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9] 잔디병 방제 포인트
[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9] 잔디병 방제 포인트
  • 민경준
  • 승인 2016.05.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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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따라 예방과 치료시점 판단해야”


잔디의 새싹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고 있다. 크리핑 벤트그래스와 같은 한지형 잔디는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낸지 오래다.

잔디 관리자들에게는 마음 불편한 일이겠지만, 잔디밭 곳곳에 숨어있던 병원균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그들도 잔디와 마찬가지로 한겨울 맹추위를 견디며 봄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래서 봄은 세상을 녹색으로 가득하게 하는 계절이지만, 잔디와 병원균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실 병원균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중 전쟁을 치른다. 그러면 잔디관리자들은 매번 만나게 되는 병원균의 방제여부를 언제 결정할까?

방제시점을 논하기에 앞서 식물 병에 대해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식물 병은 인간의 그것과 유사한데 대부분의 병원균은 식물이 아주 어리거나 늙고 아플 때 찾아온다.

생로병사가 식물에게도 통한다는 말이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젊었을 때에는 웬만한 병원균이 침입한다 해도 금방 이겨낸다. 체력(내성, tolerance)이 강하기 때문이다.

보통 일년생 식물은 가을이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거의 모두가 다년생인 스포츠용 잔디는 일반 식물과 크게 다르다.

그러면 잔디는 언제쯤 늙었다고 할 수 있을까? 스포츠용 잔디의 생로병사는 육안으로 쉽게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골프장 페어웨이용 잔디인 켄터키 블루그래스의 뿌리는 6개월∼2년을 주기로 죽고 새로 난다.

땅 속에 있으니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잎과 뿌리의 원천(source)이 되는 관부(crown)도 관리 정도에 따라 삶의 기간이 좌우된다.

병원균과 잔디관리자는 창과 방패의 관계와 비슷하다. 그들 사이의 전쟁은 스포츠가 존재하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지속한다. 보통은 병원균이 공격수 입장이다. 잔디에 병을 일으켜야 그들의 생존과 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병원균의 공격을 감당하는 잔디는 수많은 스트레스 속에 노출되어 있다. 예를 들면, 퍼팅 그린의 벤트그래스 잎은 광합성을 하기에도 벅찰 정도의 짧은 높이로 유지된다.

심지어 국제 대회에서는 3㎜ 내외로 관리된다. 자주 선수들의 날카로운 신발 바닥에 의해 위협받기도 한다. 기상도 잔디보다 병원균에 유리할 때가 많다. 그래서 잔디관리자들은 잔디 생존에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때 필요한 방패 중 하나가 살균제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잔디관리자들은 방패인 살균제의 살포 시기를 어떻게 결정할까?

정답은 `병의 종류에 따라 다소 다르다'이다. 눈에 보이는 잎과 줄기의 병은 대부분 관찰과 동시에 살포해 진전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의 경우는 좀 다르다. ▲보통 관부나 뿌리 병이 해당된다. 기주인 잔디가 가족력이 있는지? ▲잔디 주변의 환경은 병원균에 유리한지? ▲병 발생 전력이 있던 지점인지? ▲잔디 스스로 극복할 체력은 있는지? 등 다각도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한 여름에 발생하는 썸머패치병(summer patch)은 켄터키 블루그래스에 원형의 반점 증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이 병은 마치 소리 없는 암살자라 불리는 `간암'과 유사하다. 병원균은 잔디의 뿌리를 공격한다. 뿌리에 이상이 있으면 물과 양분이 지상부로 올라가지 못한다. 결국 잔디 잎은 노랗게 시들어 죽게 된다.

따라서 잔디관리자들은 지상부 병징을 보고 약제를 처리하면 늦게 된다. 뿌리의 병이 이미 깊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병원균이 토양 속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토양온도 18∼20℃)에 미리 약제처리를 추천한다. 많은 뿌리 병이 그렇다. 지상부 증상으로 진단해 대응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식물의 병은 인간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병에 따라 대응이 달라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독감 주사를 맞거나,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서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듯이 예방과 치료 시점을 적절히 결정해야 한다.

골프장 등 잔디 재배지에서는 매년 수십 종의 병이 발생한다. 각각의 병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그때마다 잔디관리자들은 방제시기를 판단한다. 방제에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니 매번 어려운 결정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들을 잔디 의사라 부른다. 말 한마디 못하는 잔디의 아픈 속을 그들만큼 누가 알겠는가?

한국골프대학 골프코스매니지먼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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