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프리퍼드라이 적용은 드롭이 아니고 플레이스해야
[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프리퍼드라이 적용은 드롭이 아니고 플레이스해야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2.04.0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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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는 윈터룰(Winter Rules)이라고 해서 겨울철 골프코스 그라운드 상태가 얼었다가 녹아서 질퍽거리거나 진흙투성이 일 때 볼 위치를 원래 라이에서 일정 거리 이내까지 옮길 수 있게 허락하는 로컬룰 모델 E-3이 있다.

보통 프러퍼드라이(Preferred Lie) 또는 ‘리프트, 클린 앤 플레이스 룰(Lift, Clean and Place Rules)’이라고도 한다.

나나 마센이 덴마크 선수 최초로 우승한 2022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는 퍼붓는 비 때문에 4일 내내 ‘프러퍼드라이’가 적용됐다.

프리퍼드라이는 폭설, 해빙기, 장마, 폭염 등 좋지 않은 기상상태 때문에 코스가 손상되거나 잔디를 깎는 무거운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플레이어들이 공정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페어웨이를 보호하기 위해 채택하는 로컬룰이다.

골퍼가 샷 한 볼이 페어웨이에 있을 때 벌타 없이 집어서 홀에 더 가깝지 않은 어느 방향이든지 더 좋은 자리에 볼을 옮겨 놓고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로컬룰이다. 하지만 러프나 퍼팅그린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프리퍼드라이를 적용하는 방법은 먼저 볼이 놓여 있는 위치를 마크하고, 그 볼을 집어 올려서 닦고, 그 볼이나 다른 볼을 정해진 로컬룰에 따라 플레이스하면 된다.

다만 주의할 것은 한 번 내려놓으면 다시 프리퍼드라이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고, 집어 올렸다가 좋은 자리에 내려 놨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자리와 마찬가지로 안 좋은 자리여도 다시 옮길 수는 없다. 다시 옮기면 1벌타다. 그리고 볼은 드롭하는 것이 아니라 지면에 놓는 것, 즉 플레이스(place)해야 한다.

프리퍼드라이를 적용하는 구제구역의 크기는 원래 볼이 놓여 있었던 지점으로부터 (1)한 클럽 길이 (2)스코어 카드 길이 (3)6인치 등으로 정해진다. 각 대회마다 경기위원회에서 정하는 구제구역 크기가 다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일본골퍼 이마다 류지는 중국 미션힐스에서 열린 스타트로피 대회에서 프리퍼드라이 구제범위를 PGA 표준인 한 클럽 길이 이내로 알고 플레이 했지만 그 대회 로컬룰은 구제구역 범위가 스코어카드 길이 이내였다. 결국 그는 1라운드 종료 후 스코어 카드 제출전에 프리퍼드라이 구제를 잘못한 것을 위원회에 보고했고,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한 2벌타를 13회 적용한 26타의 벌타를 받아 97타를 기록했다.

필자가 존경하는 골프칼럼니스트 김맹녕 선생님은 라운드 중 윈터룰을 적용해 10인치되는 곳에 볼을 놓았더니 캐나다 친구가 ‘당신 사이즈가 10인치나 되냐’고 농담을 해서 당황했다고 한다. 프리퍼드라이 6인치가 서양 남성들 성기가 발기 했을 때 평균 길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배를 잡고 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USGA(미국골프협회)는 ‘볼은 있는 그대로 쳐야 한다(play it as it lies)’는 원칙을 고수하며 단 한 번도 US오픈에 로컬룰 E-3을 적용하지 않았다.

USGA는 “US오픈이 모두 완벽한 페어웨이에서 경기한 것은 아니다. 불공정한 것 같은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US오픈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2018 US여자오픈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E-3을 적용하지 않았고, 그 당시 박인비는 “US오픈 전에는 항상 진흙 묻은 볼을 치는 연습을 한다”고 말했었다. 미국 PGA는 수십 년 전통을 깨뜨리고 2016 PGA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너무 많이 내린 비 때문에 프리퍼드라이를 적용했는데,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선수권에서 프리퍼드라이 로컬룰이 적용된 것이다.

프리퍼드라이는 원하지 않은 상황에 처한 플레이어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선한 룰이다. 영어단어 ‘chance’는 ‘가능성, 기회, 우연, 운’ 등으로 번역되는 말이다. 최선을 다해 친 샷이 페어웨이에 있어야 선한 룰의 운이 따라주는 것이다. 결국 우연은 행동하는 자의 몫이고, 기회는 선택하는 자의 몫이다.

독일인 의사이자 코미디언인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이 쓴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라는 책에는 현대인이 된 모세가 로또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1년 동안 기도하며 불평하는 내용이 있다. 결국 하느님은 모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발 부탁이니 어서 가서 그 빌어먹을 복권 좀 사거라.”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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