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교수의 병주고 약주고 24] 한겨울 눈 쌓인 곳은 병원균 서식처되기 쉬워
[장석원 교수의 병주고 약주고 24] 한겨울 눈 쌓인 곳은 병원균 서식처되기 쉬워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2.01.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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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색설부병

한겨울 우리나라에 식재된 대부분의 잔디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더라도 매서운 추위에 직면하게 된다. 기록적인 눈(雪)이 내릴 수도 있다. 쌓인 눈은 혹독한 추위와 건조로부터 잔디를 보호한다.

하지만 한번 내린 눈이 녹지 않고 덮인 상태로 오래 있게 되면 눈 밑은 병원균의 서식처가 될 수 있다. 바로 설부병원균이나 홍색설부병원균이 좋아하는 환경이다.

이는 일정한 온도와 충분한 습도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장기간 적설기간을 필요로 하는 설부병과 달리 홍색설부병은 적설기간이 없어도 발생한다. 그래도 눈이 있으면 더 좋아한다.

눈 덮인 기간이 길면 길수록 눈 아래 곰팡이가 잔디를 침입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왜 그럴까? 잔디가 눈에 덮이게 되면 잔디에 저장되어 있는 탄수화물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잔디 호흡은 -30℃ 낮은 기온까지 일정한 비율로 진행되기 때문에. 탄수화물 소모로 병 저항성도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눈은 햇볕을 가려 잎 광합성을 방해한다. 결국 눈 아래는 병원균에 유리하고 기주에게는 불리한 환경이 되는 셈이다.

홍색설부병은 벤트그래스류, 라이그래스류, 블루그래스류 등 거의 대부분의 한지형 잔디류에서 볼 수 있다. 들잔디나 버뮤다그래스같은 난지형 잔디에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병에 걸린 잎은 초기에 물 먹은 것처럼 진한 녹색이었다가 점차 연한 갈색을 거쳐 진한 갈색으로 바뀐다.

병반은 처음에 직경 2.5~5㎝ 정도 크기로 나타난다. 눈 덮인 기간이 길어지면 병반은 직경 25 ㎝ 이상까지 확대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인접한 병반끼리 합쳐져서 더 커지기도 한다. 습한 상태가 되면 병반에서 연분홍색의 균사체와 포자가 관찰되기도 한다. 그래서 병반 가장자리는 분홍색으로 보인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 홍색설부병.

병원균은 잔디 지제부까지 침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통 잔디를 죽일 정도로 병이 심하지는 않다. 병 발생 조건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보통 병원균들이 식물체에 큰 피해를 주려면 빨리 생장해야 하고 기주 식물체의 양분도 충분해야 한다. 왜냐하면 식물체로부터 양분을 빼앗아서 병원균 생장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에는 여의치 않다. 잔디의 양분 대부분이 관부와 뿌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른 속도로 기주를 감염시킬 수 없다. 보통 홍색설부병에 감염된 잔디가 그린업이 시작되면서 회복이 되는 이유다.

홍색설부병을 예방하거나 방제하기 위해서는 경종적 방제가 필수적이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잔디를 강하게 유지하고 영양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홍색설부병이 문제될 지역이라면 잔디 식재 전 저항성 품종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주 발생하는 지점에서는 눈을 치우고 너무 습하게 유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게 병원균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화학적 방법은 가장 현실적 접근이다. 홍색설부병은 예방 위주로 대응해야 한다. 살균제 사용 시기와 횟수는 지역마다 매우 다를 수 있겠지만, 보통 첫 살포는 늦은 가을이나 초겨울이 좋다. 적설이 아니라면? 늦은 겨울이나 이른 봄에도 살균제 살포가 필요할 수 있다.

살포지역은 병원균 분포를 고려해 병이 발생한 부분을 포함한 그 주변까지 살포해야 한다. 살균제는 눈 덮인 공간에서 약제의 지속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침투성 살균제가 효과적이다.

 

장석원;농학박사. 한국골프대학교 교수(골프코스조경과). (사)한국잔디학회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 저서: 잔디학(공저). 네이버 블로그(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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