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두 칼럼] 선수 벤 크렌쇼와 캐디 칼 잭슨
[하종두 칼럼] 선수 벤 크렌쇼와 캐디 칼 잭슨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19.09.17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마스터즈 대회는 좀 더 특별했다. 마스터스 2회 우승자이면서 최고령 출전자인 벤 크렌쇼(Ben Crenshaw·68세)가 자신의 마지막 마스터스 대회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가 18번 홀을 걸어 들어 올 때, 현장에 있는 모든 카메라가 그를 주목하는 것은 당연했다. 패트론(마스터스 갤러리는 패트론이라 칭함)은 물론 선수들과 캐디들까지 그린을 둘러싸고 벤 크렌쇼의 고별 경기에 경의를 표했다.

그런데 주인공 벤 크렌쇼 옆에는 항상 그러했듯이 오늘도 자신의 역할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또 한명의 영웅이 있었다. 바로 캐디 칼 잭슨(Carl Jackson)이다.

그 날 스포트라이트는 벤 크렌쇼를 위한 것도 있었지만 마스터스 최다 출전자 캐디 칼 잭슨을 향하는 부분도 상당했다.

마스터스는 매번 최고의 스타 선수를 탄생 시킨다. 하지만 선수도 아니면서 흑인이었던 캐디가 마스터스 영웅이 되었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스토리로 기억되고 있다.

칼 잭슨이 캐디로 참가한 마스터스 대회는 총 54회다. 선수로서 최다 참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아놀드파머보다 4회가 더 많다.

마스터스 출전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US Open이나 The Open 또는 관계기관이 정한 유명 대회에서 우승을 해야 한다.

올림픽 대회 금메달 리스트와 대륙 아마추어 챔피언에게도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마스터스를 우승하게 되면 평생 출전권이 보장되는데, 벤 크렌쇼는마스터스 2회 우승자로 본인이 원하는 한 계속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미국을 대표하는 회원제 코스로 캐디 운영에서도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최근까지 여성 회원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보수적이었던 클럽은 대회에서도 클럽 소속 캐디가 같이 하지 않으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전통은 1983년까지 이어졌고, 이후 외부 캐디가 허용됐다. 따라서 그 이전에는 대회 참가를 위해서 하우스 캐디와 짝을 이루어야 했고, 1976년부터 벤 크렌쇼 백을 맨 칼 잭슨은 1984년 첫 우승을 합작했다.

벤 크렌쇼는 외부 캐디가 허용된 후에도 줄곧 칼 잭슨과 함게 했으며, 그 결과 1995년 그의 2번째 마스터스 우승컵도 칼 잭슨과 함께 들어올렸다.

당시 벤크렌쇼와 칼 잭슨이 서로 부둥켜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사진은 마스터스에서 손꼽히는 명 장면으로 남아있다.

칼 잭슨은 1958년부터 오거스타내셔널 소속 캐디로 일했다. 14살이던 1961년 처음 대회에 참여했고, 벤 크렌쇼와는 총 39회에 걸쳐 마스터스 대회 손발을 맞췄다.

둘은 단순 캐디와 선수 관계가 아니었다. 대회 참여하는 동안은 동반자였고, 가장 고민하는 시간과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을 동시에 맞았던 최고 파트너였다. 가장 많은 마스터스참가 기록과 함께 2번의 마스터스 우승을 같이 했다.

왜 골프라는 스포츠가 다른 종목과는 달리 캐디를 두어야 하고, 이 둘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스토리가 바로 선수로서의 벤 크렌쇼와 캐디로서의 칼 잭슨 이다.

벤 크렌쇼는 선수로서 활약도 대단했지만, 골프코스 설계자로도 이름을 남겼다. 미국 네브라스카주에 ‘샌드힐스 골프클럽’은 벤 크렌쇼와 빌 쿠어가 공동 설계한 코스로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에서 매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개장한 코스 중 가장 높은 순위에 해당한다. 골프설계를 업으로 사는 필자로서는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벤 크렌쇼와 그의 캐디 칼 잭슨에게 경의를 표한다.

한편으로는 한국 골프산업에서 캐디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뒤돌아 보게 된다. 캐디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업이 아닌 골프라는 게임을 보다 완벽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동반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JDGA 대표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 184 (엘지분당에클라트) 1차 1208호
  • 대표전화 : 031-706-7070
  • 팩스 : 031-706-70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현
  • 법인명 : (주)한국골프산업신문
  • 제호 : 골프산업신문
  • 등록번호 : 경기 다 50371
  • 등록일 : 2013-05-15
  • 발행일 : 2013-09-09
  • 발행인·편집인 : 이계윤
  • 골프산업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골프산업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lfin707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