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사의 비밀-전문가가 제안하는 올바른 벙커사 고르기
벙커사의 비밀-전문가가 제안하는 올바른 벙커사 고르기
  • 이주현
  • 승인 2015.08.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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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함 유지하고 빨리 마르고 흘러내리지 않아야


경기력·배수·관리비용·코스 심미성에 큰영향
각진 모래가 표면 단단하게 하고 침식도 적어

품질이 가장 우선이고 색상·취향은 나중 문제
생산·공급하는 곳이 가까워야 원가 절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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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사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주는 동시에 관리·배수·전체적인 코스 심미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지 싸고 예쁜 것이 아니라 올바른 것을 골라야 한다. 


벙커는 골프코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이다. 골프에서 가장 유명한 ‘함정’이자 코스의 전략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스설계가들은 벙커설계에 심혈을 기울이고 그린키퍼는 완벽한 벙커관리에 집중한다.

모든 훌륭한 벙커의 심장은 훌륭한 모래라 할 수 있다. 코스 잔디를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벙커사를 고르는 일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 코스관리 전문지 GCM은 여러 전문가의 견해를 빌어 올바른 벙커사를 선택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했다.

“그린배토사와 될수록 비슷해야”

벙커에 볼을 빠뜨린 골퍼는 샌드웨지를 들고 한숨을 쉬며 깊은 벙커 속으로 들어간다. 볼은 모래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고 골퍼는 제대로 벙커를 벗어날 수 있을까 두려워한다.

물론 그는 멋진 샷을 날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다면 자신의 실력이나 클럽을 탓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골퍼의 미스 샷이 코스설계가, 골프장 오너, 코스관리자의 잘못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이 벙커사를 제대로 고르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벙커사는 골퍼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벙커관리·배수· 전체적인 코스 심미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벙커에 들어가는 모래는 단지 예쁜 것이 아니라 올바른 것을 골라야 한다.

2008년 USGA는 연구발표를 통해 벙커사 선택에 대한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코스관리자의 관점에서 벙커사로 적합한 모래는 단단함을 유지하고, 빨리 마르고, 강우나 관수 후 경사면에서 쉽게 침식되지 않아야 한다.

또 잔디뿌리층에 사용된 모래와 크기가 비슷해야 하는데, 이는 벙커샷 등으로 모래가 그린으로 들어갔을 때 모어 등 장비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뿌리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모래 입자 크기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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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설계가이자 ASGCA 및 GCSAA의 오랜 회원인 얀 벨 얀은 벙커사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탑드레싱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모래'라고 말한다.

또 그는 모래 입자 크기의 다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SGA 역시 뿌리층 모래 혼합과 벙커사는 입자 크기의 분배를 추천하고 있다.

벙커사 혼합에서 최소 60%는 입자 크기가 0.25∼1.0mm 정도의 중간 또는 굵은 모래여야 한다. 또 20% 이하로 0.15∼0.25mm 크기의 고운 모래가, 10% 미만은 0.002∼0.15mm 크기의 매우 고운 모래(미사 또는 점토)로 구성한다.

고운 모래와는 반대로 10% 미만은 1.0∼3.4mm 크기의 매우 굵은 모래나 고운 자갈이 들어간다.

어떤 벙커들은 껍질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골퍼는 벙커를 걸을 때 마치 먹는 파이 껍질에 발을 넣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이는 벙커사에 미사나 점토가 너무 많이 들어간 것이 원인이다.

입자의 모양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 벨 얀은 “모든 모래가 구슬 같은 구체를 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좀 더 각이 져야 하고 잘 쌓여야 한다. 그래야 더 안정적이고 볼이 파묻히는 것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USGA는 연구를 통해 각진 모래와 구형 모래의 성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각진 모래는 표면을 단단하게 하고 침식에 저항하기 때문에 벙커에서 오래 머물 수 있다. 반면 구형 모래는 강우 및 관수나 관리작업 시 침식될 가능성이 높다.

모래 유형·생산지·투입량

모래입자의 물질적인 면도 평가해야 한다. USGA 연구에 따르면 규사(silica sand)는 원래 형태를 오래 유지하고 풍화에도 저항하므로 벙커사로 적합하다.

다른 모래도 벙커사로 적합할 수 있지만 석회질 모래의 경우 풍화에 약하고 시간이 지나면 잘게 부서질 수 있다. 이는 배수 및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모래의 원산지도 고려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코스가 위치한 현지 또는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모래가 벙커 조성 예산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모래는 무겁기 때문에 운송료가 곧 가격이다. 어딘가 멀리서 모래를 갖고 와야 하는 경우 운송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으므로 거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파인허스트CC의 코스관리 총괄인 밥 파렌 CGCS에게 현지에서 모래를 찾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유명한 9개의 코스는 노스캐롤라이나 샌드힐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어 대부분의 리조트 골프코스가 그렇듯 토착 모래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2번 코스는 벤 크렌쇼와 빌 코어가 도널드 로스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복원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복원 전 파인허스트 2번 코스는 110∼115개의 벙커가 있었으나, 복원 후에는 대폭 벙커는 줄어들고 대신 러프의 잔디를 없애고 모래와 토착식물로 구성된 원래의 지형이 드러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모래의 대부분도 현지에서 조달됐으며 품질도 USGA의 가이드라인에 벗어나지 않았다.

부족한 모래는 20마일 떨어진 곳에서 가져왔으며 이 역시 파인허스트 토착 모래와 같은 유형 및 품질로 했다.

파렌은 모래의 유형뿐만 아니라 벙커에 투입되는 양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너무 많은 모래가 투입되고 있다고 본다. 내 생각에는 4인치 정도 깊이가 적당하다. 너무 많은 것보다 조금 부족하다 싶은 정도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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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사는 대부분 흰색·크림색·황갈색·베이지색 등이지만 일단 경기력과 관리적 측면에서 품질이 우선이며 색상등 개성과 취향은 맨 나중에 생각해야 한다.


색상 선택과 상징성

색상은 벙커사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요인이다. 코스에서 벙커의 색은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벙커는 흰색, 크림색, 황갈색, 베이지색 등이지만 오래된 코스의 경우 검은색을 띄기도 한다.

잭 니클라우스는 구리 제련 공장이었던 지역에 코스를 조성할 때 벙커에 검은색 슬래그를 사용하게 했다. 슬래그는 오랜 기간 운영됐던 이 공장의 구리 제련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었다.

이 슬래그는 일반적인 모래와 같이 각진 형태를 보이며 만져도 고운 벙커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다만 금속이기 때문에 모래보다 무겁다.

슬래그는 코스의 시그니처 룩이 됐지만 또 다른 장점도 있었다. 너무 작고 부드럽지 않기 때문에 볼이 벙커사에 깊이 박히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토착이라 할 순 없지만 슬래그는 현지 조달되고 있다. 도시 외곽에 엄청난 슬래그 더미가 있으며 이 골프장의 코스관리자인 조시 터너는 이를 그라인딩 휠로 가공해 벙커사로 사용하고 있다.

공장이 오래 전에 없어졌지만 슬래그가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무려 150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슬래그가 그린 토양에 유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터너는 걱정하고 있지 않다. 매년 에어레이션을 할 때마다 토양에서 슬래그가 발견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모래보다 무게가 있어 멀리 날아가지 않고 벙커가 그린에 아주 가깝진 않기 때문이다.

단점은 벙커의 검은색이 열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름에는 벙커엣지의 잔디가 마를 수 있어 수작업 관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열로 인해 잔디 성장이 둔해져 벙커엣지를 자주 다듬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벙커사의 색상은 단순히 보이는 측면만 고려하기 보단 코스가 자리한 곳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 좋다.

오거스타내셔널의 흰색 벙커사는 신드롬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많은 골프장에서 도입해 오히려 상징성이 떨어지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벨 얀과 같은 전문가들도 매년 마스터스가 있은 뒤 오거스타와 같은 벙커사를 사용하자는 회원들의 요청이 있다고 한다.

물론 흰색 벙커사는 다수의 골퍼들이 선호하고 코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트렌드에 따른 단순한 선택이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한다.
플로리다와 같은 사계절 햇빛이 강한 지역에 흰색 벙커사를 도입한다면 눈부심이라는 역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파렌은 “오거스타내셔널의 아름다운 벙커가 형식화에서 나온 것이라면 파인허스트 No.2의 아름다움은 지역적 특색에서 나온 것이다. 특정한 공식을 대입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는 말이다”고 설명했다.

벨 얀은 “회원들이 흰색 모래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반영해 줄 수 있다. 색상은 단지 취향의 문제”라며 “다만 색상은 코스관리자가 경기력과 배수 등에 적합한 모래를 찾은 다음에 선택해야한다”고 말했다.

만약 세 가지 다른 색의 모래가 있고 이들이 품질적으로 거의 비슷하다면, 이들 모두를 벙커사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는 말이다. '품질>취향'이라는 공식만 잘 지키면 될 일이다.

<정리=골프산업신문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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