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15] 잔디 녹병
[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15] 잔디 녹병
  • 민경준
  • 승인 2016.11.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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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가루 날려 골퍼들 혐오…한국잔디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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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에서 녹병 진단은 매우 쉽다. 병든 식물체 부위를 거칠게 흔들면 포자가 날리고, 손가락으로 병반을 문지르면 포자가 묻어 나온다.


1870년대 초까지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 국가였던 인도 남동쪽에 있는 섬나라 스리랑카는 1875년경부터 커피에서 홍차로 국가 주력 작물을 바꾸게 된다.

스리랑카는 이 짧은 시간 왜 갑자기 주력 작물을 바꾼 것일까?

당시 스리랑카는 한 영국 과학자의 권고를 무시하게 된다. 어느날 균학자인 버클리(M. J. Berkelely)는 건강했던 커피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한다. 낙엽현상을 보이는 커피나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것은 녹 모양의 병반.

녹병임을 밝힌 그는 정부에 즉각적인 방제를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녹병은 1874년에 이르러 섬 전체로 퍼져 나가고, 피해 면적에 비례해서 커피생산량은 급격히 줄어든다.

병원균이 나무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영양분을 빼앗아 약하게 했기 때문이다. 결국 스리랑카는 커피 생산을 포기하고 홍차로 산업을 바꾸게 된다.

지난 6월 경기도 용인 소재 한 친환경 대중골프장. 라운드를 즐기는 김여사는 흰색 골프화에 묻은 노란색 가루 때문에 신경이 쓰여 그만 플레이를 망치게 된다. 그 가루는 때로 아이언 샷을 할 때 그녀의 얼굴 높이까지 날리기까지 했다.

라운드 종료 후 프런트에 문의해 보니 코스관리팀으로부터의 대답은 바로 녹병 포자.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골프장이다 보니 일부 페어웨이에 식재된 한국잔디에서 녹병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녹병의 영어 단어는 rust로 `녹' 또는 `녹슬다'는 의미다. 한자로 綠病. 병명은 쇠가 녹이 슨 모습으로부터 유래됐다.

마치 잔디 잎 표면에 녹 가루를 뿌린 모습과 유사하다. 녹병균은 담자균류에 속하는 절대기생균으로 전세계에 약 150여 속(genus) 6000여 종(species)이 존재한다.

이들 중 10여 종이 잔디에 병을 일으킨다. 잔디에서 녹병 진단은 매우 쉽다. 병든 식물체 부위를 거칠게 흔들면 포자가 날리고, 손가락으로 병반을 문지르면 포자가 묻어 나온다.

병원균은 인공배지에서는 자랄 수 없고 살아있는 잔디 조직 속 양분만을 이용할 수 있다.
녹병 병원균은 어떤 환경을 좋아할까?

녹병은 공기 순환이 좋지 않을 때 발생에 유리하다. 특히, 이슬이 긴 시간동안 마르지 않는 그늘진 지역이나 유사한 환경에서 더욱 심하다.

병원균 발아, 식물체 침입, 증식 등에 적합한 습도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반대의 환경을 만들면 병 발생을 줄일 수 있다.

한지형 잔디 중 페래니얼 라이그래스, 난지형 잔디 중에는 한국잔디가 약한 편이다. 다행스럽게도 골프장이나 잔디운동장에 많이 사용되는 켄터키 블루그래스는 녹병에 강한 편이다.

한국잔디의 경우 재래종이 녹병에 약하다. 그래서 커피 녹병처럼 일부 한국잔디 경기장은 전체 잔디를 바꿔야할지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국내 많은 연구자들은 녹병 저항성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녹병 발생과 잔디 속 양분 사이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특히 질소는 녹병 관리에 열쇠가 되는 중요한 양분이다. 일반적으로 잔디의 생장이 좋을 때에는 녹병 피해가 적지만, 양분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는 녹병 피해가 증가한다.

따라서 녹병 발생이 시작되었을 때 질소를 시비하는 것도 병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녹병 저항성 품종을 심는 것은 더욱 근본적인 대책일 수 있다.

위의 방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살균제를 사용해도 좋다. 잔디에는 녹병 방제용으로 20여 개의 살균제가 등록되어 있다. 독자 여러분, 주위를 살펴보라. 혹시 잔디가 녹슬지 않았는가?

한국골프대학 골프코스매니지먼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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