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학·잔디산업의 절대적 선구자였던 분”
“잔디학·잔디산업의 절대적 선구자였던 분”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18.06.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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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스승 제임스 비어드 박사를 추모하며

비어드 교수만 보고 떠난 유학길

한국시간 5월15일 ‘스승의 날’에 나의 스승 제임스 비어드(James B. Beard) 박사(사진)가 세상을 떠났다.

내가 비어드 박사의 존재를 처음 알았던 때는 1976년 수원의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원예학과 3학년때 염도의 교수님(1987년 작고)을 통해서다.

염 교수님은 비어드 박사를 ‘잔디의 거장’으로 소개하며 그의 학식과 인품에 신뢰를 보냈다. 이후 나는 그분 저서 ‘Turfgrass:Science and Culture’를 읽고서 잔디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대학원 진학후 학군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했지만 당시는 전두환 정권의 학원탄압이 극에 달했다. 이 때 염 교수님은 나에게 미국으로 건너가 비어드 박사 밑에서 공부해 볼 것을 권했다.

나는 Texas A&M University 입학허가서를 받아 1981년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생활 6년째인 1987년 박사학위를 마친 후 비어드 교수는 나에게 미국에 남아 좀 더 함께 일해줄 것을 청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교에 자리가 생겨 1988년 귀국을 결정했다.

미국을 떠나오기 하루 전날 작별 인사를 드리기 위해 그를 찾았다.

“교수님 저는 내일 한국으로 떠나야 합니다”라고 말씀 드리니 말 없이 나를 큰 팔로 한참동안 껴안은 후 쳐다보시는데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귀국 이듬해인 1989년 여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잔디학회에 참석해 박사님을 만났다. 여기서 연세대 주영규, 단국대 최준수 교수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인 Nick Christian, Tom Fermanian 교수들과 함께 비어드 박사를 한국으로 초청키로 하고, 이후 국내 최초 잔디관련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잔디분야 교육과 연구 평생 헌신

미국 오하이주 한 시골마을에서 1935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비어드는 육중한 체구로 고등학생때는 미식축구선수였다.

하지만 공부가 더 좋았던 그는 Ohio State University 농학과에 입학한다. 여기서 최우등졸업생으로 학부를 마칠 즈음 식량작물학 전공으로 대학원을 가려고 면담차 Purdue 대학교에 담당 교수를 찾아갔던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되었다.

만나고 싶었던 교수가 부재중이라 막연히 복도에서 부인(학부때 결혼한 2년 연상 Harriet)과 같이 기다리는데 마침 지나가던 다른 교수는 이 부부가 딱해 보였던지 아니면 똑똑하게 보였던지 자기 방에 가서 기다리자며 데리고 들어가서는 급기야 잔디를 전공하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한 것이다.

그 교수는 William Daniel 박사로서 당시 잔디분야 권위자이자 ‘Turfgrass Management’를 쓴 분이다.

이렇게 잔디와 본격 인연을 맺은 비어드는 미국학술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 후원금으로 잔디생리생태학 석·박사를 마친 후 1961년부터 Michigan State University 조교수로 첫 직장을 잡게 된다.

이후 1975년 Texas A&M University로 옮겨 1992년 은퇴하기 까지 오로지 잔디분야 교육과 연구를 위해 헌신했다.

미시간에서는 세계 최초 잔디전문연구농장(Hancock Turfgrass Research Farm)을 설립했고, 이 곳에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며 당대 최고의 잔디학자들을 배출했다.

텍사스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한국잔디를 비롯해 주로 난지형 잔디를 대상으로 연구활동을 이어갔다.

1982년부터는 앞으로 닥칠 ‘지구촌 물 문제’가 심각해질 것을 예견하고 USGA 지원을 받아 잔디분야에서 처음으로 물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박사는 잔디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실험실 뿐만 아니라 현장 중심의 과학적이고 체계적 방법으로 연구했다.

 
경험적 잔디관리에서 학문으로 발전

2017년 여름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국제잔디학회에 나는 ‘Zoysiagrass Symposium’ 한국대표로 참석해 비어드 박사를 만났다. 왼쪽부터 Paul Rieke 교수, 비어드 교수, 지바대학 Tonogi Hideaki 교수, 뒷줄은 필자.

특히 잔디 관련해서는 식물생리, 토양, 영양, 병리, 해충, 잡초 등 전문가팀을 만들어 연구를 했다.

당시 이러한 학자들은 많지 않았을 때였다. 이전에는 골프장 및 축구장의 경험위주였던 잔디관리를 실험과 연구에 의한 학문분야로 뒤바꿔 놓은 것이다.

그는 잔디분야 바이블로 통하는 ▲Turfgrass:Science and Culture를 비롯해 ▲Turfgrass Encyclopedia ▲Turfgrass History and Literature:Golf, Lawns, and Sports ▲Turf Management for Golf Courses Turfgrass Encyclopedia 등 8권의 전문 서적과 650여편의 학술논문을 남겼다.

그가 배출한 수많은 잔디학자들은 지금까지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잔디학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흔히 미국 내 잔디학자들을 놓고 비어드 박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잔디 분야를 학문적으로 한 단계 위로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뛰어난 행정력은 미국작물학회(Crop Science Society of America) 내에 잔디분과(C-5) 설립을 주도했으며, 이후 미국작물학회 회장과 국제잔디회장을 역임했다. Royal Horticultural Society(영국왕립원예가협회)로 부터는 Veitch Medal을 받기도 했다.

은퇴 이후에도 자택에 International Sports Turf Institute를 만들어 부인과 같이 전 세계를 다니며 골프장과 경기장 등 잔디관련 자문을 했다.

나이가 들고 몸이 허약해지면서 자신의 모든 잔디관련 책들과 관련 물품들을 2003년부터 Michigan State University 내 Turfgrasss Information Center에 기증해 ‘Beard Collection’이라는 한 코너를 만들었다.

2004년 연구년 시절 이 곳에 들러보니 그가 소장했던 많은 책들과 사진, 그리고 나도 함께 만들었던 여러 보고서들도 비치되어 있었다.

미국 내 대학교와 관련 단체에 재산 기부를 많이 해왔고, 비어드장학재단을 만들어 후학양성에도 힘을 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1987년 염도의 교수님, 2004년 류달영 교수님, 2008년에는 친부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그리고 올해는 마지막 한분 이셨던 비어드 아버님과도 이별을 했다.

나는 참 복이 많아서 훌륭한 아버님을 여러 분 두었던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들의 찬란한 업적을 돌이켜 보며 나는 이제껏 어떻게 지내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이제 정년을 3년도 채 안 남긴 시점에서 한없이 머리가 조아려진다.
 

김기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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