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볼거리는 없지만 플레이하기는 말할 나위 없이 좋다. 시각적 질서의 또 다른 일면은 시각적 리듬(visual rhythm)이다. 골프에서 시각적 리듬은 3차원 물체의 윤곽이 정해주는 모양 및 그 간격과 관계가 있다.

수직적 리듬(vertical rhythm)은 일련의 봉우리와 골짜기를 만드는 토목공사 또는 수목식재에 의해 만들어진다.

반면 수평적 리듬(horizontal rhythm)은 모래 벙커 가장 자리의 자유스런 흐름, 페어웨이의 꾸불꾸불한 선형 또는 워터해저드의 우아한 곡선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시각적 리듬이 규칙적일수록 각각의 요소는 조절이 더욱 잘된 것으로 보이며, ‘추함’의 또 하나 근원인 ‘통제불능’의 상태를 벗어나기 쉬어진다. 시각적 리듬을 느리게 할 수 있어 조용히 흐르는 개울굽이와 같이 안정되고 거의 움직임이 없는 장면을 암시할 수도 있으며, 빠르게 할 때는 계류를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수와 같이 역동적인 에너지를 묘사하게 할 수도 있다.

보는 사람의 눈에 비치는 시각적 리듬은 심신양면 모두 조용히 잠들어 있기도 하고 깨어있기도 하다. 리듬이 너무 느리면 보는 사람의 감각을 잠들게 하고, 리듬이 너무 빠르거나 돌발적이면 보는 사람은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시각적 리듬의 하한 수준은 너무 느려 지루해질 지경에 이르는 것이고, 상향 수준은 긴장감이 너무 높아 부자연스러워지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골프코스 부지 전체 지형은 뚜럿한 리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리듬이 너무 강하면 설계자는 그것과 각 홀의 조화를 이루는 일만 하면 된다.

그러나 현장에 뚜렷한 리듬이 없으면 설계자는 시각적 이동(visual movement)을 통해서 코스에 개성을 불어넣는 일을 해야 한다.

지면의 실제 기복은 봉우리와 골짜기를 만들거나 식물을 식재해 그 지형의 기복을 완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고유의 리듬, 혹은 그 리듬으로 인한 결함을 가진 각각의 현장은 그 자체이며 하나의 시각적 리듬의 실체가 된다.

네이플스 내셔널 코스 전체 부지는 표고차가 약 30㎝로 거의 평탄했다. 그러나 페어웨이에 평균 약 90㎝만의 복토를 했는데도 변화와 간격의 멋진 리듬을 만들어 코스에 독특한 개성을 심었다.

다행히 몇몇 현장은 가장 좋고 다양한 특성의 리듬을 가지고 있어 설계자들은 코스에 더 많은 변화와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유능한 설계자가 개성이 다양한 현장을 만나면 ‘친밀’과 ‘즐거움’의 ‘기쁨’ 수준을 초월해 ‘경이’ 또는 ‘경외’의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건대 경이 또는 경외의 경지에 이르는 골프코스 치고 개성이 독특한 부지가 아닌 곳에 건설된 곳은 없었다.

예를 들면 글렌마우라 내셔널(Glen maura National), 로얄도녹(Royal Dornoch·사진), 파인밸리(Pine Valley), 데블스 페인트브러시(Devil’s Paintbrush), 로열카운티다운(Royal County Down), 사이프러스포인트(Cypress Point) 등이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