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은 한지형잔디, 특히 티잉에어리어 켄터키블루그래스 관리가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지난호에서도 8월 늦장마 영향으로 켄터키블루그래스 가을철 회복이 다소 더딜 것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 잔디생육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9월 하순부터 10월 상순까지 연속되는 강우 영향으로 생육 및 품질저하 현상이 두드러졌다.

일조 부족으로 인해 잔디는 웃자라고 연약해졌으며 뿌리내림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또 깎기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품질 향상에 어려움을 겪는 골프장이 많았다.

한편 벤트그래스는 정상적으로 뿌리발육이 되다가 장마철같이 새뿌리가 끊기고 곁뿌리가 탈락하는 현상들이 관찰됐으며, 일부 배수 불량한 그린을 중심으로 토양환원에 의한 습해증상이 발생하는 곳도 있었다.

가을철은 여름 이후 잔디회복, 품질향상, 월동준비 등을 고려한 관리들이 순차적으로 집중돼 있는데 올가을은 관리 여건이 썩 좋지 못한 상황이며 통기작업의 경우 생략하는 곳이 많이 늘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종잡을 수 없는 기상변화가 많다. 10월 중순경에 남부지방을 제외하고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한파주의보가 발효되는 곳도 있었다. 한편 예년에 비해 첫서리가 빠르고 된서리가 내린 곳도 있어 한지형잔디의 가을철 생육기간이 턱없이 짧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시기가 되면 관리자들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 중 하나가 서리피해 예방으로 이번호에서는 서리 피해의 기작 및 예방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서리(frost)는 기온이 0℃ 가까운 영하 온도에서 공기 중 수증기가 응결되어 식물체 잎에 만들어진 가루 모양의 얼음을 말하는데 바람이 적은 맑은 밤에 잘 발생한다. 지형적으로는 분지, 곡간지를 이루는 골프장에서 발생하기 쉽다.

서리는 밤새 발생할 수 있지만 때로는 아침 온도가 상승하기 직전인 일출 무렵에 발생하기도 한다. 잔디밭 토양 표면 및 잔디 잎은 낮에는 빛과 열을 흡수하고 밤에는 열을 방출하므로 토양 표면과 엽온은 대기온도보다 더 낮아질 수 있어 영하 조건이 아니더라도 서리는 발생할 수 있다.

서리피해(frost injury)는 동해(freezing injury)의 일종으로 온도가 낮아 세포내 결빙이 생겨 조직이 파괴돼 입는 장해다. 조직이 동결될 때나 녹을 때 세포 팽창과 수축으로 세포막의 기계적인 장해를 받는데 녹을 때 온도가 급상승해 급격하게 녹으면 피해가 커진다.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서리피해는 된서리를 제외하고는 서리 자체에 의한 피해보다 녹기 전 밟아서 발생하는 피해가 대부분이다. 잔디 잎이 부서지거나 식물체 내 세포벽이 파열돼 피해를 받으면 2~3일 후에 자주색을 띠거나 검게 변하고 심하면 갈변하여 고사하나 자연적으로 서서히 녹게끔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코스 내 서리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서리 연기(frost delay)’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는 골프장에 서리가 발생했을 경우 서리가 녹을 때까지 1~2시간가량 티오프 시간을 뒤로 미루는 방법이다.

미국골프협회에서는 골퍼들에게 서리피해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홍보 영상도 제공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검토해볼 만하다.

현재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서리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관리 방법은 피복재 사용이다. 피복재는 서리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나 비용 및 노동력이 크게 증가하는 단점이 있으며, 이를 대체하기 위해 서리가 예상되는 전날 계면활성제 성분의 서리방지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작물재배 농가에서는 서리방지를 위해 방상팬이라고 불리는 송풍기가 흔히 사용되고 있다. 이는 기온역전층을 교란시켜 토양표면 근처의 온도를 올려 서리를 예방하는 원리인데 골프장에 설치된 팬을 활용하면 가능할 것 같다.

경종적 예방법으로는 잔디체내 당, 전분, 단백질 등 친수성콜로이드함량을 증가시켜 내동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질소시비량이 많으면 잔디체내 수분함량이 증가하므로 질소는 줄이되 당, 아미노산이 함유된 기능성제제를 엽면시비하면 도움이 되고 칼륨, 칼슘 등 시비를 증가시키면 서리예방에 도움이 된다. 

에이엘그린 잔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