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18] 새로운 잔디병은 어떻게 병으로 인정받을까?
[장석원 박사의 병주고 약주고 18] 새로운 잔디병은 어떻게 병으로 인정받을까?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17.03.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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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독일에서는 세균학자인 코흐의 `결핵균의 원인론'이란 책이 출간됐다. 미생물인 Mycobacterium tuberculosis가 결핵의 원인임을 증명한 내용이다. 코흐의 저서는 현재까지도 많은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널리 적용되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잔디도 마찬가지다. 잔디병리 분야의 모태가 되는 식물병리학의 발전도 코흐의 단행본에 기인한 바 크다. 지금도 잔디를 포함한 식물에서 새로운 병원균이 발견되면 그의 가설과 이름은 인용된다.

이른바 코흐의 가설(Koch's postulates)이다. 생전의 그가 잔디 분야까지 그의 이론이 널리 적용되리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잠시 코흐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는 어떤 미생물이 특정 기주 식물에 질병을 일으킨다면,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어떤 병에 걸린 식물의 부위에서 해당 병원균이 다량 검출되어야 한다. 이때 건전한 식물체에서는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병을 유발한 미생물은 식물체로부터 순수하게 분리되어 인공 배지에서 배양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배양된 미생물이 다시 건전한 생물체에 접종되었을 때 동일한 증상이 유발돼야 한다.

넷째, 접종해 병이 유발된 식물체 부위에서 처음 검출된 것과 동일한 미생물이 분리돼야 한다.

그렇다면 잔디 병은 어떨까? 잔디 병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많은 잔디 병도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위의 4가지 조건을 모두 인정받았다고 보면 된다.

공인된 정보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정보센터의 한국식물병명목록에 공식적으로 등재된다. 만약 목록에 없는 병이 있다면? 그 병은 아직 코흐의 가설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그 과정을 예를 들어 이해해 보자. 여러분이 골프장 퍼팅 그린에서 아직 보고되지 않은 병 증상을 발견하여 전문가에게 병원균 동정을 의뢰했다면? 전문가는 `코흐의 가설'을 증명한 후 정리된 내용을 다른 전문가의 공식적인 검토를 거쳐 학회지에 게재한다.

그러면 공식적으로 병과 병원균으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 그 내용의 출판은 (사)한국잔디학회에서 발간하는 `Weed & Turf Sci.'도 좋고 한국식물병리학회나 다른 전공 학회라도 상관없다. 전문가로부터 `코흐의 가설' 절차가 완료된 결과를 인정받으면 된다.

그러나 모든 병원균이 코흐의 가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병원체는 순수 배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축의 광우병 감염원인 프리온이나 감기 바이러스는 순수배양이 불가능하다.

이는 두번째 조건인 `순수 분리되어 인공 배지에서 배양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에 위배된다. 식물의 주요 병원균인 바이러스를 인공 배지에 순수 배양하는 것은 지금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이러스병은 코흐의 가설의 예외로 인정받고 있다.

잔디에서도 바이러스병이나 파이토플라즈마병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병이 코흐의 가설을 따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한국식물병명목록에 등록된 잔디 병 종류는 미국의 그것에 비해 훨씬 부족하다. 실제 현장에서 문제되는 병 종류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

예를 들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썸머패치병이나 페어리링병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코흐의 가설이 입증된 바 없다. 한국식물병명목록에 아직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장의 잔디 전문가들은 그들 증상을 썸머패치병이나 페어리링병으로 인정하고 대처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과 한국의 해당 병원균이 큰 차이가 없어 방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병으로 인정받은 증상이 한국에서 발견됐을 때 항상 동일한 병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국과 미국의 병원균, 기주, 환경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설사 미국의 병 증상과 한국의 증상이 같더라도 다른 병원균에 의한 증상일 수 있다.

다른 병원균이라면 당연히 살균제 반응은 다르다. 방제가 어렵다는 얘기다. 무좀에 감기약을 먹으면 낫겠는가? 그래서 진단이 중요하다.

한국골프대학 골프코스매니지먼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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