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저자 류석무의 신년 에세이
2021년 첫 날의 빛
뜨는 해와 지는 해가 다르겠는가.
지난해 첫 일출을 남도의 골프장에서 함께 맞으며 빌었던
친구들의 소망은 코로나 돌림병에 속절없이 스러졌다.
세상은 지는 해처럼 온통 우울했지만, 골프장들은 뜨는 해처럼
희망을 누렸고 나는 국내 골프장들을 다니며 순례기를 펴냈다.
희망과 절망이 다르겠는가.
갈대밭을 떠도는 새들과 지상을 순례하는 내가
전염병을 피해 헤매는 사이에 새 해 태양은 동백부터 수련까지
꽃을 피우고 이내 뚝뚝 떨어뜨릴 것이다.
꽃이 지고 나서야 식물들은 쉴 수 있다 한다. 뿌리에서 잎으로
양분을 올리고 꽃피워 번식할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사람이 꽃들과 다르겠는가.
무언가 피워내려 쉼 없이 갈망하며, 같은 해를 새 희망의 태양이라 위안한다.
꽃은 희망 끝의 절망인가 절망을 품은 희망인가.
우리 새해 일출도 저마다 자기를 비추어 볼 뿐이다.
시공간을 붉게 물들이며 흘러가는 골프장에서
갈대꽃에 이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느낀다.
바람은 단 한 번도 똑 같이 불지 않고 순간마다 새롭구나.
소리 아닌 소리, 바람 아닌 바람이 내 깊은 속 어딘가에서 일렁임을 듣는다.
봄이 오고 있구나.
희망을 묵상하며 새해의 골프장 순례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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