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지도 2년이 넘었다. 4월말 현재 우리나라에서 1500만명 이상이 감염되고 2만여명 가까이 사망했다. 백신을 맞았어도 돌파감염에 의한 확진자가 생겨나고, 완벽한 치료제 개발도 더디기만 하다.
최근에 감염등급을 2급으로 하향했지만, 그간의 변이 출현을 고려하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구제역은 소와 돼지 등 발굽이 있는 동물에서 문제되는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이다. 한국에서는 1934년 처음 발생했다. 2000년 경기도 파주와 충청도 지역에서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구제역은 2011년에는 전국을 발칵 뒤집었다. 베트남 연수를 다녀온 사람들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만일 사실이라면 법적 방제인 검역에 실패한 셈이다. 법적 방제는 법이나 제도적으로 병해충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막는 일을 말한다.
법적 방제를 소홀히 하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구제역 사례는 그 손실 규모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보여준다. 구제역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수많은 인력들이 동원된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축들이 매몰되고, 가축을 키우던 사람들은 하룻밤 사이에 직업을 잃는다.
개인과 국가는 경제적 손실을 크게 입는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 솔잎혹파리, 소나무재선충, 과수화상병, 주홍날개꽃매미 등 해외 유입 병해충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사례는 수 없이 많다.
잔디병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많은 잔디 병들은 원래 이 땅에 없었던 것들이다. 많은 병원균이 종자와 식물체를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식물의 병해충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왕 들어온 병원균들을 돌려보낼 수가 없으니 이제라도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할까?
잔디 생산지, 잔디 식재지, 잔디 이용자 등 삼박자가 필요하다. 어느 한곳이라도 협조가 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잔디 생산지에서 병 관리는 중요하다. 생산지에서 발생한 병반은 판매되는 뗏장을 따라 소비자가 있는 전국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따라서 생산지에서 병원균이 없는 종자의 사용과 병 발생했을 때 빠른 진단과 방제는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뗏장 소비가 이루어지는 골프장, 경기장, 공원, 학교운동장 등으로 병이 확산될 수 있다. 잔디 생산지에서 병원균에 감염된 뗏장이 소비자에게 가서 병이 확산된다면 방제 비용은 몇 곱절로 더 들어갈 수 있다.
골프장에서의 병 관리는 매우 선택적이어야만 한다. 현명한 코스관리자들은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병을 완전방제 목표로 대응하지 않는다.
모든 병을 적으로 대하면 방제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경제적 방제수준을 정하고 대응하는 게 좋다. 확산속도가 빠른 피티움병처럼 군사작전이 필요한 병들은 예외다.
골프장을 방문하는 골퍼들의 협조도 매우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골퍼라면 라운드를 끝낸 후 반드시 에어건을 사용해 신발에 묻은 잔디 예지물을 꼼꼼히 제거하자.
클럽도 마찬가지다. 조만간 다른 골프장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골퍼라면? 여러분은 의도하지 않게 병을 전파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여러분의 방문이 작은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골프장은 그 불씨 때문에 영문도 모르고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