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정 칼럼(14)] 하얀색 OB 말뚝은 최고의 구제 조치
[최영정 칼럼(14)] 하얀색 OB 말뚝은 최고의 구제 조치
  • 민경준
  • 승인 2014.04.21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 사상 맨 처음 OB를 낸 사람은 세인트앤드루스 시내에서 장사하는 잡화상 등 3명의 시민이라고 한다.
올드코스 17번홀 우측에 있는 역장 관사는 사유지로서 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골퍼들의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면 역장 관사 마당에 들어가 화초밭에 떨어진 볼을 쳐냈다. 역장의 노여움이 날로 커졌고 그의 클레임에 따라 클럽은 관사 안에 들어간 볼은 로스트로 취급토록 했다.
마침 각지의 코스로부터 '코스의 경계선을 벗어난 볼'의 조치를 문의해 왔다. 이에 R&A(영국골프협회)는 1899년 규칙에 OB(경계 밖, 플레이 금지구역)를 명기하고 역장 관사 마당 주위에는 흰 말뚝을 세웠다. 골프의 성지에 OB존은 이렇게 탄생됐는데 현재 올드코스 호텔 자리이다.
오래전 남서울CC등이 OB말뚝을 모두 뽑아내고 'OB없는 코스'를 자랑인양 선전했다. 골프규칙 27조 '로스트와 OB' 항목중 OB를 삭제해 무용지물로 만든 클럽의 용기(?)가 대단하다.
'해저드는 코스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라는 유명코스 디자이너 로버트 헌터의 말도 있듯이 OB가 없는 것은 결코 자랑이 못된다.
남아공의 모브레이GC 총회에서는 한 회원이 “우리 코스에는 OB말뚝이 너무 많다. 그 때문에 우리는 위축되어 느긋한 플레이를 못하고 있다. OB말뚝을 모두 없애자”고 제의했다. 이에 “그렇다”하고 여기저기 찬동이 뒤따랐다.
다음날 이사회가 열린 끝에 “잠정적으로 코스 안 모든 OB 말뚝을 철거한다. 따라서 OB 구역은 스루 더 그린이 된다”라고 공시했다. 코스 내의 모든 OB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안 골퍼들은 눈빛이 금방 달라졌다. 모든 마음껏 볼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이틀 후 클럽 선수권의 날, 선수들은 있는 힘껏 클럽을 휘두르며 거리를 탐냈다. “그 지긋지긋한 말뚝이 사라졌다. 이제 내 비거리의 한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며 선수권전은 장타의 백열전을 방불케 했다.
전년도 챔피언 로버트 시맨은 그다지 거리를 탐내지 않는 편이었지만 6번홀 파5의 도그레그 롱홀에 이르자 투온을 노리고 싶어졌다. OB도 없어졌겠다 실패해도 리커버리만 잘하면 버디쯤 문제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스푼(3번 우드)을 빼들어 후려쳤고 볼은 후크가 나더니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볼 근처에 가서 시맨은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아열대 식물이 꽉 들어찬 캄캄한 정글 속이었다. 매치 플레이였다면 그는 그 홀의 패배를 선언했을 것이나 스트로크 플레이인지라 포기할 수도 없었다.
볼을 찾던 캐디가 “독사다”하고 미친 듯 외쳤다. 물리면 10분 안에 죽는 맹독사가 우글거리는 지옥이었다. 가까스로 볼을 찾았지만 쳐낼 재간도 도리도 없었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보았자 주위가 모두 어두운 정글의 연속이어서 드롭할 자리도 없다. 시맨의 악전고투는 20여분 이어진 끝에 무려 21타로 홀 아웃했다.
래리 고만은 4홀 오른쪽 돌이 많은 낭떠러지에 볼을 쳐넣어 볼은 찾았지만 볼과 함께 돌을 때려 왼쪽 손목의 뼈에 금이 가는 골절상을 입어 그 자리에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톰 에리슨은 17홀 옛 OB 자리의 숲 속에 들어갔다가 벌떼를 만나 마구 쏘여 실신한 끝에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날 클럽하우스는 부상자와 나쁜 스코어로 우는 선수들로 넘쳤다.
OB를 없앤 지 5일 후 OB 말뚝을 예전대로 복원해 달라는 건의가 있었다. 1달 후 260개의 흰 말뚝은 다시 제자리에 꽂혀졌다. OB가 결코 페널티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규칙상 최대의 구제조치임을 회원들이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OB에서도 그냥 쳤으면!” “OB가 없었으면!”하는 골퍼에게 선심을 써주어도 대개는 OB를 가산한 스코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 OB 흰 말뚝은 비참한 곳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면제해 주는 고마운 표시이다.
최영정.jpg
골프기자 최영정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 184 (엘지분당에클라트) 1차 1208호
  • 대표전화 : 031-706-7070
  • 팩스 : 031-706-70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현
  • 법인명 : (주)한국골프산업신문
  • 제호 : 골프산업신문
  • 등록번호 : 경기 다 50371
  • 등록일 : 2013-05-15
  • 발행일 : 2013-09-09
  • 발행인·편집인 : 이계윤
  • 골프산업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골프산업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lfin707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