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골프규칙 위반과 주홍글자
[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골프규칙 위반과 주홍글자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2.09.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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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설가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대표작 ‘주홍 글자’(The Scarlet Letter, 1850)에서 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간통을 저질러 사생아를 낳은 죄로 자신의 옷 가슴에 간통을 의미하는 ‘A’(Adultery)자를 달고 산다. 그래서 ‘주홍 글자’는 어떤 죄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 같은 관용어로 굳어졌다.

유망주로 각광 받던 19세 여자 골퍼가 지난 6월 2022 한국 여자오픈 골프 선수권대회 1라운드 15번 홀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볼로 플레이를 한 것을 1개월이 지난 7월 자진신고 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결과 그 선수는 KGA로부터 3년 출전 정지에 이어 KLPGA 상벌위원회에서도 출전 정지 3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상벌위원회는 “골프는 자신의 양심이 곧 심판이 되는 유일한 종목’이라는 골프의 기본정신을 훼손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골프규칙 ‘1.2 플레이어 행동기준(Standards of Player Conduct)’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지켜야 하는 행동 중 첫 번째로 ‘규칙을 따르고 모든 페널티를 적용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직하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위원회는 플레이어의 부당한 행동에 대해 실격이 아닌 다른 페널티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매우 부당한 행동 중에는 ‘관련 규칙을 위반하는 경우 페널티를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지 않음으로써 상당히 큰 잠재적인 이익을 얻는 행동’이 포함된다.

3년 출전 정지 징계 발표 후 부모나 코치 혹은 캐디에 대한 책임 또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골프 규칙 ‘1.3b 규칙의 적용’에서는 ‘플레이어는 스스로 규칙을 적용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규칙을 위반한 경우, 플레이어는 스스로 그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 그 페널티를 정직하게 적용해야 한다. 페널티가 부과되는 규칙을 위반한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그 페널티를 적용하지 않은 경우, 플레이어는 실격이 되고, 둘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어떤 규칙이나 페널티가 적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그것을 무시하기로 합의한 후 그들 중 누구든 라운드를 시작한 경우, 그들이 그 합의를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았더라도 그 플레이어들은 모두 실격이 된다.

1985년 디오픈 예선에서 데이비드 로버트슨(스코틀랜드)이 그린 위에서 ‘동전치기’로 볼 마커를 홀에 가까이 던지는 것이 적발되어 R&A는 로버트슨에게 평생 출전 정지의 중벌을 내렸다.

또 2022년 6월 부산 아시아드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2부 투어인 스릭슨투어에서 소위 ‘알까기’ 한 것을 인정하지 않다가 볼을 찾은 경기위원장에게 발각된 선수는 결국 잘못된 볼 플레이를 시인하고, 자격정지 5년에 벌금 50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낙인의 사전적 의미는 ‘쇠붙이로 만들어 불에 달구어 찍는 도장. 다시 씻기 어려운 불명예스럽고 욕된 판정이나 평판’을 이르는 말이다.

서양 고대문명에서도 사람들은 식기나 항아리, 벽돌이나 기와 등의 물건에 도공의 이름이나 특정 상징을 새겨 넣었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불에 달군 인두로 자기 가축에 고유의 낙인을 찍어 소유물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사용했다.

우리말에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시치미’가 있다. 고려 시대 때 매사냥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길들인 사냥매를 도둑맞는 일이 잦아져 서로 자기매에게 특별한 꼬리를 달아 표시했는데 그것을 ‘시치미’라고 했다. 그래서 시치미를 떼어버리면 누구 소유인지 알 수 없게 되므로 여기에서 ‘시치미를 떼다’는 말이 유래했다.

소설 ‘주홍 글자’에서 헤스터 프린은 주홍색 ‘A’ 자를 평생 가슴에 붙이고 다니는 처벌을 받은 이후로 몸가짐을 조심히 하고 선행을 베푸는 데에 매진함으로써, 점차 동네 사람들의 평판 또한 개선됐다. 또한 그의 가슴에 단 주홍빛 A 글자 장식의 의미에 대한 해석 또한 adultery(간통)에서 able(유능함)이나 angel(천사) 등으로 변화했다.

협회 징계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가슴에 찍힌 낙인을 able이나 angel로 만들 것인지, 또는 오명으로 남길 것인지는 선수의 마음가짐과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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