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아는 것이 힘일까? 모르는게 약일까?
[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아는 것이 힘일까? 모르는게 약일까?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2.05.2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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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8일 제41회 GS칼텍스 매경오픈 마지막 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던 남서울CC 9번 홀에서 선두경쟁을 하던 조민규는 모르는 것이 독이 됐다. 7번홀까지 김비오와 공동 선두를 달렸지만 9번홀(파5) 규칙 위반을 이유로 경기위원으로부터 2벌타를 받았다.

대회장 남서울CC는 한 홀에 두 개의 그린이 있는 코스다. 4라운드 9번 홀은 왼쪽 그린을 사용했는데, 볼이 오른쪽 그린 에이프런에 떨어지자 조민규는 구제를 받은 후 오른쪽 그린을 밟고 스탠스를 취한 뒤 세 번째 샷을 했다.

하지만 골프 규칙 13.1f에 의해서 플레이어의 의도된 스탠스 구역도 완전한 구제를 받아야 했다. 따라서 규칙 위반으로 2벌타를 받았고, 9번홀 스코어가 파에서 더블보기로 바뀌면서 선두와 4타 차로 벌어졌다.

결국 최종적으로 김비오가 9언더파로 우승을, 조민규 선수는 7언더파로 준우승을 했다. 우승 상금이 3억원, 2위 상금이 1억2000만원 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규칙 13.1f 위반이 1억8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정보였다.

우리나라와 일본에는 한 홀에 두 개의 퍼팅그린이 있는 골프장들이 더러 있다. 물론 9홀 골프장은 각각 전 후반을 달리 플레이하기 위해 그린이 두 개지만, 18홀 정규코스 골프장도 그린이 두 개인 경우를 종종 본다.

여름과 겨울의 계절변화가 심한 지역에서 고객에게 좀 더 양질의 퍼팅그린을 제공 하기 위해 추가비용을 무릅쓰고 두 개의 그린을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일반 골퍼들이 이런 두 개의 그린을 ‘Two-Green’이라고 하는데, 이는 올바른 용어일까?

먼저, 더블그린(Double Green)은 매우 큰 한 개의 그린으로 두 개의 홀과 두 개의 깃대가 있어서 다른 홀의 다른 팀 골퍼들이 동시에 그린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래된 링크스 코스에서 볼 수 있는 퍼팅그린이다.

예를 들어 세인트앤드류스 올드 코스는 4개 홀을 제외한 모든 홀이 더블그린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투그린은 얼터닛 그린(Alternate Greens)이다. 같은 홀에 두 개의 다른 퍼팅그린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사용하지 않는 깃대가 없는 그린, 즉 ‘잘못된 그린(Wrong Green)’은 퍼팅그린이 아니라 일반구역이다.

골프에서 잘못된 그린은 플레이 중인 홀이 아닌 다른 홀의 그린, 임시그린(Temporary Green)을 사용할 때는 그 홀의 원래의 그린, 그리고 퍼팅, 치핑, 피칭을 위한 연습 그린을 말한다. 잘못된 그린에 볼이 올라가면 구제를 받아야 한다. 이전에는 스탠스가 잘못된 그린에 걸려도 그대로 쳐야했지만 2019 개정규칙에서는 그린에 볼이 올라가지 않았더라도 잘못된 그린을 밟고 샷을 하면 스트로크 플레이는 2벌타, 매치 플레이는 홀의 패를 받게 된다.

따라서 잘못된 그린에 볼이 올라가거나 잘못된 그린이 스탠스나 스윙구역에 방해가 되면 반드시 벌타 없이 완전한 구제를 받아야 한다.(13.1f)

구제를 받는 방법은 먼저 잘못된 그린을 피해 스탠스를 잡아 가장 가까운 구제 지점을 찾고, 그곳을 기준점으로 설정한 후, 기준점으로부터 홀에 가깝지 않은 한 클럽 이내 범위에서 볼을 드롭한 후 플레이를 하면 된다.

로컬룰 모델 D-3에 의해 위원회는 의도된 스탠스 구역에 방해가 되는 것만으로는 잘못된 그린으로부터 구제를 받을 수 없는 로컬룰을 채택할 수 있다.

인터넷 유행어 중에 ‘아.만.보’라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의 줄임말이다.

또 영국의 16세기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아는 것이 힘이다’(scientia est potentia)라는 말도 있다. 영국 고전경험론의 창시자로서, 연역적 형식논리학을 배척하고 지식 확립의 방법으로서 귀납법을 중요시했다.

‘아는 것이 힘’과 반대로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왜곡된 의미로 쓰이는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토마스 그래이(Thomas Gray)가 ‘멀리 이튼 학교를 바라보는 노래(Ode on a Distant Prospect of Eton College)’에서 한 말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Ignorance is bliss)라고 한 것은 무식함을 옹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낫 다라고 말한 것이다.

규칙은 반드시 알아야 하며, 모르면 그것은 약 중에서도 독약이다.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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