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정 “규칙을 무시한채 적당히 하는 골프는 이미 골프가 아니다”
최영정 “규칙을 무시한채 적당히 하는 골프는 이미 골프가 아니다”
  • 이계윤
  • 승인 2021.11.12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읽는 최영정 칼럼
최영정 선생이 생전에 남긴 주요 골프 칼럼집.
최영정 선생이 생전에 남긴 주요 골프 칼럼집.

 

국내 ‘1호 골프 기자’ ‘골프계 미스터 쓴소리’로 평생 ‘골프의 기본’과 ‘골퍼의 정신’에 충실했던 골프칼럼니스트 최영정(崔永定)선생이 10월15일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지난 50년 넘게 골프 관련 다양한 기사와 칼럼을 썼고, 스무권이 넘는 골프 서적을 남겼다. 특히 본지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최영정의 쓴소리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규칙을 무시한 채 적당히 하는 골프는 이미 골프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최영정. 그럼에도 요즘 세태는 골프장은 골프장대로 골퍼는 골퍼대로 룰과 매너와 에티켓에 담을 쌓아놓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골프에 대한 선생의 철학과 애정과 열정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고인의 칼럼을 다시 한번 게재한다.

 

그린을 혼자서 먼저 떠나지 마라

골프산업신문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골프게임의 가장 큰 멋은 힘이 미치는 한, 규칙이 허용하는 한, 동반자로 하여금 베스트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있다”라는 말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골프게임은 여럿이 해야 성립된다. 혼자서는 못하고, 또 그것은 골프게임도 아니다. 그래서 골프는 더욱 에티켓 준수가 강조된다. 그것은 남에 대한 배려가 첫째이고, 그 첫째 또한 바로 동반자의 볼도 잘 보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내 볼 어디 갔지?”에 “응, 내가 봤어! 오른쪽 끝 나무 옆이야”하고 알려줄 수 있으면 괜찮은 도움이 된다. 그가 곧 못 찾으면 몸소 현장으로 달려가 찾아주는 노고는 최상의 도움을 준 셈이 된다.

에티켓에서 가장 소중히 여길 것은 골프게임의 정신지키기다. 남의 플레이를 안보는 것은 상대 없이, 또는 인정 않고 혼자서 골프를 하려는 꼴이고, 이것은 곧 게임의 정신을 위반하는 셈이다.

사교와 친목을 첫 명제로 하고 그러기 위해 상호존중을 전제로 하는 우리 골프에서 우선 상대를 잘 보는 것 이상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상대의 스윙, 행동거지, 말투, 리듬, 버릇, 성격, 성품 등에 맞추어 각자 플레이를 펼칠 때 골프게임의 의미와 재미가 더 솟구침은 물론이다.

동반자 플레이에 무관심한 골퍼치고 ‘신통한’ 사람이 없다. 그의 낮은 기량이며 플레이 매너는 함께 타인의 지탄거리로 회자된다.

남의 플레이 관찰은 물론 본인에게도 이득을 가져온다. 실력에 상관없이 상대에 대한 매너이고 대화이며 더러는 그 결과에 따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게임의 성패를 결정짓는 그린과 그린 주위에서의 남의 플레이 관찰이야말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봐서는 안되는 샷, 봐서 좋은 샷이 있다지만 굳이 구별하지 말일이다.

우리는 그린에서 제 퍼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곧 혼자 먼저 자리를 떠나가 버리는 ‘얼간이’들이 의외로 많음을 보게 된다.

골프규칙 제1장 에티켓 항목 중에 ‘그린을 혼자서 먼저 떠나지 말라’란 멋진 조항이 있음을 모르는 탓일까? 그 항목은 이러하다.

“플레이어들은 같은 조의 다른 플레이어 전원이 홀아웃 할 때까지(until all other players have holed out) 퍼팅그린의 위 혹은 근처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should remain on or close th the green)”

안보아도 좋으니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만은 꼭 할 일이다. 즉 제발 다음 홀로 서둘러 먼저 혼자 걸어 나가지 말고 기다렸다가 전원 모두가 퍼트를 끝내고 함께 그린을 떠나 다음 홀로 함께 걸어가는 우의를 다짐하자.

동료가 열심히 퍼트하는데 지켜보지 않고 제 혼자 먼저 그린을 떠나는 것은 괘씸하고 이기적인 현장이탈죄다. 자기 위주 몹쓸 에고(ego), 시건방진 인간성을 드러냄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런데 골프 경기 TV중계에서 일급프로가 동료 퍼트를 안 지켜보고 그린을 먼저 떠나는 현상이 자주 우리를 의아케 한다.

우리 국내 프로경기에서 그런 것이 아무렇지 않은 일인냥 자행되고 있다. 유명 프로선수들이 그 주범들이어서 아마추어들도 본받아 ‘그린 혼자 떠나기’가 유행하는게 아닐까 염려된다. 프로끼리의 상금 배틀에서는 상대의 볼을 봐주는 것 즉 ‘남에 대한 배려’는 안 해도 되는 것일까?

영국 골프속언은 “골프를 통해 좋은 벗을 만드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했다. 즉 경기가 아니고 놀이의 라운드로 채워지고 끝나는 우리 골프인생이기에 골프 벗들은 가장 소중하고 소중한 요소이다.

“가장 큰 행복은 남을 행복하게 하는데 있다”는 잠언을 골프룰에 삽입했으면 한다.

(2015년 1월 게재)

 

 

그린위의 절도와 OK퍼트의 윤리

“맨손으로 그린을 향해 가지 말 것, 볼이 온그린 되었다면 퍼터를 뽑아든 후 걸어갈 것”

그린은 코스 중에서 그 표면이 가장 소중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델리킷한 구역이다. 골프화로도 보행 거리가 짧을수록 그 표면의 보존에 좋다.

어프로치샷이 커서 그린 오버된 경우 그린을 세로로 질러가지 말고 그린 주위를 우회함이 상식이고 매너임은 물론이다.

그린 위 보행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 우선 할 일은 그린에 다가가면서 미리 미리 그린위의 경사, 흐름, 볼의 라이 등을 보아두라는 것이다. 매너 있고 현명한 골퍼는 그리한다.

퍼트를 하기 전 자신의 볼이 가장 멀다고 생각되면 퍼스트 퍼트, 즉 맨 먼저 퍼트를 해야 하므로 바삐 행동해야 함은 물론이다. 퍼스트 퍼트는 퍼트 전에 하고 싶은 여러 절차에 시간이 모자라는 만큼 불리하다.

우리들은 캐디에게 볼을 지나칠 만큼 잘 닦도록 시키는 편이다. 캐디도 볼을 너무 잘 닦으려고 하는 편이다.

첫 퍼트하고 나서 묻은 풀잎과 모래 등은 손으로 떨어도 되는데도 캐디에게 일일이 닦도록 맡겨 시간을 끈다.

빗물과 아침 이슬에는 신경질적이 되어 치는 순간 젖어 버린 볼을 다시 닦도록 하다니 과잉 서비스 요구다.

퍼트 순서는 물론 원구선타, 즉 핀에서 먼 볼 부터이다. 그러나 ‘먼 볼’의 준비가 늦으면 상호 양해 아래 ‘가까운 볼’이 먼저하여 시간을 아낄 수 있으나 양해를 얻어야 한다.

남이 퍼트하는 동안 남에게 지장이 없는 한 자신의 볼 옆에 서서 준비를 해둔다. 남은 거리가 1클럽 이내면 마크하지 말고 그냥 “먼저 치겠다”며 연속 퍼트로 홀아웃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마크하고 집어 올려 닦고 다시 제자리에 놓은 후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등 프로 경기의 프로 흉내를 내는 짓은 과하고 시간 낭비다. 그린을 더 많이 밟아 더 많이 훼손하는 무매너가 되기도 한다.

남은 숏 퍼트를 “그냥 먼저”하고 연속 퍼트하는 것이 자신의 골프 이미지가 신선해 보이기 때문에 더 큰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볼이 온되면 반드시 마크하고 집어 올리는 절차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도 있다. 남의 퍼트에 지장 없는 한 볼을 닦지 말고 제자리에 놓아두어도 무방한데 습관적으로 닦는다. 진행이 빠르고 그린을 덜 밟게 되고 라인의 언듀레이션 관찰에도 유리하다 해서다.

퍼트하는 사람의 라인 전후방은 물론 그의 시계(視界)안에 서 있지 말아야 한다. 그에게 주어진 플레이의 일시적 우선사용권을 충분히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다.

우리네 ‘놀이 골프’에는 홀에 1그립(1클럽이 아니다) 길이 이내로 접근한 나머지의 퍼트를 면제해 주는 이른바 ‘기브’ 정확히는 ‘기미(gimme)’ 혹은 OK퍼트 또는 컨시드의 관례가 성행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볼이 홀에 들어앉기까지 연속 스트로크를 해야 하므로 이 기미 제도는 명백한 범칙 행위이지만 ‘놀이 골프’에서는 자리를 잡은지 오래고 특히 ‘접대 골프’에서는 필수 불가결의 관행으로 굳어져있다.

진행 스피드업을 위해서는 뜻 없는 마크, 볼 집어올리기 및 닦기 등을 생략할 일이지만 숏퍼트의 연속 퍼트는 진행을 지체시킬리 없는지라 우리 한국 골프에서 유별나게 잦은 기미 퍼트풍은 제고될 테마인 듯하다.

이 ‘기미’ 즉 OK퍼트에도 두가지 윤리가 있다. 첫째 그 거리가 퍼터의 그립 즉 1그립 이내일 경우라야 하며 결코 퍼터의 샤프트 길이여서는 안된다는 것. 1그립 길이는 30cm 내외이고 1클럽이면 1m 내외이다.

둘째는 기미를 선고받은 경우 흔쾌히 볼을 픽업해야 함에도 쓸데없이 볼을 밀어 넣거나 끌어당겨 넣거나 라인에 걸쳐 서서 넣는 등으로 규칙 위반의 어리석은 짓까지 하지는 말 것이다.

(2018년 10월 게재)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 184 (엘지분당에클라트) 1차 1208호
  • 대표전화 : 031-706-7070
  • 팩스 : 031-706-70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현
  • 법인명 : (주)한국골프산업신문
  • 제호 : 골프산업신문
  • 등록번호 : 경기 다 50371
  • 등록일 : 2013-05-15
  • 발행일 : 2013-09-09
  • 발행인·편집인 : 이계윤
  • 골프산업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골프산업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lfin707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