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터 같은 박진감으로 골퍼의 본능을 극도로 자극하다
사냥터 같은 박진감으로 골퍼의 본능을 극도로 자극하다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1.03.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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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탐방] 남춘천 컨트리클럽
남춘천CC 페어웨이는 티샷을 마음껏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지만, 그린으로 접근할수록 좁은 과녁에 화살을 꽂아 넣듯 공략하라고 요구한다. 한술 더 떠 장타와 정교함, 그린에서 볼을 세우고 굴리는 기술력과 상상력까지 집요하게 주문한다. 한마디로 변별력이 높다는 것이다.
남춘천CC 페어웨이는 티샷을 마음껏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지만, 그린으로 접근할수록 좁은 과녁에 화살을 꽂아 넣듯 공략하라고 요구한다. 한술 더 떠 장타와 정교함, 그린에서 볼을 세우고 굴리는 기술력과 상상력까지 집요하게 주문한다. 한마디로 변별력이 높다는 것이다.

 

골프는 사냥의 본능을 되살린 스포츠다.

활 쏘고 창을 던져 짐승을 잡던 수렵 유전자는 골프채를 잡으면 되살아난다.

골프 코스는 사냥터이며 사냥감 자체이기도 하다. 들짐승처럼 달아나지 않지만 숲과 물과 모래구덩이들로 길을 막고 묵묵히 저항한다.

산책하듯 골프하거나 토끼 사냥처럼 온순한 골프를 좋아하는 이들이 세상에 흔하지만, 맹수 사냥터처럼 박진감 있는 코스에 매료되는 ‘고수’들이 골프 세상의 상류사회를 지배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대중제 18홀 남춘천컨트리클럽(회장 윤일정)은 여러 능력들을 골고루 시험하고 변별한다. 남춘천CC는 춘천 금병산(652m)과 방아산(426m)을 잇는 해발 180미터에서 250미터 사이 기슭에 있다.

정규 프로 토너먼트가 열릴 때 대회장 코스에 가면 팽팽한 승부의 긴장이 소름 돋듯 피부에 와 닿음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무슨 조화인지, 토너먼트가 열리지 않는 이 골프장에서도 그런 팽팽함이 감돌고 있음을 느낀다. 코스 배치의 결계(結界)가 빚어내는 느낌인가.

오르막, 내리막, 긴 홀, 짧은 홀, 도그렉 홀 등이 번갈아 배치되어 긴장을 점증시키며, 페어웨이는 티샷을 마음껏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지만, 그린으로 접근할수록 좁은 과녁에 화살을 꽂아 넣듯 공략하라고 이 코스는 요구한다.

한 술 더 떠 장타와 정교함(Far & Sure), 그린에서 볼을 세우고 굴리는 기술력과 상상력까지 집요하게 주문한다. 한마디로 변별력이 높다는 것이다.

“변별력-긴장감 넘치는 승부의 기운”

그렇다고 까탈스럽기만 하지는 않다. 자기 실력에 맞게 공략하면 뜻밖에 좋은 결과가 나온다.

남춘천CC를 설계한 송호 대표는 ‘생각하며 쳐야 하는 코스’라고 말한다.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유혹은 치명적이지만 욕심을 버리면 피해갈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살펴보면 그린 주변 벙커는 크고 위협적이지만 모두 한쪽에만 있다. 티잉 구역에서 보면 목표 지점의 변화가 많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는 홀들이 더러 있지만, 페어웨이는 티샷을 마음껏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 다만 페어웨이 왼쪽과 오른쪽 방향을 선택함에 따라 다음 샷의 선택 범위와 전략이 선명히 달라진다.

자신의 능력과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하면서 ‘노릴 때 노리고 돌아갈 때 돌아가는 현명함’이 있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 그린 공략에서 너무 안전한 선택은 오히려 위험하다. 착시가 거의 없이 ‘보이는 대로 구르는 정직한 그린’이지만, 몇 개의 단으로 나뉜 입체적 굴곡이 역동적이라 너무 피해가다 보면 쓰리퍼트 이상의 결과가 나오기 쉽다.

이만큼 공간 지각력과 상상력을 끌어올려서 플레이 해야 하는 그린 컴플렉스(그린과 그 주변 공간)는 국내에 매우 드물다.

 

 

모두 다른 18개 홀, 정직한 ‘기능 미학’

골프 코스는 18개 홀을 통해 골퍼의 능력을 측정하여 점수를 매겨준다. 저마다 다른 상황에서 14개의 모든 클럽을 골고루 사용하여 다른 샷을 하도록 안배된 것을 좋은 코스의 기본 조건으로 간주한다.

또한 골프장은 자연 속을 거니는 가슴 설레는 소풍 길이기도 하기에 18개 홀 모두에서 다른 풍경을 만나고 다른 기억을 새겨 돌아가게 하는 것을 좋은 코스의 조건으로 본다.

다양성, 기억성, 심미성이라는 항목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세계의 골프장 설계자들은 “자연의 흐름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골프장 조성의 원칙으로 내세우며 자연미를 살려내는 미학적 설계와 조형을 코스 심미성의 기본으로 본다.

반면 한국의 산중에서 자연을 보존하며 골프장을 조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연미를 살린답시고 산을 깎아낸 자리에 잘생긴 나무를 심는 일본식 정원 조경 시늉을 내는 곳이 적지 않다. 그렇게 해서 자연의 흐름이 살아나면 좋겠지만.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곳이 많다.

코스 자체의 기능적 조형만으로도 이 골프장 18개 홀은 저마다 개성을 드러낸다. 페어웨이와 러프 등 플레이 공간을 자연 흐름을 따라 배치하고, 벙커와 호수, 수풀과 실개천 등의 기능적 요소들이 생태 보존과 조경 역할을 한다. 먼 산 봉우리를 마주하고 앞산과 뒷산의 단풍과 상록수림을 플레이어의 시각에 끌어들이는 설계 자체로 조경을 마감한 것이다.

인공 조경 기법으로 멋을 부리지 않고 코스의 라우팅(Routing)으로 매 홀마다 개성이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몇 개 홀에서는 마치 스타워즈 영화의 스페이스 셔틀을 타고 목표를 공격하는 역동성을 느끼는가 하면 어느 홀에서는 협곡을 넘어 모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희귀한 조경수목을 심거나 눈에 띄는 조경 요소들을 도입하지 않았어도 코스 자체의 조형과 기능만으로 18개 홀이 저마다의 역할과 개성을 드러낸다.

한국 산중지형을 깊이 이해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코스 디자이너가 자신의 설계 세계관을 정면 승부하듯 펼쳐놓은 진법(陣法) 같은 코스라 이해한다.

MDI레저개발의 빛깔을 더하다

반면 남춘천CC는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 받을 기회가 없었던 골프장이기도 하다.

골프장은 문을 연 뒤 2년쯤 지나 관리 여건이 안정되면서 온전한 평가를 받기 시작하는 것인데, 남춘천CC는 시작이 화려했으나 문 열고 2년쯤 뒤에는 이미 소유 회사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기에 평가 절하되고 말았던 듯하다.

그런 한편 골프장은 십년 이상 세월이 흐르면서 비로소 완성되어간다.

토목공사로 끊어졌던 자연의 흐름이 땅 속에서 저절로 이어지고 생채기 났던 피부에 새살이 돋으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남춘천은 코스의 개성을 변함없이 지킬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골프장이라 생각한다.

이제 안정된 경영 환경에서, 코스의 제 가치를 정공법으로 살려나가기 기대한다.

그러나 이곳은 한동안 잊히고 저평가되어왔다. 고급 회원제 클럽으로 시작했지만 회원권 시장의 냉각기와 겹친 골프장 불황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보증금 반환 시점을 맞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당연히 코스 관리 품질도 낮아졌다.

그러다가 2018년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했고, 도시개발 전문회사이며 호텔, 레저 사업을 전개하는 MDI레저개발이 2019년에 인수했다. 그 뒤 경영환경이 안정되며 남춘천CC는 처음의 빛깔을 빠르게 찾아가고 있다.

MDI는 제주에서 5성급 한옥호텔을 운영하는 등 개성 있는 사업을 전개해왔는데, 싱글 디지트 핸디캐퍼 수준의 골퍼인 윤일정 회장이 이 골프장의 독특한 개성에 매료되어 인수하게 되었다 한다. 경영자의 눈높이가 상승하자 골프 코스의 관리 수준은 극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글: 류석무 '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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