 200만유로(약 26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신중한 시간 및 비용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룬딘에 따르면 넬슨&베키오는 작지만 내실 있는 회사로 작업하기 쉽다. 또 코스에 열정적이고 셰브데와 같은 기발하고 작은 코스에 잘 어울리며, 디테일에 대한 집중도도 훌륭하다.

이 회사 데이비드 넬슨은 “부지 내 암반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고 토목공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조정이 있어야 했다”며 “매주 현장에서 룬딘이 당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려줘 공사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클라이언트, 시공사, 설계가 간의 탄탄한 관계를 통해 룬딘은 그의 디자인 한계를 어느 정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이처럼 코스 조성을 위해 부지, 토양, 클라이언트 등 3요소 중 두 가지만 설계가 입맛에 맞으면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멋진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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