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는 본질적으로 위험한 곳 ··· 쉽고 편하면 무슨 재미
벙커는 본질적으로 위험한 곳 ··· 쉽고 편하면 무슨 재미
  • 이주현
  • 승인 2021.04.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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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벙커불만 그린키퍼 책임?
벙커는 실수를 한 골퍼에게 빠져나가기 어렵게 하는 해저드로써 위험을 탈출하는 것이 쉽다면 해저드라는 표현의 의미가 없다. 벙커가 누구에게나 쉽다면 기능이 상실되는 것이다. 따라서 코스관리자에게 불평해선 안된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벙커는 실수를 한 골퍼에게 빠져나가기 어렵게 하는 해저드로써 위험을 탈출하는 것이 쉽다면 해저드라는 표현의 의미가 없다. 벙커가 누구에게나 쉽다면 기능이 상실되는 것이다. 따라서 코스관리자에게 불평해선 안된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벙커는 코스관리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다. 잔디 대신 모래가 채워졌다는 것도 그렇지만, 골퍼의 불만이 가장 많이 표출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관리해도 만족시킬 수 없는 골퍼가 있는 것처럼, 벙커 역시 어디에선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소지가 많은 구역이다. 모든 구역을 돌봐야 하는 코스관리자는 벙커에 쏟을 수 있는 역량과 시간의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벙커관리는 어디까지 어떤 기준으로 하고, 불만을 가진 골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팀 모라한이 GCI를 통해 코스관리자들의 여러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를 정리했다.

한 골프장 회원이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 들어와 벙커 상태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다. 마침 그린키퍼는 없었고 코스관리 컨설팅 전문가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 회원은 “라운드 동안 벙커 세이브율이 75% 정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벙커 세이브율(Sand Save Percentage)은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탈출해 1퍼트로 홀아웃하는 비율을 뜻하며 벙커샷 능력을 알 수 있는 수치다.

그린키퍼가 아닌 다른 직원들에게 불평하는 그 회원에게 컨설턴트는 2019년 기준 PGA투어 정상급 선수가 평균 63%의 벙커 세이브율을 기록했다고 알려줬다. 그 회원은 PGA투어 정상급 선수보다 높은 벙커 세이브율을 기록하고도 벙커에 불만을 가졌던 것이다.

그 컨설턴트를 비롯해 많은 코스관리자들은 아마 골퍼에게 벙커는 지정된 페널티 구역이고 이와 관련된 규칙, 잔디관리(농경학), 설계 등에 대해 설명하는데 지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설명할 수밖에 없다.

먼저 골프규칙12는 벙커를 ‘모래에서 볼을 다루는 플레이어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특별히 조성된 구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해저드’에 빠졌다면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골퍼는 모래 표면을 흠잡을데 없이 만들기 위해 코스관리자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벙커 탈출 연습을 하고, 벙커가 골퍼를 시험하고 화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농경학적 측면은 그 옛날 어떤 베테랑 코스관리자의 말을 빌리고 싶다. 그는 “우리(코스관리자)는 당신이 코스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볼을 치지 못하는 능력을 고칠 순 없다”고 말했다.

코스관리자가 모든 수준의 골퍼가 어떤 샷으로도 빠져 나오기 쉽게 벙커를 관리한다면 골프 레슨과 연습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설계 역시 그렇다. 좋은 코스설계의 기본 중 하나는 해저드는 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빠져나가기 어렵게 돼 있고, 그래서 해저드라고 부른다.

실수를 한 골퍼에게 빠져나가기 어려운 위험을 주는 것이 해저드이며, 위험을 탈출하는 것이 쉽다면 해저드라는 표현의 의미가 없다.

이러한 근거가 있음에도 왜 코스관리자들은 벙커를 더 쉽게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 걸까? 상당수 코스에서 경기의 거의 50%가 진행되는 그린보다 벙커를 돌보는데 더 많은 작업이 수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잘못된 일이다.

애버리지 골퍼라면 레이크로 잘 정리된 벙커사, 부드러운 모래, 주변에 여유 공간이 있으며,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뿌리·돌·잔해물 등이 없는 상태의 벙커를 보면 기뻐해야 한다. 그게 전부일 뿐이다.

벙커의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다음 벙커의 5가지 주요 기능을 되새겨 보자.

▲전략: 샷 밸류, 옵션, 방향의 정의

▲보존: 잘못 친 볼의 운명이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

▲안전: 잘못된 샷으로 인한 인명 피해나 구조물 손상을 방지

▲방향: 경기할 방향이나 그 위치를 떠나기 위한 올바른 경로를 정의

▲미학: 아름다운 코스 외관을 위해

이들 중 특히 미학과 관련해 코스설계가는 어느 정도 제한을 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불행히도 일부 설계가는 벙커나 다른 해저드를 시그니처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 시그니처를 관리하기 위해 누군가는 비바람 또는 무더위 속에서 매일 모래를 긁어야 함을 알아야 한다.

미학이든 전략적 결정이든 골프장이 더 많은 돈을 쓰고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노동력을 투입해 샷 기회를 위한 해저드를 준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해저드로부터 골퍼를 구출하는 것은 코스관리자나 골프장이 아니라 레슨프로여야 한다.

따라서 벙커를 잘 탈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코스관리자를 비난해선 안된다. 바람, 비, 햇빛 노출, 설계, 위치, 모래의 나이·품질·크기 등이 벙커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단지 매일 레이크 작업을 해서 될 일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벙커에 영향을 주는 만큼 매일 일관된 벙커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의 탓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오거스타내셔널에 책임을 묻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매년 4월 우리는 마스터스에서 아름답고 새하얀 깨끗한 벙커를 본다.

‘왜 우리 골프장은 저렇게 하지 못할까?’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벙커를 만들기 위해 대회주간 동안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투입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 벙커를 관리할 때 코스관리자가 해야 할 일을 알아보자.

▲적합한 품질 및 입자 크기 적정범위 모래 사용

▲코스 전체에 걸쳐 균일한 모래 깊이 유지

▲크러스팅(crusting, 모래 표면에 형성되는 경화된 모래의 얇은 층으로 벙커 품질을 저하시킴) 가능성, 색상, 침투율 체크

▲페널티 구역에 대한 적정 공간 설정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돌 등 이물질 제거

이것이 코스관리자가 벙커를 위해 할 수 있는 전부다. 코스관리자는 벙커를 공정하고 쉽지 않게 만드는 것이지, 누구에게나 친절한 곳으로 만들어야 할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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