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에서 흰가루병은 보기 쉽지 않다. 주로 잎에 발생하지만, 발생해도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다.

주로 켄터키 블루그래스와 훼스큐류에서 발생한다. 잎을 자세히 보면 하얀 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증상을 보이는데 보기에 흉하다.

병 발생 부위에 흰가루가 덮여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의미로 흰가루병이라 부른다. 한문으로 白粉病, 영명으로 powdery mildew.

병원균은 살아있는 식물체에서만 기생하는 습성을 따서 순활물 기생균이라 한다. 식물을 단번에 죽이지 않고 영양분을 빨아먹는 잔인한 병이다. 흰가루병은 우리가 주변에 있는 식물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병 중 하나다. 특히 가을 산책길에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병원균은 거의 1만 종에 가까운 속씨 식물의 잎, 줄기, 꽃, 과일 등을 감염한다. 편식을 모르는 10대 청소년 같다. 화훼류나 채소류 등 기주를 가리지 않는다.

감염된 부위는 처음에 흰 반점 형태로 보이다가 전체로 퍼져서 나중에는 회색으로 변한다. 흰가루병은 고온과 건조, 잎의 노화, 잎과 덩굴이 복잡해서 통풍이 불량한 곳에 생기기 쉽다.

잔디 잎에서 발생한 흰가루병은 병원균이 기주의 양분으로 증식을 하며 피해를 키운다. 병반에서는 무성생식으로 생산한 분생포자는 주로 바람에 의해 주변으로 퍼진다.

포자는 죽은 조직에서 휴면하거나 월동 후에 다음 기주가 나타나면 다시 감염원이 된다. 잔디에서는 보통 식물체내 양분이 부족(low sugar disease)한 비관리 지점이나 큰 교목 아래의 그늘진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섭씨 20℃ 내외의 습도가 높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이라면 병원균에게는 병을 일으키기에 안성맞춤이다. 조건만 맞으면 포자가 기주를 만나 2시간 내에 침입이 가능하다.

병 증상이 심해지면 잔디 식물체 전체가 칙칙한 흰색 또는 옅은 녹색으로 보일 수 있다. 심하게 감염된 잎은 보통 노랗게 변하고 시들어 가며 잎이 얇아질 수 있다.

흰가루병은 예고가 짧게 유지되는 잔디밭에서는 보기 쉽지 않다. 보통 예초가 잦은 잔디밭은 양분이 적당하게 유지되는 고관리 잔디이기 때문이다. 특히 짧게 유지되는 잔디는 공기 순환이 원활해서 습도가 높지 않다. 설사 병원균에 감염되더라도 잎이 짧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에 잔디밭에서 흰가루병이 관찰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잔디밭 햇빛 투과율을 높이고 통풍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식물체의 크기가 크다면 예초를 하는 것도 좋다. 다만 병에 감염된 예지물은 수거해서 멀리 버리거나 태워야 한다.

적당한 시비는 식물체 병 저항성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감염된 잎은 퇴화하고 건전한 잎과 줄기의 출현을 유도한다. 켄터키 블루그래스 품종 중에 품종저항성 차이가 있다.

하지만 흰가루병은 잔디에 주요 병이 아니므로 저항성 품종 식재를 권할 정도는 아니다. 아직까지 잔디 흰가루병에 등록된 살균제는 없다.

하지만 상습적으로 매년 흰가루병이 발생하는 곳이 있다면 살균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때에는 채소나 화훼류에 등록된 살균제를 살포하면 된다. 병 발생 초기 살포가 높은 효과를 보이며 유효성분이 다른 2~3종류의 살균제를 교대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