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황무지에 그려낸 국내 최고 수준의 스코틀랜드풍 듄스코스
영종도 황무지에 그려낸 국내 최고 수준의 스코틀랜드풍 듄스코스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2.03.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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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탐방 - 오렌지듄스영종 골프클럽
 

듄(Dune)은 바람에 날려 온 모래가 쌓인 사구(砂丘)다. 사구는 사막과 바닷가에 주로 형성된다.

파도에 밀려온 모래가 해안에 사빈(砂濱, sand beach)을 이루고, 그 해변 모래는 바닷바람에 날려 사빈을 확장시키거나 육지 쪽에 쌓여 해안사구를 형성한다.

바람이 강하고 파랑(波浪) 작용이 큰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해변에는 사빈과 사구 형성이 활발해, 모래가 쌓인 뒤 파랑과 해풍에 단단해진 중간지대-링스(Links)와 듄스(Dunes)가 공존하는 특이 지형이 형성된다. 골프는 이곳에서 비롯되고 발달해왔다.

듄스의 형태적 특성·디테일 뛰어나

오렌지듄스영종이 들어선 땅은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바다를 메운 영종도 간척지다. 동쪽 일부는 제 1터미널 앞 업무지구의 유휴지이며 서쪽 땅은 비행기 착륙 방향 활주로에 이어진 안전구역이다.

공항이 건설될 때 인근 제5활주로 예정 부지에 스카이72GC가 대규모로 조성되었지만, 이곳에는 간이 골프 시설 9홀이 임시 운영되고 있었다. 2017년 인천공항공사가 ‘공항 활성화’를 위해 골프장 개발사업자를 공모했고, 지원한 10개 컨소시엄 가운데 ‘오렌지엔지니어링’이 선정됐다.

3년여 공사 끝에 2021년 6월 18홀 골프장을 문 열었다. BOT(Build-Operate-Transfer)방식으로 20년 간 점유·운영한 뒤 공항공사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오렌지엔지니어링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골프코스들을 설계·시공한 전문회사다. 클럽나인브릿지, 잭니클라우스, 파인비치, 해슬리나인브릿지, 페럼클럽 등을 시공했으며 힐드로사이CC, 더스타휴CC, 설해원 골든비치, 세라지오CC 등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했다. 이 밖에 설계·시공 실적 골프장이 200곳 넘는다.

골프장을 직접 운영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 골프장 가까운 곳에 오렌지듄스송도를 운영중이며 2008년 ‘상주오렌지CC(현 블루원상주)’를 설계·완공·운영한 뒤 매각한 바 있다.

오렌지엔지니어링은 이 부지에 듄스형 링스 스타일 코스가 어울린다고 판단한 듯하다. 바닷바람이 강한 간척지이고, 소금기가 피어오르는 황무지였다.

국제 업무시설과 공항 시설을 지원하는 배수로, 모노레일, 활주로 등의 인공시설들이 황량하게 산재한 자투리땅이었다.

이곳에 스코틀랜드 북해 연안처럼 신화적인 바닷가 풍치를 빚어낼 수는 없지만, 현대 장비와 기술을 통해 자연이 장구한 세월동안 빚어낸 듄스와 링스의 특징적 모습을 흡사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플레이어가 산재한 인공시설물들에 주의산만해지지 않고 코스 안쪽에 시선을 집중하도록, 듄스의 형태적 특성과 디테일을 완성도 높게 표현해 냈다.

듄스와 자연주의 미니멀리즘

오렌지엔지니어링은 “최근 세계적인 골프코스 트렌드인 ‘자연주의 미니멀리즘’ 개념을 도입했다”고 말한다. “인공의 모습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기능과 형태를 재창조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자연 경사를 이용한 배수 기능을 주로 활용하고, 수만년 동안 퇴적된 모래언덕 사이에 길을 흘린 듯한 모양으로 코스를 만들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거친 비바람에 허물어지고 뜯겨나간 모양의 벙커, 크고 작은 근육처럼 굴곡이 선명한 페어웨이, 일렁이는 갈대밭, 거친 사구 및 벙커와 고운 잔디의 선명한 대비 등, 듄스형 링스코스의 조형과 질감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미국 출신 톰 도악, 톰 파지오 등과 협업한 경력의 조형사(Shaper) 맷 플린트가 전략 조형과 미관 디테일을 다듬었다고 한다.

30년 노하우를 쏟아 붓다

그 위에 플레이어빌리티(playability)와 샷밸류(Shot Value)를 높였다. 바닷바람이 부는 곳이지만 스코틀랜드 해안만큼 강한 (옆)바람이 불지는 않으므로, 본고장 링스처럼 페어웨이를 넓히지는 않았다.

부지가 넉넉하지 않아 다이내믹한 도그렉형 홀이나 사선형 페어웨이를 배치하기 어려운 제약을 지형 변화를 최대화한 토공으로 극복하며 홀별 다양성과 샷밸류 리듬을 살렸다. 플레이 해보면 한 샷 한 샷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며, 샷마다 홀마다 변별력 안배가 정밀하다.

이 회사는 2013년에 인천 송도에 ‘오렌지듄스송도’라는 골프장을 지어 운영해왔는데, 그곳에서 이루지 못했던 원을 이곳에서 풀어낸 듯싶다.

해안 매립지 연약지반 공사에 따르는 기술적 문제들을 스카이72, 잭니클라우스GC, 솔트베이GC 등에서의 설계·시공 경험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골프장 조성 30년 노하우를 쏟아 부은 코스’라고 할 수 있다.

“Green Carpet Ride”

사업자 공모 때 공항공사에 제출한 골프장 조성 주제가 ‘Green Carpet Ride-녹색융단을 타고 미래로 뻗어가는 글로벌 리딩 공항의 그린 인프라 구축’이었다. 착륙하는 비행기에서 이 골프장 조형이 강렬하게 조망되도록 했다. 코스를 가로지르는 모노레일 위 자기부상열차에서도 근사하게 보인다.

“우리나라에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듄스코스를 만들고자 시도했다”는 설계·시공 취지에 공감하며, ‘의미 있는 성취’라고 생각한다. 산만한 인공 시설물에 둘러싸인 자투리땅 입지의 어려움 속에서도, 플레이어가 코스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테일로 승부한 공력과 도전을 인정할 만하다.

코스 이야기와 인상적인 홀들

18홀 전장 7243(블루티 6691, 화이트티 6265, 레드티 5376)야드, 파72 코스로, 바닷바람이 부는 자리임을 감안하면 긴 편이다.

가운데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동코스는 호텔과 오피스텔 등 업무지구 방향에 있어 도심형 코스 느낌을 내고, 서코스는 활주로 안전구역의 탁 트인 자리에 있어서 링스 분위기가 더 난다.

골프코스 전문 회사가 코스 자체 품질에 집중해 만든 골프장답게 다양한 라이에서 모든 클럽의 샷 기술을 테스트한다.

동코스는 예전에 간이 9홀의 ‘인천골프클럽’이 운영되던 자리였다. 코스에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과 인천공항 업무지구 건물들이 보인다. 해안 듄스에서 내륙 도시로 연결되는 경관 개념으로 조성했다.

일반적으로 해안 링스코스에는 호수가 거의 없지만, 이 코스에는 큰 호수들이 있어서 사막 오아시스 시티의 듄스 같은 느낌도 난다. 동쪽으로 진행했다가 서쪽으로 돌아오도록 배치됐다.

서코스는 상대적으로 바다에 가깝고, 비행기가 착륙하는 활주로 안전구역에 접해 있다. 코스가 들어서기 전부터 우거졌던 갈대밭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해안 사구와 어울리는 경관을 빚어냈다.

동코스에 견주어 서코스가 링스와 듄스의 느낌을 더 강하게 드러낸다. 도그렉 형 , 사선형 페어웨이 등 다양한 형태의 홀들을 배치해 다이내믹하고 샷밸류가 높다.

페어웨이에는 켄터키블루그래스 양잔디, 러프에는 페스큐를 심어 듄스 및 웨이스트벙커와 선명한 대비 조화를 이룬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짧고 단단하게 관리하며 평소 그린스피드는 스팀프미터 측정 기준 2.8m 정도로 관리한다.

공항공사와의 협약에 의해 일정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그린피를 받는다. 따라서 가성비 높은 골프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골프코스의 스타일 가치까지 음미하면서 플레이하면 더 만족이 크겠다.

변화와 시도

이 골프장은 인천공항 자투리땅들을 이어 붙인 부지에 조성했다. 바닷가에 있지만 공항 부속 인공 시설들이 주변에 산재하여 자연경관을 기대하기 어려운 자리다. 그런데 라운드 하다 보면 코스 안의 전략 요소들과 듄스코스의 형상 디테일들이 눈을 사로잡아 주변의 산만함을 상쇄한다.

이 코스를 그대로 들어 바닷가에 펼쳐 놓으면 어떨까 상상하게 된다.

세계 골프계의 최신 ‘자연주의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도입했다는 듄스와 웨이스트 벙커 등의 질감이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 유지 관리될지 궁금하다.

스코틀랜드 북해의 바닷가의 강한 바람이 만들었을 듯한 디테일들이 우리나라 퍼블릭 골프장에서 지속 유지 가능하다면 한국 골프코스 조성 흐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경외감이 드는 자연 풍광에 아름다운 골프장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이렇듯 자투리 황무지에 새로운 스타일로 완성도 높은 골프코스를 만드는 도전을 더욱 존경하고 응원한다.

 

코스개요

·명칭; 오렌지듄스영종 골프클럽
·구분; 대중제 코스
·개장; 2021년 6월
·위치;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해안남로 321번길 184
·설계; (주)오렌지엔지니어링(강상문)
·시공; (주)오렌지엔지니어링
·운영; (주)오렌지엔지니어링
·규모; 18홀 파72 6623미터(7243야드)
·초종; 페어웨이-켄터키블루그래스, 러프-페스큐, 그린-벤트그래스 Penn A1, 티잉에어리어-벤트그래스

 

 

류석무 '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저자
류석무 '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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