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골프산책] 공정해야 할 스포츠에서 '뽑기통' 이라니…
[김덕상의 골프산책] 공정해야 할 스포츠에서 '뽑기통' 이라니…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17.05.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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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인 친구 J는 나와 골프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골프를 할 때 가장 따라가기 벅찬 게, 내기 문화야. 옛날에는 타당 1달러짜리 스트로크나, 홀 별 5달러 스킨스 경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그 내기가 `뽑기'로 바뀌어서 도저히 어떻게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아. 그래서 그냥 10만원을 내고 누가 계산해주면 주는 대로 받지. 어떤 때는 파를 쳤는데도 보기로 계산하던데 그 이유를 정말 모르겠어. 하여튼 한국 사람들은 특별해.”

우리나라 골퍼들은 정말 내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조금 과한 금액의 내기를 즐긴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봉급쟁이 주말 골퍼였던 나로서는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초보자인 나를 불러준 게 고마워서 웬만하면 준다는 핸디캡도 사양했었다. 그 대신 내기의 단위를 낮춰달라고 제안했고, 모든 선배와 고수들이 핸디캡을 사양하거나 적게 받는 매너가 기특하다고 부탁을 들어줬다.

어차피 따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치다 보면 한두 명 동반자가 허물어져 보험회사가 되니 초보 시절에도 크게 잃지 않고 실력은 빠르게 발전했다.

그리고 입문 10년에 골프협회 산정 핸디캡 6이 됐다. 스트로크 내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훈련한 결과였다.

그러나 2000년 전후로 내기 방법이 많이 바뀌더니 팀별 스킨스에 `뽑기'란 게 나타났다. 지금은 많은 LPGA 선수가 쓰고 있고, 최고 장타자 버바 왓슨도 사용 계약을 한 컬러볼 볼빅이 세계 시장에서 한국 볼의 위상과 품격을 높여 놓았다.

즐겁게 동행 라운드 하는 데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M회장이 전국 골프장에 뿌린 만여 개의 뽑기 통 때문에 골프 기록이 하향평준화가 됐다고 생각하는 골퍼들이 많아졌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80년대 말 까지는 1인 1캐디로 웬만하면 다 걸어서 라운드 했기에 함께 모여 뽑기를 할 여건이 안 됐다.

그런데 같이 골프카를 타고 다니게 된 후엔 홀 간 이동 중 자연스럽게 뽑기 통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런 탓에 “골프 연습하면 뭐하나? 학원 가서 뽑기 연습하는 게 낫지”라는 농담을 자주 듣는다.

30년 전 걸어서 6분 간격으로 티오프 하던 열악했던 환경에서 더 이상 골프장이 갑 행세 하지 못하는 때가 왔다고들 한다.

하지만 늘 시간에 쫓기던 문화의 잔재로 지금도 퍼팅의 기브 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세계적 골프 강국이면서도 결코 골프 문화국이 되지 못한 우리도 이제는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

정치도 사회도 투명성이 높아지며 선진화돼 가는데, 우리 골프 문화도 공정한 잣대로 게임하며 서로 배려하는 등 품격도 높아졌으면 좋겠다.

이제 골프장이 먼저 나서 골프카의 뽑기통을 내다 버렸으면 좋겠다.

골프는 신성한 스포츠이며 그 어느 종목 보다도 문화와 에티켓을 강조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요행을 바라는 뽑기가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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