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지키되 시대가 요구하는 코스기능 담아내야
원형 지키되 시대가 요구하는 코스기능 담아내야
  • 이주현
  • 승인 2015.09.04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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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호 송호골프디자인 대표이사

오래된 코스 리뉴얼 절실…“재능기부 하고 싶다”
코스와 설계자가 평생 함께하는 관리모델 구상중
설계철학 닮은 톰파지오와 함께 작업해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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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골프코스 설계를 얘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송호(58)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코스를 설계하고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린 `골프코스 디자인의 국가대표'다.

국내 55개, 해외 5개등 모두 60여개의 코스를 설계해 국내 코스디자인 분야에선 레전드라 불릴만한 인물이지만 정작 본인은 “이제야 코스설계를 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에서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과 변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코스설계에 대한 자료와 기사를 접하면서 코스설계가는 예술적인 감각과 과학적 지식, 경영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세 가지도 중요하지만 먼저 골프라는 스포츠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코스설계가라면 70타대부터 90타대까지 골고루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모든 골퍼의 수준에 맞춘 코스를 그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골프 다음으로 예술적 감각, 과학적 지식, 경제관념 순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싶다.


▶국내 골프역사도 100년이 넘어선 만큼 코스리뉴얼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코스 리뉴얼 설계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가.

-리뉴얼은 코스 원래의 레이아웃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유명하지 않더라도 오래된 코스에는 당시의 골프를 알 수 있고 그 코스에서 경기를 반복한 골퍼들의 기억이 쌓여 그 코스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원형부터 뜯어 고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원형성을 지키되 현재의 설계 트렌드를 가미시켜야 할 것이다.


▶러프등 비관리지역을 늘리고 불필요한 벙커를 없애는 등 관리비용을 줄이는 리뉴얼 흐름이 있다.

-형태는 기능에 따라서 변화한다. 요즘 골프코스는 적은 관리비용이 요구되는 만큼 이에 걸맞는 기능을 갖춘 코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따라 코스디자인도 자연히 바뀌게 되는 것이다.


▶최근 국내 골프장도 리뉴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나는 코스가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서 30년 이상 역사가 있고 명문이라 하는 곳들이다. 원형을 살리면서도 더 재미있는 코스로 만들 수 있는데 너무 그대로 두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몇 곳은 허락해준다면 재능기부로 리뉴얼 해주고 싶을 정도다.


▶골프클럽 성능이 날로 발전하면서 코스설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클럽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적극 찬성한다. 요즘 투어 경기를 보면 프로들이 무지막지한 비거리로 파5홀을 파4홀로 만들어 버린다.
때문에 도전적인 코스 공략에 따른 샷메이킹을 잘해야 하는 골프가 단순 비거리 대결로 흘러가고 있다.
야구에서 아마추어는 알루미늄, 프로는 나무 배트로 경기하듯 골프도 클럽에 대한 제한을 둬야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골프에 어느 정도의 차이를 두는 것이 좋다고 보는가.

-먼저 클럽의 경우 아마추어는 무엇이든 사용해도 되겠지만, 프로는 퍼시몬 헤드 우드를 사용해야 한다.
골프는 14개의 클럽을 모두 공정하게 사용해 승자를 가려내야 하는데 지금의 투어대회를 보면 장타자에게만 유리한 게임이 되고 있다. PGA투어 정상급 프로들은 대부분 300야드 이상의 비거리를 낸다.
그들에게 핸디캡이 높은 긴 파4홀을 설계하려면 드라이버로 300야드, 3번 아이언으로 240야드를 쳐야 하는 540야드 길이의 홀을 만들어야 한다. 너무 많은 토지가 필요하다. 코스설계가의 역량문제가 아니라 자원이 한정돼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얘기하자면 프로와 아마추어는 홀컵 사이즈를 달리해야 한다. 골프는 `2번 띄우고 2번 굴리는 게임'인데 띄우는 것만 차이를 두고 굴리는 것은 같은 조건이라는 건 불합리하다.
따라서 같은 컵사이즈(108mm)를 사용하지 말고 아마추어는 118mm 정도의 크기를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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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 대표가 설계한 힐마루CC.


▶최근 좌담회에서 3·5·7홀 등 미니 코스 조성 활성화를 주장하신 바 있다. 유럽에서는 6·12홀 규모 코스 개발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러한 코스들이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골프인들은 18홀이 아니면 큰일 나는 줄 안다. 유유자적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인들은 짧은 시간 안에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필요하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부지도 적게 필요한 미니코스를 도심이나 근교에 조성하면 누구나 쉽게 골프를 접할 수 있고 향후 골프인구의 주력이 될 시니어, 여성에게도 유리하다고 본다.


▶코스설계를 하면서 우리나라 곳곳을 살펴봤을 것 같다. 죽기 전에 꼭 설계해 보고 싶은 땅(지역이나 지형)이 있는지?

-다른 지형에 비해 구릉지에 코스를 설계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형이다.
구릉지는 토공량이 적고 지형을 이용한 전략적인 설계가 가능해 재미있는 코스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중국에 이러한 지형이 많다.


▶도널드 로스는 파인허스트 No.2를 일생동안 설계했다. 설계가라면 이렇게 평생을 바치고 싶은 코스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설계한 모든 코스가 그렇다. 신규 조성 때 한번, 리뉴얼 때 한번, 이런 식의 설계보단 설계자와 골프장이 손잡고 꾸준히 코스를 개선하는 것이 좋다.
골프장의 오너, CEO, 그린키퍼는 바뀔 수 있지만 코스를 설계한 사람의 이름은 영원히 남기 때문에 설계자가 코스를 평생 케어할 수 있는 `설계+관리' 모델이 필요하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멋진 코스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 코스설계가가 있나?

-단연코 톰 파지오라 하겠다. 페리 다이와 우정힐스에서 함께 일할 때 그가 내 설계스타일이 파지오와 비슷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 후 파지오의 코스를 가보니 감동적이라 할 만큼 나와 비슷한 설계철학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많은 코스를 설계한 만큼 많은 골프장을 찾았을 것 같다. 국내에서 라운드 해본 코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을 꼽아 달라.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나에게 감동을 주는 코스들이 있다. 내가 설계한 곳을 포함해 국내에선 파인비치, 블루원상주, 휘닉스파크, 파인리즈, 세인트포CC 등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 그렇다는 것이다.


▶맥킨지 박사, R.T.존스, 피트 다이, 톰 파지오와 같은 전설적인 설계가들과 지금 함께 있다면 어떤 얘기를 나누고 싶은가? 또 타이거 우즈와 같은 전설적인 선수와 함께 있다면?

-설계가들에게는 사는 얘기, 가족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그런 얘기들에서 인생철학을 알 수 있고 이것이 코스 설계철학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는 볼을 무슨 생각하면서 치는지, 무엇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하는지 골프 경기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또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골프를 한 단어로 얘기한다면?' 이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그렇다면 송호에게 골프는 한 단어로 무엇인가?

-`Mother Nature'다. 골프코스를 처음 디자인한 것은 자연이었으며, 나 역시 그 자연을 최소한으로 움직이면서 자연스러운 코스를 그리는 것을 철학으로 삼고 있다.

<골프산업신문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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