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두 칼럼] 멕켄지가 말하는 해저드 의미와 ‘골프낭만’
[하종두 칼럼] 멕켄지가 말하는 해저드 의미와 ‘골프낭만’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0.12.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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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동부를 대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과 서부를 대표하는 사이프러스 포인트 골프장이 있다. 이들은 각각 1934년과 1928년에 오픈했으며, 두 코스 모두 전설적 코스디자이너 알리스터 멕켄지 박사의 대표적 명작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을 바비 존스가 설계했다고 잘 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바비 존스는 골프클럽을 개발한 시행사 대표였다. 세계 최초 4대 메이저 대회 통합 우승을 차지할 만큼 당대 최고의 프로였던 바비 존스의 명성때문에 설계자를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글에서는 알리스터 멕켄지 박사의 ‘The real Object of a Hazard’에 대한 생각을 골프산업신문 독자들과 공유해 볼까 한다.

알리스터 멕켄지에 따르면 해저드는 벙커나 폰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심한 언둘레이션으로 공략점이 보이지 않거나 특정 지역이 움푹 파여 정상적 공략이 힘든 모든 지역을 모두 해저드로 정의한다. 말 그대로 정상적 플레이에 페널티가 있는 곳을 해저드로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해저드는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자연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기를 설계자는 원했다. 자연의 해저드를 만드는 목적을 단순히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함이 아니라 골퍼들이 보다 골프에 흥미를 가지도록 하고 골프의 다양한 경험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모든 골퍼들은 해저드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공략방법을 고민한다. 해저드는 플레이어들에게 골프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며 볼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곳이 해저드의 가장 좋은 위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해저드를 만들고자 할 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사용한 것만큼 아름다운 코스는 없다. 기존 자연에 있던 크리크를 활용하기도 하고, 큰 호수가 있다면 물길을 따라 홀을 배치하는 것이다.

설계자는 이러한 방법으로 조성된 워터해저드의 대표적 사례로 사이프러스 포인트 16번과 17번홀을 꼽고 있다.

대부분 골퍼들은 실제 사이프러스 포인트의 이 두 홀을 보면 그 아름다운 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하지만 이에 반해 모든 골퍼들은 자신의 볼이 바다에 떨어지는 것 만큼 싫은 것도 없다.

절망과 성취감이 공존하지만 설계자는 16번과 17번을 조성하기 위해서 당시 공사비에 몇배나 더 되는 통큰 투자를 해야만 했다.

처음 코스를 오픈 했을 당시만 해도 수 많은 골퍼들에게 항의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설계자는 16번과 17번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코스가 될 것이라 확신했고, 80년 이상 흐른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의 모습을 닮지 않은 해저드를 만드는 것을 설계자는 그 무엇보다 싫어했다. 크리크는 기존 자연과 닮아 마치 코스의 배수를 그대로 받아주는 듯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해저드들이 콘크리트 구조물과 같은 인공물로 보인다면 최고 흉물이다. 만약 호수가 필요한 코스라면 원지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해저드에 볼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은 해저드가 올바른 위치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해저드가 없는 코스는 골퍼에게 공정하지 않는 코스다.

해저드가 있음으로써 골퍼는 코스를 기억할 수 있다. 코스를 명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자는 해저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하고 골퍼들은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알리스터 멕켄지 박사는 스코틀랜드 한 골프코스를 방문한 경험을 마지막으로 해저드에 대한 정의를 마무리한다. 클럽에 일하는 캐디에게 홀을 가로지르는 크리크에 대해 골퍼들이 평소에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 보았다.

캐디는 크리크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골퍼는 “와우! 이렇게 아름다운 코스에 정말 멋진 크리크야!”라고 말하고, 그렇지 못한 골퍼는 “누가 이 따위 크리크를 여기에 만들었어? 빨리 볼이나 주어 오세요!”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해저드에 전혀 다른 여러 생각과 표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이야기 소재가 아닌가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골프코스들이 해저드는 골퍼들의 플레이 시간을 늘리고 관리도 힘든데다 고객들도 싫어해 운영수익의 감소로 연결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팀을 더 받아 운영 수익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골프코스에서만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아름다움과 공략의 성공에 대한 쾌감을 감소 시키는 것은 골프에 대한 흥미와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권한을 골프클럽 입장에서 뺏어 가는 것과 같다.

골프를 사랑하는 오너라면 ‘골프낭만’을 조금만 더 생각해서 티에서 또는 페어웨이에서 공략점을 볼 때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코스의 모습을 좀 더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설계를 업으로하는 필자의 작은 소망이다.

JDG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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