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건 칼럼] 골프때문에 잃어버리는 너무 많은 것들···
[유상건 칼럼] 골프때문에 잃어버리는 너무 많은 것들···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1.09.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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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에게 가장 쉬운 일은 담배 끊는 일이었다고 한다. 평생 수백 번도 넘게 담배를 끊었다니 말이다.

골프를 백 번 넘게 끊은 아마추어 골퍼를 알고 있다. 함께 라운드 할 때 거의 언제나 골프화에 묻은 흙먼지를 털며 투덜댔다.

“내 이놈의 골프, 다시는 안친다.”

골퍼라면 그 이유를 안다. 프로골퍼 조차도 자신의 스코어에 만족하기 어렵지 않은가.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골프를 끊어야 마땅하다.

운 좋게(?) 아직 골프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예 골프 같은 유해한 운동은 쳐다보지도 않는 게 좋다. 그놈의 골프 때문에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은 시간이다. 미국의 경우 반바지 차림으로 집 근처 아무 골프장이나 가서 간단히 9홀을 돌고 집까지 돌아오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론 그냥 지나치기 힘든 소위 ‘19홀’을 빼고 운동만 한다면 그렇다.

한국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9홀 플레이가 안 되는데다 골프장까지 오가는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 대부분의 골퍼는 집과 골프장이 멀리 떨어져 있다. 교통체증도 심하다.

골프장까지 왕복에만 두세 시간은 쉽게 걸리는데다 라운드만 해도 다섯 시간은 필요하다. 하루가 꼬박 걸린다. 사실 미국에서도 골프가 부자들의 스포츠로 인식되는 것은 다른 운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건강도 잃기 쉽다. 혹자는 ‘갈비뼈에 금 가보지 않은 골퍼는 아직 입문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어깨와 손목, 발목 그리고 숙명처럼 견뎌야 할 허릿병. 직장생활을 하던 젊은 시절, 골프 치다 허리가 아파 세 번이나 입원해야 했다. 끙끙거리며 침대에 누워 상사가 보낸 난의 ‘쾌유를 빕니다’는 문구를 볼 때마다 서늘했다.

가장 큰 손실 중 하나는 바로 ‘자신에 대한 존중’이다. 어떤 때는 슬라이스가 나 OB 말뚝 바깥으로 사라지는 볼을 바라보면서, 또 다른 때는 그린 앞에서 토핑을 내 총알처럼 날아가는 공을 보면서 외친다. “에라이... xx 같은 xx야!”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하고 때로는 그 실수로 인해 큰 낭패를 보기도 한다.

그런 일들은 골프장에서 잃어버리는 두 세타보다 더 중요하고 피해가 클 가능성이 많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오면서 잘 버텨왔고 잘 회복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당연히 코스위에서도.

골프 때문에 좋은 친구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봤다. 골프장에는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유령이 떠돌아다닌다. 바로 ‘오늘만은 다르리’라는 ‘스코어 유령’이다.

이 유령에 사로잡히는 순간, 스코어에 집착하게 되고, 집착은 시샘을 낳으며, 시샘은 불화로 연결되고, 친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떠나 버린다.

억대 연봉을 버는 ‘골프광’ 선배가 있다. 그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골프장들이 그린피를 올린 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분개한다. 골프장 사업주들이 골퍼를 위로하지는 않고 부당하게 이득을 올린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언제나 ‘젠틀맨’으로 존경받는 그는 항의의 표시로 골프를 끊었다. 그런데 가끔 전화를 통해 전해지는 목소리는 ‘소신과의 싸움’에서 점점 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아, 세상에 골프를 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뭐가 있을까. 이 글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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