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이면 잔디에게는 갱년기라 할만하다. 갱년기는 사람이 장년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로 신체 기능이나 대사 작용에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휴면기에 접어들 때쯤 잔디는 양분의 대부분을 저장기관으로 옮겼거나 옮기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들잔디의 지상부 잎과 줄기는 죽기까지 한다. 그래서 병원균에 대한 몸의 저항력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 누른잎마름병(황색마름병, yellow patch) 병원균은 이때를 노린다.

이때 잔디에게 찾아오는 병이 누른잎마름병. 다행히 그 병은 들잔디를 감염하지 않는다. 누른잎마름병은 보통 한지형 잔디가 겨울 휴면에 들어가기 전에 찾아온다.

이들은 크리핑 벤트그래스, 켄터키 블루그래스, 퍼래니얼 라이그래스, 톨 훼스큐 등 한지형 잔디에서 발생한다. 병원균은 낮은 온도를 좋아하는 곰팡이로 10~15℃에서 병을 가장 일으킨다. 25℃이상에서는 병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낮은 온도에 최적화 되어 있다.

병원균은 곰팡이이기 때문에 높은 습도를 좋아한다. 몇 년 전 강원도와 경기도 소재 일부 골프장에서 누른잎마름병이 크게 발생했던 이유도 가을철 지속적인 강우와 평년보다 높은 기온 때문이었다.

누른잎마름병은 잔디가 적갈색으로 변하고 심할 경우에는 고사한다. 발병시기는 보통 겨울 초입인 10월 하순~12월 초순이나 이른 봄인 2월 하순~3월 중순 정도에 볼 수 있다. 골프장의 크리핑 벤트그래스 퍼팅 그린에서 보통 직경 20~50㎝의 황색 원형으로 증상으로 나타난다. 병원균의 감염은 주로 지제부의 줄기부위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잔디가 심하게 죽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잔디 색이 노랗게 변하기 때문에 균일성이 떨어지고 보기에 좋지 않다.

특히 황색마름병의 발생은 잔디가 휴면에 들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온도가 점점 더 내려가면 병원균의 활동도 정지하여 병 진전도 멈춘다. 봄이 되어 온도가 올라가면 병원균 활동도 멈추고 반대로 잔디의 생장이 활발해지면서 병은 자연스럽게 치료된다.

누른잎마름병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곳은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비를 적절히 한다. 잔디의 양분 상태와 병 증상의 출현과의 상관관계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지만, 양분이 너무 적으면 저항성이 떨어지고, 과한 질소 시비는 식물체를 약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수 상태가 불량하다면 진균이 병원균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배수 상태를 개선하고 그늘이 있다면 그 면적을 줄이고 주변의 공기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좋다.

누른잎마름병 방제 약제로 몇 종이 등록되어 있다. 이미 병이 발생했다면 잔디의 생육이 빠른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약제처리는 병원균이 잔디에 감염하지 않는 휴면 돌입 전에 예방적으로 살포하는 것이 좋다. 식물체 안으로 약제가 침투하려면 대사활동을 할 때 살포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른잎마름병 발생 상습지역이라면 이른 봄 병원균이 다시 활동할 수 있는 온도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살균제 살포가 이루어지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