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두 칼럼] 톰 독에게 배운 낭만과 열정
[하종두 칼럼] 톰 독에게 배운 낭만과 열정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0.09.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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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독(Tom Doak·59)은 세계 최고 골프코스 설계자로 유명하다. 설계자로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30대에 벤돈 듄즈를 설계하고 나서부터 그의 이름에는 항상 당대 최고라는 호칭이 따라 붙는다.

충분한 경험과 명성이 없었던 그를 설계자로 지명한 마이크 카이저의 안목도 대단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걸작을 만들어낸 그의 능력이 설계를 업으로 하는 필자로서는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다.

수년 전 톰 독이 아시아 골프코스를 투어 하고 있었다. 당연 한국도 그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필자는 남해 사우스케이프 연습장을 설계·시공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해당 클럽에 톰 독이 방문했다.

클럽의 배려로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었던 그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술 한잔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크나큰 행운이었다.

우리 두사람은 서로 골프코스를 디자인 하는 일이 얼마나 매력적인 업이라는 가를 공감했고 앞으로 어떻게 설계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신기할 정로로 상통했다.

많은 이야기들 중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필자에게 설계를 가르쳐 준 로빈 넬슨에 대한 대목이다.

필자가 로빈 넬슨과 같이 일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자 톰 독은 한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하다가 로빈 넬슨에 대해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한 톰 독은 졸업후 누구나 들으면 다 아는 전설적인 골프코스 설계 사무실에 입사했다. 이 회사 대표는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고 타계를 했을 때는 한국에서도 이슈가 될 만큼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5년 정도 코스설계를 경험한 후 문제가 생겼다. 한참 설계자의 꿈을 키우며 열정을 다해 일하고 있을 때 그 유명 설계자의 아들들이 입사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실력과 상관없이 이 아들들을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되었으며, 이에 크게 실망한 톰 독은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퇴사 즉시 스코틀랜드로 넘어간 톰 독은 그 곳에서 본격적인 클래식 코스에 대해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스코틀랜드에서 시간을 보내고 미국으로 돌아와 설계한 작품이 바로 벤돈 듄즈 코스이다.

1999년 개장한 벤돈 듄즈는 골프업계의 큰 이변이었다. 미국 경제가 호황이던 당시 시장 환경은 충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많은 토공과 남들보다 두세배의 공사비로 들여야 명문 코스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벤돈 듄즈는 마치 골프코스 황금기인 2차세계대전 이전의 코스로 돌아가는 듯한 클래식 코스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이다. 이는 관련 업계에서도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벤돈 듄즈를 오픈하고 톰 독은 가장 먼저 미국에서 일하는 모든 설계자를 초청해 파티를 열었다. 하지만 여기에 초청 받지 못한 설계자들도 있었다. 다름 아닌 아버지의 유명세로 일하는 설계자들은 단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이름이 아니라 골프코스 설계를 천직으로 알고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진정한 설계자들만 초청한 것이다.

톰 독은 파티에 참석한 모든 설계자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며칠동안 골프를 했는데 그중에는 당연 로빈 넬슨도 있었으며, 그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두사람은 놀라울 만큼 서로 같은 골프코스 설계에 대한 철학과 추구하는 방향이 일치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골프코스 설계회사에 취직하고 퇴사한 이유가 비슷한 것도 그들이 친한 이유인 듯 했다.

톰 독의 설명을 듣고 난후 필자는 2012년 11월 세상을 떠난 로빈이 다시 그리워지기도 했다.

얼마 전 LPGA투어 스코티시 오픈을 TV에서 중계하고 있었다. 최근 조성된 듯 하지만 하지만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는 코스가 톰 독의 냄새가 깊게 풍겼고, 이는 분명 무어필드 코스 인근에 있는 톰 독의 작품인 르네상스 코스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내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고, 중계방송을 보는 동안 그의 낭만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설계자들과 며칠동안 설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파티를 즐기는 그의 낭만과 열정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예술의 황금기가 르네상스 시대로 대표되듯 골프코스 설계에 대한 새로운 방향과 황금기를 이끌어 가려는 설계자의 꿈이 르네상스 골프클럽이라는 이름을 코스로 명명하게 만들었고, 같은 이유로 그의 설계 회사 또한 르네상스로 이름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 골프코스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싶은 필자의 설계자의 꿈도 살짝 한발 넣어 본다.

JDG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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