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벙커 탈출 실패해 결국 모래무지가 되었다는 어떤 슬픈 전설
[정경조의 골프룰 더하기 인문학] 벙커 탈출 실패해 결국 모래무지가 되었다는 어떤 슬픈 전설
  • 골프산업신문
  • 승인 2022.08.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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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2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위민스 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전인지는 4차 연장에서 패하며 애슐리 부하이(남아프리카공화국)의 15년 만의 첫 우승을 축하해 줘야 했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바로 벙커였다. 1차 연장에서는 전인지가 그린 사이드 벙커에, 2차 연장에서는 부하이가 그린 사이드 벙커에, 마지막 4차 연장에서 전인지는 페어웨이 벙커에, 부하이는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져 두 번씩 벙커 샷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전인지의 4차 연장 티샷이 페어웨이 항아리 벙커(pot bunker)에 들어갔고 세컨드 샷으로 벙커를 탈출한 그녀는 서드샷을 먼저 해야만 했다.

그런데 부하이는 LPGA 벙커 세이브율 1위답게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세컨드 샷을 깃대 옆에 붙여 파를 기록하며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결국 스코틀랜드에서 세인트앤드루스와 함께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2017년까지는 여성회원을 받지 않았던 뮤어필드의 벙커가 전인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해안 가까이 조성된 링크스 코스에서는 강한 바람에 모래가 날리지 않도록 벙커를 깊게 만들기 때문에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잭 니클라우스는 “영국에서 가장 좋은 골프 코스는 뮤어필드”라고 말했지만 전인지 선수에게는 가장 가슴 아픈 골프장이 됐다.

2021 디 오픈 36홀 최소타 기록(129타)을 세우며 마지막 메이저 대회 와이어 투 와이어(4라운드 내내 1위)우승을 향해 달려가던 루이 우스트히즌의 발목을 잡은 것도 바로 그린 주변 벙커였다.

마지막 날 가장 쉬운 로열 세인트조지스 7번 홀 그린 주변 항아리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이 그린 반대쪽 벙커에 다시 빠졌고 결국 2퍼트 보기를 하며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모리카와에 2타 뒤지며 우승권에서 멀어진 것이었다.

이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클럽 4번 홀에는 영국에서 가장 깊고 높은 벙커가 있다. 이 벙커는 히말라야 벙커라고 불리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의 이름을 따서 지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벙커의 깊이는 12m, 너비는 7.5m나 되고. 벙커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3면이 나무판자로 되어 있다.

2016 US오픈이 열렸던 오크몬트 골프장의 ‘교회 의자들(Church Pews)’로 불리는 90m가 넘는 벙커도 악명이 높다. 3번 홀과 4번 홀 페어웨이 사이에 있는 기다란 러프 둔덕들이 마치 교회 의자를 일렬로 정렬해놓은 것 같아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원래 6개의 벙커로 나뉘어 있던 것을 하나로 만들면서 유명해졌고, 처음에는 7개 ‘의자’밖에 없었지만 점점 늘어 12개가 됐고, 두껍고 질긴 페스큐 잔디로 구성된 러프 의자에 볼이 들어가면 탈출은 고사하고 볼을 찾는것도 어렵다.

미국에서 가장 깊은 벙커의 깊이는 PGA웨스트 TPC스타디움 코스 16번 홀의 약 5.8m이고,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 코스 14번 홀에 있는 지옥 벙커의 깊이는 약 3.7m다.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파인밸리 골프장 파3 10번 홀 그린 앞 벙커는 깊이가 3m밖에 안되지만 너무 작아서 백스윙 공간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악마의 항문(Devil’s Asshole)’이라는 재밌는 별명이 붙어있다.

2019 개정규칙 이후 많은 골퍼들이 벙커에서 클럽으로 모래를 건드려도 된다고 오해했었다.

하지만 모래 성질을 테스트하거나, 백스윙이나 연습 스윙, 그리고 어드레스 할 때 클럽이 모래에 닿으면 안 된다.(12.2b/1) 이 ‘테백연어’의 경우를 제외하고 2벌타를 주던 조항이 사라졌다.

프로골퍼들은 퍼팅그린 주변 러프보다는 벙커가 어프로치 하기에 더 편하다고 말하지만 주말 골퍼에게 벙커는 들어가기 싫은 고약한 ‘악마의 항문’이다. 벙커는 무조건 피해 다니고,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면 거리 무시, 방향 무시 과감히 한 번에 탈출해야 한다.

벙커 모래에서 한 번에 못 나오면 내일모레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중 몇몇은 결국 나오지 못하고 강줄기 중·하류 모래바닥 근처에 숨어 사는 민물고기 ‘모래무지’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KGA 홍보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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