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정의 칼럼(4)] 클럽하우스가 코스보다 우선하는 나라
[최영정의 칼럼(4)] 클럽하우스가 코스보다 우선하는 나라
  • 민경준
  • 승인 2013.11.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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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골프코스에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게 마련이다. 마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기분, 또는 결혼을 위한 맞선을 볼 때의 남녀간 호기심과도 비슷하다.

골퍼는 먼저 클럽하우스를 살피게 된다. 현관에 들어서면 약간의 심장고동 소리가 들릴 정도다.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주위를 살펴본다.

험한 산을 깎아내린 흔적에 감탄하거나 으리으리한 클럽하우스 외관이나 장식에 기가 꺾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클럽하우스는 왜 그리도 항상 웅장하고 화려해야만 하는 것일까.

컨트리클럽, 말 그대로 전원 클럽이다. 따라서 '시골의 클럽'하면 소박하고 담백하고 검소한 이미지가 떠오르게 마련인데 눈앞에 우뚝 자리잡은 거대한 건물은 더러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나아가 클럽하우스 주위는 저원&수석·폭포·석등·연못이 조성되고 한그루에 수천만원이 넘어가는 적송등이 멋있게 조성되어 기가 막힌 경관이다.

항상 이렇게 멋진 골프코스에서 라운드를 하는 한국의 골퍼들은 아무래도 행복하기 그지 없는 팔자들이다.

하지만 영국의 계관시인 앤드루랭은 “골프장에서는 꾸미거나 장식하지 않는 것이 최대의 사치”라고 말한바 있다.

너무 인공적으로 꾸미지 말라는 말이다. 지나친 투자나 어울리지 않는 사치는 조잡스럽다.

그런데 이같은 사치가 거의 모든 골프장들의 경쟁이라니 참 딱하다.

골프발상지 영국이나 스코틀랜드는 물론 멀리 뉴질랜드까지도 클럽하우스들은 바로 검소와 소박 그 자체이다. 거기에 가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분위기에 싸이고 심장의 갑작스런 고동도 없다.

골퍼를 압도하는 것은 코스와 오래된 나무, 크리크, 러프, 그리고 묘하게 빠른 그린들이지 결코 웅장한 건물이 아니다.

골프의 성지 세인트앤드루스의 클럽하우스는 멋지고 빼어난 옛 건물이지만 이곳은 말만 클럽하우스이지 플레이어들은 들어가지도 못하는 영국골프협회(R&A)의 빌딩이며 골프의 상징이자 위용의 건물이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은 승용차에서 신발을 갈아 신어야 한다.

컨트리클럽에는 골프를 하지 않는 남녀노소 또는 어린이들에게 알맞는 놀이나 스포츠 시설과 도구까지 구비되어 있어 누구나 커틀라이프, 즉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반면 우리는 이름만 컨트리클럽이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이나 또는 어린이들이 들어가면 입구에서 부터 쫓겨나는 폐쇄성은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스포츠로 인정되는 골프가 한국과 일본에서는 스포츠이자 동시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치성 레저로 둔갑해 있다.

일부 골프장의 어마어마한 대형 클럽하우스나 고급스러운 샤워시설, 융단처럼 깨끗하고 곱게 가꾸어진 페어웨이나 잘 정비된 러프아닌 러프, 거기에 수억원대의 고가 맴버십과 더불어 골프를 사치성 레저로 격하시켰다는 비판에 항변할 자료가 우리에게는 없다.

간단한 샤워시설·소박한 라커룸, 그리고 식당에서 파는 먹거리 메뉴라야 햄버거에 커피와 음료밖에 없는 골프장에 천하의 대한민국 세무 당국자라도 중과세를 할 수 있을까?

골프에 '사치스런 스포츠'라는 닉네임을 붙이는데 골프장 업주들 스스로 더 이상 가세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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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기자 최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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