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의 글까지 몇 차례에 걸쳐서 잔디에 피해를 주는 주요 풍뎅이 종류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들 풍뎅이들이 실제로 잔디밭에 피해를 주는 것은 성충이 아니라 유충, 즉 굼벵이 시기다.
완전변태류인 풍뎅이는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세 번 탈피해서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우화하게 된다.
이 생육단계 중에서 알에서 깬 이후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 잔디뿌리를 갉아먹으며 피해를 주는 것이다.
굼벵이는 잔디뿌리를 갉아먹기 시작하는 부화시기부터 방제를 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잔디에 피해를 주는 주요 풍뎅이들의 생활사를 살펴보면 성충으로 월동하는 주둥무늬차색풍뎅이나 연다색풍뎅이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노숙유충인 3령충으로 월동한 후 이듬해 번데기가 되고 여름철에 성충으로 우화한다.
우화한 성충은 암수가 교미한 후 암컷들이 잔디밭을 파고들어가 토양중에 산란한다. 산란된 알에서 굼벵이가 깨어나는 시기는 풍뎅이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6월말∼8월말경이다.
즉 굼벵이의 피해가 시작되는 시기는 한여름철이다. 그러나 온난화의 영향으로 풍뎅이 발생시기도 점차 경계가 좁아지고 있다. 또한 같은 종류의 풍뎅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그 발생시기가 다르다.
한국잔디를 기준으로 볼 때, 이 시기는 생육이 가장 왕성한 시기다. 따라서 1령충들이 잔디뿌리를 갉아먹어도 잔디의 왕성한 생육으로 인해 표가 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굼벵이는 2령충을 거쳐 3령충이 되면서 먹는 양이 늘어나 뿌리가 남아나지 않게 되고 지상부의 잔디에도 건조피해가 나타난다.
이때가 9월말∼10월말경인데 이즈음은 한국잔디의 휴면이 시작될 시기다. 따라서 지상부에 나타나는 피해가 휴면에 의한 생리적인 현상으로 오인되기 십상이다.
이렇듯 굼벵이의 피해를 감지하지 못한 채로 겨울을 지나면 이듬해 봄이 되어 잔디가 그린업 될 때에야 굼벵이의 피해지역을 확인하고 그 지역을 대상으로 방제시약을 하기 쉬운데, 이미 `사후약방문'인 격이다.
즉 굼벵이를 대상으로 한 약제방제는 굼벵이가 알에서 부화하는 시기이며, 이 시기는 풍뎅이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은 여름철인 것이다.
정확한 시기는 지역에 따라, 골프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성페로몬트랩 등을 이용한 예찰활동으로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잔디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작권자 © 골프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