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선교사 등 채집해 도미···골프코스 잔디로 인기 급상승 중
식물학자·선교사 등 채집해 도미···골프코스 잔디로 인기 급상승 중
  • 이주현
  • 승인 2022.09.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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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잔디 조이시아는 언제 미국에 갔을까?
조이시아(Zoysiagrass)는 한국잔디로 불릴 만큼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잔디로,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더위에 잘 견디고 물과 비료 등 자원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조이시아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 골프장이 한지형잔디를 선택했다가 다시 조이시아로 돌아오는 추세를 봐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조이시아(Zoysiagrass)는 한국잔디로 불릴 만큼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잔디로,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더위에 잘 견디고 물과 비료 등 자원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조이시아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 골프장이 한지형잔디를 선택했다가 다시 조이시아로 돌아오는 추세를 봐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조이시아(Zoysiagrass)는 한국잔디로 불릴 만큼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잔디로,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골프장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에서 조이시아를 개량해 신품종으로 출시하거나 현지 골프장에서 기존 잔디(켄터키블루그래스, 벤트그래스, 버뮤다그래스 등)를 대체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 미국에서 개량된 신품종 조이시아 중 일부는 국내 시장에도 출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토종 잔디인 조이시아가 역수입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조이시아는 어떻게 먼 바다를 건너 미국까지 가게 됐을까? 미국은 다양한 잔디 품종을 사용하는 나라지만, 최근 골프장에서 조이시아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조이시아 도입 과정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식물·토양과학 교수 마이크 피단차 박사는 미국 내 조이시아 역사·사용· 개량에 대한 논문(Patton, A.J., B.M. Schwartz, K.E. Kenworthy. 2017)을 통해 조이시아가 어떻게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게 됐는지 정리한 바 있다.

조이시아라는 이름은 독일 식물 분류학자 칼 루드비히 빌데노브(1765-1812)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 살았던 신성로마제국의 아마추어 식물수집가인 칼 폰 조이스(Karl von Zois, 1756-1799)를 기리기 위해 붙인 것이다.

조이시아 종자는 1892년 코네티컷농업실험센터에서 일하던 제임스 올콧(1830-1910)에 의해 처음으로 미국에 들어왔다. 당시 실험센터는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잔디를 모으고 있었다. 올콧은 1885년까지 미국 최초의 ‘잔디 정원’ 또는 잔디 품종 시험을 설립하고 유럽, 호주,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다른 나라 식물학자와 정원사로부터 잔디를 수집했다.

1892년 미국에 도착한 조이시아는 조이시아 마트렐라(Zoysia matrella, 금잔디)로 일본 요코하마에서 우편으로 배달됐다. 올콧은 당대 최고의 잔디 권위자로 ‘그래스맨(Grass Man)’이라고 불렸다.

2년 뒤 1894년 당시 주한 미국 외교관이었던 존 실(1831-1901)은 미국 농무부에 조이시아 자포니카(Zoysia japonica, 들잔디) 종자를 보냈다.

올콧과 실의 행적과 조이시아 도입을 기록한 것은 미국 식물학의 선구자였던 프랭크 램슨 스크리브너(1851-1938)였다. 미 농무부에서 일하고 테네시대학 농업 실험소장을 맡았던 그는 ‘American Grasses(1897)’라는 저서를 통해 미국의 잔디 종을 정리했다.

1898년 미 농무부는 종자식물 도입에 대한 공식 기록 보관소를 설립했으며, 미국에서 조이시아의 첫 공식 도입은 W.M.베어드 목사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한국 선교사였으며 농무부에 경제적으로 중요한 식물을 모으는 임무를 받았다. 그가 수집한 2종류의 ‘한국잔디’는 나중에 조이시아 자포니카로 재분류됐다.

1902년 데이비드 페어차일드 박사(1869-1954)는 아시아를 여행하며 다양한 조이시아 종을 수집하고 20만종 이상의 식물과 품종을 미국에 도입했다. 프랭크 마이어(1875-1918)는 건조한 땅에 적합한 가뭄저항성을 가진 품종을 찾기 위해 페어차일드에 고용됐다.

1905년 마이어는 아시아 전역에서 13년간 여행을 시작해 2500종 이상의 식물을 보냈다. 1906년 북한에서, 1907년 중국에서 조이시아를 보냈다.

그는 1918년 중국 장강에서 시신이 발견되면서 여행을 마쳤다. 1930년 한국에서 채집된 조이시아 종자는 더 널리 전파돼 1951년 그를 기리기 위해 마이어 조이시아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조이시아 마트렐라의 미국 공식 도입은 1912년 미 농무부 사료작물 부분 초본학자인 찰스 파이퍼(1867-1926)가 필리핀에서 가져온 것이다.

왜 조이시아가 인기일까?

위 내용에서 미국에서 조이시아가 소개된 것은 최소 120년 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비주류였던 조이시아가 왜 최근 개량 신품종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골프장에서도 많이 선택하는 잔디가 된 것일까?

많은 코스관리자들이 짐작했겠지만, 코스관리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기후 온난화로 미국 내 따뜻한 기후지역이 많아지면서, 기존 한지형잔디로는 관리 한계가 있어 조이시아와 같은 난지형잔디 선택이 많아졌다.

미국 트랜지션존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기후를 보이는 지역인데, 여기서도 북부지역은 그동안 한지형잔디를 사용해 왔으나 기온이 상승하면서 난지형잔디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 여기에 한지형잔디보다 물을 25~30% 적게 사용하는 것도 큰 이점이다.

한지형에 비해 조이시아가 병에 덜 민감하고, 회복력도 좋은 편이다. 가장 큰 단점이었던 내한성도 최신 품종에선 많이 개선됐다.

그동안 미국에서 한지형을 난지형잔디로 전환할 때 버뮤다그래스가 일반적 선택이었으나, 매력적 신품종 조이시아가 많이 등장하면서 약진하고 있다.

신품종 조이시아는 텍사스를 중심으로 대학, 종자업체, 잔디농장이 단독 또는 협업으로 개발해 출시하고 있으며, 페어웨이뿐만 아니라 그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조이시아가 등장할 정도다.

북쪽지역이 점점 더워지고, 관리비용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 상황이 지속되는 한 더위에 잘 견디고 물과 비료 등 자원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조이시아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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