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두 칼럼] 골프클럽의 감성운영은 흘러간 옛노래일까
[하종두 칼럼] 골프클럽의 감성운영은 흘러간 옛노래일까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1.07.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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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호주에서 처음 골프장과 인연을 맺었다. 현지 디자인 대학원을 나녔다고는 하지만 어눌한 영어와 외모가 다른 동양인이 동료가 되었을 때 직원들은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맨 처음 주어진 일은 티잉그라운드 잡초제거 작업이었다. 계속 거칠어지는 손 때문에 빼 놓았던 결혼반지는 이 때 잃어버렸다.

한동안 그렇게 골프코스을 경험한뒤 골프클럽 소속 프로와 함께 프로샵 근무를 명받았다. 호주 프로골프대학에서 수석졸업을 했을 만큼 유능한 프로였다. 그는 주말이면 자신의 보트에 나를 초청해 함께 낚시를 즐겼다. 그에게 배운 수많은 경험과 배려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클럽은 시드니에서 고속도로로 1시간30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시골이었지만 호주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센터럴코스트 해변이 가까운 아주 평온한 곳이었다.

어찌 보면 하늘에서 내려준 최고의 근무 환경이었지만, 나름의 큰 꿈을 갖고 있는 유학생 입장에서 보면 출근길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주말마다 시드니 주요 골프장을 방문해 마치 한국에서 온 부자 사업가인듯 행세(?)하며 회원권에 대한 공부를 했다.

마침 호주골프협회에서는 인터넷 예약 시스템과 대회 개최 시스템을 개발해 소개하는 시기였다. 참고로 호주골프클럽은 소속 프로가 매주 정기적인 대회를 개최해 모든 회원들의 공식 핸디캡을 관리한다. 이러한 대회 정보를 수집해 협회에 발송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핸디캐퍼라고 불렀다.

필자는 세팅된 시스템과 수집된 자료로 연회원 모집을 기획했다. 처음 일이라 긴장했지만 모집과 동시에 100여명이 기다렸다는 듯 가입했다.

대부분 골프클럽이 개발되는 것을 지켜보던 주변 농장주와 센트럴코스트 펍(PUB) 단골들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소셜클럽(Social Club) 회원들이었다. 요즘 환경에서는 인터넷 기반 카페 회원들로 봐야겠다.

당시는 사랑방과 같은 펍에서 모이는 사람들이 주축이었다. 대표적 소셜클럽은 에어스윙어스(Air Swingers)였다. 말 그대로 헛스윙하는 골프인들이라는 뜻이다.

매주 토요일 이른 아침 티 타임이 비는 후반 9홀만 즐기는 클럽으로 플레이는 뒷전이고 하루 종일 깔깔 데고 웃다가 집에 가는 단체였다.

회원들 중에는 의사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특징은 하의는 항상 반바지이지만 상의는 긴소매를 입는 다는 것이다. 볕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피부암 걸릴 가능성이 높으니 항상 긴소매 옷과 썬그라스는 필수라고 알려주었다.

골프클럽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5년 여름 첫 딸이 태어난 날이다. 취직 이후 처음으로 사흘을 쉬었다. 그래서인지 회원들은 이 소식을 다 알게 되었고 필자가 출근하는 날을 맞춰 일부러 찾아 주었다.

그리고 한결 같이 작은 선물과 함께 축하해 주었다. 꽃 농장을 하는 회원은 매주 꽃을 가져다 주면서 아내에게 전달해 주기를 바랬고, 채소 농장주는 채소를, 과일 농장주는 과일을 가져다 주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딸의 이름을 기억해 주었다.

하찮은 일처럼 보이지만 호주에서 유색인종으로 살면서 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살다가 골프클럽 총지배인이 되어 “그들과 언제 가까워 질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필자에게 가족처럼 대해 주는 회원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추억 그 이상이었다.

최근 들어 많은 골프클럽들이 원가절감과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를 추구한다. 클럽을 방문하면 은행창구처럼 체크인을 하고 사우나 키 반납하듯이 횡 하니 뒤돌아 선다.

무인 체크인 시스템은 지금 시대에 사업적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예전 필자에게 딸의 안부를 묻던 우리 회원들을 생각하면 과연 “감성이라고는 1도 없는 골프장이 진정한 골프클럽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편의점 음료수값 지불하듯 하는 그린피가 낮 설다.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할수도 있지만 골프 이외에 클럽을 찾아 감성을 즐기려는 골퍼를 위해서는 한번쯤 꼭 필요한 고민거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JDG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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