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교수의 병주고 약주고 37] 긴세월 서로 진화하며 공존 선택한 식물과 병원체
[장석원 교수의 병주고 약주고 37] 긴세월 서로 진화하며 공존 선택한 식물과 병원체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3.03.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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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부병 병원균에 저항성 차이를 보이는 크리핑 벤트그래스 품종.
설부병 병원균에 저항성 차이를 보이는 크리핑 벤트그래스 품종.

 

우리 인간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점점 공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일상에서 마스크를 벗는 공간이 계속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언제까지 같이 살아갈까? 1970년대 이후로 사라진 천연두 예를 따르면 좋겠지만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병처럼 식물과 병원체도 아주 긴 세월을 공존하며 진화를 거듭해 왔다. 예를 들어, 깜부기병 병원균은 밀을 수 천년동안 괴롭혔으나 그 둘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유전자 대 유전자 개념(gene-for-gene concept)”은 병원체의 병원성과 기주식물의 저항성의 단계적 진화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병원체와 기주의 진화는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 산물이다.

그 이론에 따르면 식물에서 병이 발생할 때 병원체와 기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유전자 수준에서 최초로 설명한 사람은 미국 노스다코타대학교 교수였던 식물병리학자 헤럴드 플로어(Flor) 교수이다.

그는 식물에서 병이 발생하려면 식물의 유전자와 병원체의 유전자가 서로 관여해야 한다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병원체와 식물 사이의 치열한 전쟁터로 들어가 보자.

병원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 병원체가 식물을 공격한다. 식물은 병에 대한 저항성 유전자와 감수성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어느 유전자를 갖고 있든 병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병원체의 공격에도 병에 걸리지 않는 식물 품종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날까? 플로어 교수는 그 현상의 원인이 식물 품종에게 있지 않고, 병원체에 있음을 밝혀낸다.

바로 병원체가 병원성 유전자 대신에 비병원성(Avr)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비병원성 유전자는 병원체가 기주식물 특정 품종에서 병을 일으킬 수 없도록 작용하는 유전자이다.

이렇게 비병원성 유전자가 있는 병원체와 병 저항성 유전자가 있는 식물 품종이 만나면 병에 걸리지 않게 된다. 결국 병 발생은 병원균의 비병원성 유전자 유무가 관건인 셈이다.

플로어 교수는 “아마”라는 식물과 “녹병균” 의 관계를 통해 “유전자 대 유전자 개념”을 밝혀냈다. 그는 1942년부터 1977년까지 유전자대 유전자 개념과 관련된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플로어의 이론은 많은 병원균에서 비병원성 유전자가 발견된 후인 1980년대에서야 학계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그의 이론을 인정하지 않았던 학자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병원성 미생물이 식물을 감염해서 양분을 얻고 자손을 만드는 것이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현상 아닌가? 하물며 병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는 비병원성 유전자가 병원체 속에 있다는 사실을 누가 쉽게 인정할 수 있을까!!

비병원성 유전자는 식물을 종의 수준에서 그리고 품종 수준에서 병원체의 기주범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 유전자는 식물에게 자기 스스로 세포를 죽게 만드는 과민성반응도 유도하는 등 다양한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생태계 전체를 보면 비병원성 유전자는 식물을 종이나 품종의 수준에서 적당한 밀도로 유지하는 역할의 해석도 가능하다. 비병원성 유전자가 없었으면 어느 식물 종은 이미 멸종했을 수도 있다.

어느 해와 마찬가지로 2023년 골프장 코스에서도 다양한 병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화학농약으로 그들을 완전히 제압한다는 목표보다는 비병원성 유전자처럼 적당한 선에서 생태계와의 공존을 택하는 것은 어떨까?

 

장석원; 농학박사. 한국골프대학교 교수(골프코스경영과). (사)한국잔디학회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 저서: 잔디학(공저). 네이버 블로그(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장석원; 농학박사. 한국골프대학교 교수(골프코스경영과). (사)한국잔디학회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 저서: 잔디학(공저). 네이버 블로그(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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