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증상 비슷하지만 직접 관련성 없어”
개미가 분비하는 포름산에 의한 피해 증상. 1,초기증상 2,피해가 진행될수록 동전마름병과 같이 밀짚색으로 고사하는 모습 3,병반위에 개미가 죽어있는 모습.
동전마름병(Dollar spot, Sclerotinia homoeocarpa)은 한지형 뿐만 아니라 난지형 잔디에도 발생하는 병으로 골프장이나 천연잔디 운동장에서 해마다 문제가 되는 대표적 잔디병 중 하나다.
특히 약제에 대한 저항성이 잘 발달해 약제 종류를 달리하는 교호살포로 병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동전마름병은 저항성만 문제가 되지 않으면 다른 병에 비해 약제살포 효과가 빠르다.
잔디 예고를 6mm 이하로 관리하면 동전마름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형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병징은 5cm 이하 동전 크기의 밀짚색으로 고사한 작은 반점 형태로 나타난다. 병이 진행되면서 병원균에 감염된 잎과 고사한 패치가 결합해 병발생 면적이 넓어지게 된다.
잎에 발생하는 병징은 모래시계 모양으로 양끝은 검거나 짙은 황갈색 띠가 형성되고 가운데는 백색이 된다.
그런데 국내 여러 골프장에서 동전마름병 병징에 지속적으로 개미가 관찰되면서 이 둘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잔디연구소는 각종 문헌과 자료정보를 수집한 결과 개미가 분비하는 포름산에 의해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털개미의 짝짓기 비행은 동전마름병이 가장 활발한 시기에 이뤄진다.
이런 개미의 화학적인 활동(짝짓기)으로 인해 잔디 손상이 생길 수 있고 이러한 피해가 동전마름병과 유사한 병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조사된 바가 없지만 미국과 캐나다가 원산지인 털개미(Lasius neoniger)에 의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털개미는 동전마름병이 가장 활발한 시기인 봄·가을 오후 늦게 날개 달린 개미들이 잔디에 우글우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수개미로서 이들의 밀도는 암컷인 일개미 수의 1/100 정도밖에 안된다.
일개미 페로몬에 잔디잎 고사
일개미의 중요한 역할중 하나는 자기무리의 여왕개미를 보호하고 다른 무리의 생식개미를 공격하는 것이다.
다른 무리의 생식개미가 등장하면 자신의 서식처를 지키는 일개미는 경보 페로몬을 분비하고 무리를 이루어 다른 무리의 생식개미를 공격해 죽인다.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개미는 복부 분비샘에서 포름산(개미산)이나 독을 방출해 침입한 개미를 공격하는데, 개미산은 신경독소로 작용하며 세포를 교란하는 물질로 적에 대한 방어와 먹이를 포획하는 용도로 이용된다.
개미산에 노출되면 잔디 잎은 마른 증상을 보여 동전마름병으로 오진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동전마름병과 개미 피해의 관련성이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전마름병과 개미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잔디를 관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 피해가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그 이유는 동전마름병과 개미피해의 증상이 아주 유사한데 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동전마름병 증상은 5cm 이하의 동전 크기의 밀짚색으로 고사한 작은 반점 형태로 나타나고 개미에 의한 피해증상도 이와 같다.
코스관리자 입장에서는 개미에 의한 피해를 동전마름병으로 오진해 살균제 처리를 하게 되면 병증상이 전혀 회복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불필요한 노동력과 방제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코스관리자는 그린에 발생한 동전마름병 증상에 대해 좀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병이 진행되고 있는 잔디잎을 자세히 관찰해 ▲동전마름병이 분명한지 ▲동그란 반점 주변에 날개 달린 개미가 발견되는지 ▲주위에 개미가 만드는 흙무덤이 발견되는지 등을 관찰해 최종적으로 반점이 생기는 원인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처해야 한다.
국내에서 개미에 의해 잔디에 피해가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2015년 국내 골프장 4곳에서 잔디연구소로 동전마름병 증상이 의심되는 잔디에서 지속적으로 개미가 관찰되고 살균제 약제처리로 증상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문의해 왔다.
원거리에서 관찰된 증상은 동전마름병과 유사하다. 좀 더 관찰된 증상은 초기에 잎의 중간이나 끝부터 마르기 시작해 점점 반점이 확대되며 잎은 표백된 것처럼 고사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징 비슷하지만 다소 차이
동전마름병과 개미에 의한 피해는 면밀히 관찰하면 세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동전마름병은 잎의 중간부분에 작은 반점이 형성되는데 비해 개미가 분비하는 포름산에 의한 피해는 반점이 없다.
둘째, 잎이 고사한 부분과 고사되지 않는 부분의 경계가 동전마름병의 경우 진한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이뤄져있는데 반해 개미에 의한 피해는 경계부분이 특별한 색을 띠지 않는 특징이 있다.
셋째, 이른 아침 동전마름병 병징 부분에서는 흰색의 균사매트가 형성되지만 개미에 의한 피해는 그렇지 않다.
잔디연구소에서는 동전마름병과 개미에 의한 피해증상을 규명하기 위해 포름산을 이용해 간이실험을 수행했다.
포름산이 동전마름병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가에 대한 실험으로 포름산의 농도를 100, 50, 25, 10, 5, 2, 1, 0.5, 0.1, 0.05%로 조절해 크리핑벤트그래스에 지름 5cm의 면적에 1㎖을 살포하고 24시간 후 관찰했다.
그 결과 포름산 농도에 따라 피해정도는 다르지만 잔디가 황화되는 증상이 발생했고 원거리에서 보았을 때 동전마름병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 실험은 국내 골프장 그린에서 발생한 의문의 병반이 개미에 의한 피해증상이라고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지속성 살충제로 여왕개미 잡아야
기존의 속효성 살충제로 개미를 방제하는 것은 어렵다. 이유는 일반 살충제로는 밖에서 활동하는 일개미를 죽이는 것은 가능하나 땅 깊숙한 곳에 있는 여왕개미를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미집이 한번 완성되면 여왕개미는 지속적으로 알을 낳아 개체를 유지하기 때문에 여왕개미를 잡지 않으면 방제가 어렵고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한가지 팁은 미끼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개미가 좋아하는 먹이에 지속성 살충제를 투입하는 것이다.
살충제가 묻어있는 먹이를 일개미가 여왕개미에게 전달하고 여왕개미는 살충제를 먹고 죽게 된다. 여왕개미가 제거되면 서식처는 사라지게 되고 개미는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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