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두 칼럼] 동토의 땅 러시아에서 찾는 새로운 도전의 즐거움
[하종두 칼럼] 동토의 땅 러시아에서 찾는 새로운 도전의 즐거움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1.11.1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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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 부흥을 위해 새로운 수도를 건설할 때 가장 남쪽에서 바다와 접한 곳을 선택했다. 얼지 않는 항구를 바라는 마음에 늪지대와 같은 곳이라도 좋았다.

그래서 세금 대신 돌을 받을 정도로 젖은 땅을 매립해 도시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세워진 도시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다. 공산당이 10월 혁명으로 군주를 처형하고 소련이 세워지기 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수도였다.

러시아에는 아직 골프장이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다. 날씨가 추워 골프장을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된 것도 이유겠지만, 아직 골프라는 스포츠가 적극적으로 마케팅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 수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특히 기후 온난화로 인해 예전처럼 날씨를 핑계 삼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발전하는 골프는 러시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로 발전되고 있는 중이다.

현재 모스코바 인근에 잭니클라우스 설계로 골프장이 오픈했고, 이외에도 많은 개발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필자에게도 러시아 극동에 골프장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 곳은 러시아 가장 동쪽 블라디보스톡이다. 지형이 평지와 같고 바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그 옛날 클래식 시대에 말과 쟁기로 만들어졌던 코스들처럼 토공량을 최소화하려고 노력중이다. 나무가 많지는 않았지만 살릴 수 있는 수목은 대부분 그대로 두어 코스 조경에 활용했다. 길게 늘어진 도랑은 잘 정비해 크리크 해저드로 활용했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집수해 관수 폰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필자를 눈여겨 본 개발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 옛날 표트르 대제의 신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골프코스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왕실 별장을 클럽하우스로 하고, 거기에 딸린 정원에 골프코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십 년 전 필자의 스승 로빈 넬슨이 프랑스에 설계한 ‘챔프드바테일’ 코스와 같이 만들 수 있냐고 물어온다.

챔프드바테일 코스는 프랑스 궁궐을 클럽하우스로 하는 역사적 코스다. 스승과 같이 옛 왕조의 여름 별장을 클럽하우스로 하고 정원을 골프코스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 온다.

로빈은 루게릭 병으로 먼 여행을 떠나기 1주일 전 ‘내가 어디에 있든 도와 주겠다’라는 이메일을 보내 왔다. 자신이 설계한 코스처럼 나에게도 만들어 보라는 의미인지, 이번 기회는 로빈이 만들어 주었다는 깊은 인상을 받는다.

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환승을 기다리고 있다. 9시간이나 비행하는 긴 여정이다. 하지만 이 모든 피로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이유는 로빈과 같은 방법으로 설계하고 골프코스를 개발하는 설렘이 아닐까!

새로움을 찾는 두려움보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특히 그 새로움이 남들이 해보지 못한 특별함이 있다면 그 가치는 더할 것이다.

‘너무 먼 공간에 시간과 열정을 낭비해서 새로운 코스를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물어보는 이도 있다.

하지만 골프코스 설계의 가장 우선되는 항목은 내 이름을 걸고 개발된 코스가 수백 년이 지나도 많은 이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코스가 역사와 같이 하는 공간에 공존한다면 그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 성취감을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장을 마무리한다.

아무리 그 여정이 힘들어도 나의 모든 열정을 불어 넣어 최고의 성취감을 즐길 수 있는 코스를 만들고 싶다. 비록 그 새로움이 내 열정에 재가 되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 프로젝트가 무산되더라도 말이다.

JDG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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