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교수의 병주고 약주고 26] 잔디와 병원균, 전쟁과 휴전이 오가는 긴장관계
[장석원 교수의 병주고 약주고 26] 잔디와 병원균, 전쟁과 휴전이 오가는 긴장관계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2.03.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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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핑 벤트그래스 잎마름병균 포자가 발아해서 식물체를 침입하고 있다.
크리핑 벤트그래스 잎마름병균 포자가 발아해서 식물체를 침입하고 있다.

 

지금 인간이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듯 잔디도 생육기 중에는 다양한 병원균에 노출되어 끊임없이 전쟁을 치른다.

땅 위에 있는 잎과 줄기는 주로 공기 중의 병원균과 전투를 치루고, 뿌리는 토양 속 병원균과 마주하게 된다.

미국의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식물병원균은 약 10만여 종이 존재한다. 잔디는 그 많은 병원균과 만나면서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갈까?

여기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뚫려있는 길. 찾기만 하면 문이 열려있기 때문에 그냥 걸어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은 발품을 팔아 찾아야 한다.

또 다른 길은 문이 닫혀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 병원균은 문을 찾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지만 들어가려면 힘과 노력이 필요하다.

식물의 기공은 동전의 양면이다. 숨을 쉬는 통로인 기공은 식물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공간이지만, 병원체 감염의 통로이기도 하다. 많은 병원성 곰팡이와 세균은 기공을 통해서 식물체로 들어간다.

기공의 잎의 뒷면에 주로 분포하고, 보통은 잎 뒷면이 앞면보다 물에 젖어있는 기간이 길어 감염에 취약하다. 잎에 물이 있으면 세균은 헤엄쳐 들어갈 수 있고, 곰팡이 포자는 식물체 표면에서 발아하여 안으로 들어간다.

수공은 중요한 감염 통로다. 잎의 끝이나 가장자리에 있는 늘 열려있는 공간이다. 게다가 수공은 잎맥과 열려있어 각종 양분이 있는 액체를 분비한다. 이른바 일액현상. 미생물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감염 통로일 수밖에 없다.

식물과 병원균 전쟁의 최전선은 표피다. 병원균은 이 표피를 뚫어야 물관 체관과 같은 젖과 꿀이 흐르는 양분의 강이 나타난다. 하지만 식물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식물은 표피에 왁스층이라는 견고한 성을 쌓고 있다. 왁스층은 물이 묻거나 수막 형성을 막기 때문에 병원균은 부착과 포자 발아에 아주 불리하다. 경우에 따라서 식물은 표피세포의 외벽을 두껍게해 병원균의 직접 침입을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때 외벽은 리그닌, 펙틴, 큐틴 등 단단한 물질로 되어있어 뚫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은 둘 사이 휴전상태가 유지된다. 그럼 병원균은 어떻게 전쟁을 일으킬까?

보통 식물 표면을 통한 직접 침입은 곰팡이와 선충에서 가장 일반적이다. 선충은 구침이라는 무기로 기계적 힘을 가해 뿌리 표면을 뚫는다. 그러면 곰팡이는? 그들은 식물체와 만났을 때 침입균사라는 돌격대로 기주식물을 표피를 뚫고 침입한다. 이때 그들은 식물체 외벽의 구성성분인 큐틴이나 펙틴 등을 녹일 수 있는 효소나 독소 등을 무기로 사용한다.

잔디밭에서 가장 흔한 병원균 감염 경로는 단연 상처다. 잔디는 자주 깎아야 하는 식물이니 잔디밭에서 상처는 아주 흔하다. 골퍼 신발 밑 스파이크나 무거운 코스관리 장비도 상처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잔디의 상처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감염 통로라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잔디에 상처가 나면 병원균 입장에서 무임승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면에 잔디는 상처를 치료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예초는 가능한 한 병원균에게 불리한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보통 그런 시간은 잔디에게 유리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게 잔디의 건강을 도와주는 길이다. 올해 기상 환경은 잔디와 병원균 둘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전개될까? 그 치열한 전쟁의 승리자가 궁금하다.

 

장석원;농학박사. 한국골프대학교 교수(골프코스조경과). (사)한국잔디학회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 저서: 잔디학(공저). 네이버 블로그(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장석원;농학박사. 한국골프대학교 교수(골프코스조경과). (사)한국잔디학회 부회장 및 학술위원장. 저서: 잔디학(공저). 네이버 블로그(알쓸 잔디 이야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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