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잔디종자 대기근 심각···가정수요 급증·생산량 급감·재고 고갈
골프장 잔디종자 대기근 심각···가정수요 급증·생산량 급감·재고 고갈
  • 이주현
  • 승인 2021.10.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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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골프장 잔디종자 부족 사태
미국 내 477개홀을 관리하고 있는 코스 아웃소싱 전문 IGM은 잔디종자 수급 문제로 다른 품종을 고려하거나 오버시딩 파종률을 낮추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어느 정도 오버시딩 구역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미국 내 477개홀을 관리하고 있는 코스 아웃소싱 전문 IGM은 잔디종자 수급 문제로 다른 품종을 고려하거나 오버시딩 파종률을 낮추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어느 정도 오버시딩 구역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미국 내 골프장 잔디종자 공급이 부족하다는 소식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현지 업계 및 언론에 언급되기 시작했다.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자 공급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며, 코스관리자들은 당장의 수급과 내년분의 확보까지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어느 산업에서나 발생하는 문제의 상당수 원인에 코로나19가 언급되듯, 작금의 종자난도 그 지분이 없지 않으나 복합적으로 살펴보면 더 명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GCM 최근호는 심층 취재를 통해 진단한 종자난의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 코스관리자의 대처 등을 상세히 정리했다.

오버시딩용 라이그래스 지난해 2배 가격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 있는 토스카나CC 슈퍼인텐던트 재러드 스타넥은 연초부터 여름 잔디종자 구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첫 단서는 코로나로 집에 머물던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그동안 신경 쓰지 못한 잔디밭을 응시하면서 야기된 주택용 잔디종자 수요 폭증을 알게 된 것이었다.

또 다른 단서는 지난해 잔디·정원·방제 전문기업 Scotts Miracle-Gro가 Columbia Seeds의 잔디부문을 인수합병한 뒤 종자 공급 제한(※종자 재고를 골프장 등 도매에서 가정용 등 소매로 전환)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스타넥은 “이 2가지 정보를 통해 어림잡아도 수천톤의 종자 공급이 감소할 것이었고, 골프장 오너를 찾아가 종자 가격이 50%정도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토스카나CC가 36홀 코스에 전면 라이그래스 오버시딩이 필수라는 것을 이해하면 50% 비용 증가는 결코 적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스타넥이 9월 중순 주문서를 받았을 때 청구액은 예상을 넘어 거의 2배가 돼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행운아라 여겼다. 10월초 오버시딩 시기에 맞춰 약 70여톤의 종자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는 “종자가 오는 것을 보고 매우 안심이 됐다. 많은 이들이 올해 초 종자를 얻으려 했으나 실패했고,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골프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과 코스관리자들이 경고를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잔디 재배 및 유통업자들은 몇 달째 비상경보를 울리고 있었다.

오리건주 종자업체 DLF Pickseed North America의 프로젝트관리 이사 레아 브릴먼 박사는 “우리는 그런 소문을 듣고 있었다. ‘예전에는 톨페스큐를 많이 구할 수 없으니 대신 다른 품종을 쓰겠다’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모든 품종이 동난 상태”라며 “무슨 음모론 같은 말이냐고 할 수 있지만, 그냥 종자가 없다.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고 말했다.

오리건주 Mountain View Seeds의 아담 러셀 제품개발 이사는 “지난 1년간 잔디종자 생산에서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날씨 문제가 없는 생산지 빼고는 전부 그렇다. 게다가 수요가 계속 높아져 충당할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2배 높은 가격 때문에 라이그래스가 가장 많이 언급되면서 모든 상황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코스관리자의 비교적 작은 걱정거리일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 더레이크스CC 슈퍼인텐던트인 짐 슈미드는 “현 시점에서 대부분은 필요한 종자를 확보했다 생각하지만, 많은 이들이 품종을 바꿔야 했을 수 있다”며 “모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얻을 것은 아니나, 대부분은 받아들일 수 있는 종자를 확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레이크스는 10월초 오버시딩을 위해 지난 9월 약 50여톤)의 라이그래스를 받았고 납품가는 1파운드(약 453g)당 2020년 1.07달러(약 1278원), 2021년 2달러(약 2388원)로 거의 2배였다.

기후 격변으로 종자 생산량 반토막

지난해와 올해, 그리고 내년과 내후년에도 이어질 수도 있는 ‘종자 대기근’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Mountain View Seeds의 아담 러셀 이사가 암시했듯, 미국 잔디종자 산업이 일부 지역에 한정돼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오리건주(특히 윌래메트밸리)는 한지형잔디 재배의 메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 전 세계적 잔디종자의 75%가 생산되고 있다.

종자 생육에 좋은 건조한 여름과 온화하고 습한 겨울은 이 지역을 모든 종류의 농업, 특히 잔디에 이상적인 곳으로 자리잡게 했다.

오리건주 잔디생산자들은 미국 켄터키블루그래스와 톨페스큐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지만, 본질적으로 애뉴얼 및 페레니얼 라이그래스, 벤트그래스, 파인페스큐를 모두 생산한다.

원래 윌래메트밸리 기후는 쉽게 예측 가능할 정도로 좋았으나, 2020년 여름 산불 이후부터 기후 격변이 시작됐다. 산불 뒤 생쥐와 들쥐가 나타났고, 올해 2월 중순 얼음 폭풍이 몰아쳤다. 뒤이어 극심한 가뭄과 전례 없는 더위가 온 것이다.

러셀은 “수확종자의 질과 함께 재배 면적도 감소하고 있다”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예비 경보를 울렸다. 그러나 재배 면적이 충분했다 생각했고, 생산량도 50%가 아니라 20%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극한의 날씨로 빗나간 예상이 됐다”고 밝혔다.

윌래메트밸리는 성지가 아니라 기후 안정성 때문에 선택받은 잔디재배지다. 이곳에는 와인포도, 크리스마스트리, 대마, 잔디까지 230가지 작물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8개월간 미국(세계에서도)에서 이렇게 날씨가 격변한 곳은 없었다. 즉 잔디뿐 아니라 모든 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단 뜻이다.

여기에 코로나 영향이 더해졌다. 날씨 문제가 생기기도 전에 팬데믹으로 집에 머물던 사람들이 앞마당 잔디를 가꾸면서 종자 재고를 고갈시켰다.

DLF Pickseed의 브릴먼 박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잔디종자를 찾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라고 말했다.

잔디종자는 보통 수확 후 그해 판매가 끝나면 이듬해 봄 사용을 위해 일정 비율 재고를 남긴다. 그러나 오버시딩용 페레니얼 라이그래스는 근본적으로 이월이라는 게 없다. 이는 올해 이월에도 좋지 않은 징조로 해석된다.

종자 대기근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은 간단히 말해 ‘자본주의’다. 가정에 판매되는 소량 종자봉지가 팔레트에 실려 골프장으로 운송되는 톤단위의 종자보다 마진이 훨씬 크다.

그리고 Scotts Miracle-Gro가 Columbia Seeds 잔디부문을 인수합병했을 때처럼 기존 골프장에 많이 납품되던 종자가 소매로 넘겨질 것이 거의 확실했고, 이는 골프장 잔디종자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

대응 전략 있지만 즉시 해결책은 못돼

이러한 상황에서 코스관리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 코스관리 아웃소싱 전문 IGM은 183개 코스를 지원하고 477개홀을 관리하고 있고, 일부 코스가 문제를 느끼고 있다. 이들 역시 다른 품종을 고려하거나 오버시딩 파종률을 낮추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쉽진 않지만 결국 어느 정도 오버시딩 지역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Mountain View Seeds 아담 러셀은 몇 가지 팁을 제공한다. 페레니얼 라이그래스의 경우 가장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있으나, 잘 풀려도 가격과 가용성 문제는 202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일부 코스관리자에게 착색제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 종자 유통을 벗어나 코스관리 방법 자체를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 지금 관리가 최선인지, 통합 병해충관리(IPM)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지 살필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우선 ‘정말 이 지역에 파종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를 비관리지역으로 전환하거나, 비경기지역으로 잔디를 제거하거나, 한지형을 난지형 잔디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 전략은 시간과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금의 종자 대기근은 1~2년 내 해결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잔디종자는 근본적으로 자연에 의존하는 작물인 것이 그 이유가 된다. 당장 내년에 기후 문제없이 종자가 예전처럼 생산돼야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이나, 날씨가 어떻게 될 진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코스관리자는 “콜라를 주문했는데 탄산수가 배송돼 온다. 500㎖ 용량을 주문했는데 350㎖로 보내준다. 원하는 것을 주문하면 그들은 갖고 있는 것을 보내준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잔디종자 시장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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